외국인 투수 최초 100승에 도전하는 니퍼트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2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kt 위즈의 경기. 1회초 kt 선발투수 니퍼트가 역투하고 있다.

▲ 외국인 투수 최초 100승에 도전하는 니퍼트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2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kt 위즈의 경기. 1회초 kt 선발투수 니퍼트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kt의 외국인 투수 니퍼트가 드디어 통산 100승 고지를 정복했다.

김진욱 감독이 이끌고 있는 kt위즈는 2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NC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한 방을 포함해 장단 13안타를 터트리며 7-3으로 승리했다. 6월 중순 NC에게 1.5경기 차이까지 추격을 허용하며 최하위 추락 위기에 놓였던 kt는 다시 NC와의 승차를 3.5경기로 벌리며 한숨을 돌렸다(30승1무47패).

1회 왕웨이중으로부터 역전 2루타를 터트린 황재균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8회 동점 주자가 출루한 상황에서 등판한 마무리 김재윤은 4개의 아웃카운트를 책임지며 시즌 5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리고 6월 29일은 올해 도입 20년을 맞은 KBO리그의 외국인 선수 역사에서 대단히 의미 있는 날이 됐다. KBO리그 역대 최초로 외국인 100승 투수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kt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다.

두산에서 7년 동안 94승 올리고도 재계약 실패

KBO리그 구단들은 매년 외국인 투수 영입에 사활을 건다. 2010년 이후로 범위를 좁혀도 팀 레딩, 미치 탈보트, 크리스 볼스테드, 루카스 하렐, 데이비드 허프, 알렉시 오간도, 스캇 다이아몬드 등 빅리그에서 한 시즌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던 투수들이 KBO리그 무대를 밟았다. 물론 허프처럼 성공해서 일본으로 진출한 경우도 있지만 이들 중 KBO리그에서 3년 이상 활약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빅리그 6년 동안 119경기에 등판하며 선발 투수로는 고작 23경기 밖에 나서지 않았던 니퍼트는 KBO리그 진출 후 전문 선발 투수로 변신해 엄청난 성공 신화를 써내려 갔다. 실제로 니퍼트는 등부상으로 20경기에서 6승에 그쳤던 2015년을 제외하면 KBO리그에서 활약한 7년 동안 6번이나 두 자리 승수를 올렸다(물론 2015년에는 포스트시즌에서 32.1이닝2실점 3승 평균자책점0.56의 괴물 같은 활약으로 정규리그 부진을 씻었다).

사실 만 30세 시즌에 KBO리그에 진출한 니퍼트는 빅리그에 재도전하기엔 다소 부담이 있었지만 한국보다 대우가 좋은 일본에 갈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실제로 니퍼트는 두산 베어스 시절부터 매년 계약서에 늦게 사인하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니퍼트는 스스로 두산을 떠나지 않았다. 그만큼 두산이 섭섭치 않은 대우를 해준 것도 있지만 니퍼트가 두산, 그리고 KBO리그에 대한 애정이 강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2015년 포스트시즌 대활약에 이어 2016년 22승으로 정규리그 MVP까지 차지한 니퍼트는 210만 달러의 연봉을 받은 작년 시즌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전반기 17경기에서 9승6패3.41로 뛰어난 활약을 이어가던 니퍼트가 후반기 13경기에서 5승2패4.99로 부진한 것이다. 니퍼트는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한국시리즈에서조차 2경기에서 1승1패7.94로 무너지고 말았다.

사실 니퍼트는 작년 시즌에도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꾸준히 던졌다. 30경기에서 179.2이닝을 소화했을 정도로 체력적으로도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KBO리그 데뷔 후 가장 많은 20개의 피홈런을 기록했고 87개의 사사구 역시 KBO리그에서 뛴 7년 중 가장 많았다. 매년 우승을 노리는 두산에서는 니퍼트가 더 이상 KBO리그의 정상급 선발 투수로 활약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6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행진으로 외국인 최초 100승 고지 점령

두산은 2017 시즌이 끝난 후 니퍼트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조쉬 린드블럼과 세스 후랭코프로 외국인 투수 쿼터를 채웠다. 니퍼트는 어느 팀과도 계약할 수 있는 '자유의 몸'이 됐지만 많은 나이와 작년 후반기를 기점으로 눈에 띄게 떨어진 구위 때문에 선뜻 나서는 구단이 없었다. 자칫 외국인 투수 최초의 100승 달성에 단 6승 만을 남겨두고 KBO리그를 떠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그렇게 팀을 구하지 못하던 니퍼트는 지난 1월 라이언 피어밴드의 파트너를 구하던 kt위즈와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KBO리그 8년 차를 맞는 니퍼트는 한화 이글스에서 뛰었던 제이 데이비스를 뛰어 넘어 KBO리그 역대 최장수 외국인 선수가 됐다. 하지만 니퍼트가 외국인 투수 최초의 100승 투수가 되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실제로 니퍼트는 시즌 개막 후 9경기에서 2승4패6.36으로 부진했다.

많은 사람들이 전성기가 지난 30대 후반의 투수를 영입한 kt의 선택이 무모했다고 말하던 5월말, 니퍼트는 극적으로 부활했다. 니퍼트는 5월29일 삼성 라이온즈전을 시작으로 100승째를 올린 29일 NC전까지 최근 6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4승 무패 2.70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7이닝 이상 2실점 이하의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투구도 4번이나 있었다. 시즌 6승째를 기록한 니퍼트는 팀 내 다승 단독 1위에 올라섰다.

올해로 출범 37년째를 맞는 KBO리그에서 100승 투수는 니퍼트까지 총 30명이 나왔다. 얼핏 어렵지 않아 보이는 숫자지만 KBO리그에서 7년 동안 활약했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다저스,98승)을 비롯해 다니엘 리오스(90승), 박철순(76승), 앤디 밴 헤켄(73승), 이상훈(71승) 등 시즌 다승왕에 올랐던 대투수들에게도 허락되지 않았던 영역이다. 그만큼 선발 투수로서 꾸준히 오랜 기간 동안 좋은 성적을 올려야만 오를 수 있는 자리가 바로 통산 100승이다.

1981년생 니퍼트는 한국 나이로 38세 시즌을 보내고 있다. 니퍼트와 동년배 투수 중 선발 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는 삼성의 윤성환 정도인데 윤성환의 올 시즌 성적은 2승6패8.11에 불과하다. 또 한 명의 1981년생 선발투수 배영수(한화2승3패6.63)는 6월5일을 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니퍼트는 29일 NC전에서 시속 153km의 강속구를 던졌다. 여전히 한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는 니퍼트를 '살아있는 전설'로 불러도 충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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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 위즈 더스틴 니퍼트 100승 외국인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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