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주말시리즈 첫 경기에서 KIA를 꺾고 5연승을 내달렸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1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IA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10안타를 터트리며 5-3으로 승리했다. KIA의 에이스 양현종이 등판한 경기에서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당했던 패배를 설욕한 두산은 흔들림 없는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36승 18패).

쐐기포 쏘는 양의지 1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9회초 무사 상황에서 두산 양의지가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 쐐기포 쏘는 양의지 1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9회초 무사 상황에서 두산 양의지가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 연합뉴스


3번째 투수로 등판해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은 루키 곽빈이 이틀 연속 행운의 승리투수가 되면서 시즌 3승째를 챙겼고 마무리 함덕주는 2이닝 4탈삼진 무실점으로 보름 만에 세이브를 추가했다. 타석에서는 박건우가 8회 2타점 적시타로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이날도 역시 두산의 안방마님 양의지가 시즌 10호 홈런을 포함해 3안타 2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양의지는 5월 18일 이후 13일 만에 4할 타율에 복귀했다.

두산에게 2년 연속 우승 안긴 하위 라운드 지명의 신화

진흥고 시절 정확한 송구능력과 장타 잠재력을 인정 받았던 양의지는 대부분의 포수들처럼 동작이 느리다는 약점 때문에 또래의 이재원(SK와이번스)이나 정범모(NC다이노스), 이해창(KT위즈) 같은 포수들만큼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결국 양의지는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홍성흔의 후계자를 찾던 두산에 2차 8라운드(전체 59순위)라는 비교적 낮은 순번으로 지명돼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양의지는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1군에서 단 1경기만 출전하고 병역 의무를 마치기 위해 경찰 야구단에 입대했다. 두산 입장에서도 당장 홍성흔이라는 걸출한 주전 포수가 있는 마당에 약점이 많은 유망주 포수를 급하게 쓸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양의지는 경찰 야구단에서 자신의 야구인생을 바꿔 놓은 유승안 감독을 만나 기량이 급성장했다. 실제로 오늘의 양의지를 있게 한 간결하고 부드러운 스윙은 유승안 감독 현역 시절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군복무를 마친 2010년, 최승환과 용덕한의 백업으로 시즌을 출발한 양의지는 3월 30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선발 출전해 홈런2개를 터트리면서 일약 두산의 주전포수로 떠올랐다. 2010년 127경기에 출전한 양의지는 타율 .267 20홈런 68타점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신인왕 자격을 갖춘 포수가 20홈런을 때려낸 것은 KBO리그 역사에서 양의지가 처음이었고 현재까지도 다시 나오지 않았다.

2011년 3할 타율을 기록하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공격형 포수로 자리잡은 양의지는 2012년 5홈런 27타점, 2013년 타율 .248에 그치며 성장통을 겪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2015년 양의지는 132경기에 출전해 타율 .326 20홈런 93타점으로 '몬스터 시즌'을 보내며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으로 맹활약했다. 양의지는 발가락 미세 골절 진단을 받은 상태에서도 포스트시즌은 물론 프리미어12 일정까지 모두 소화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양의지는 2016년에도 타율 .319 22홈런 66타점의 뛰어난 타격성적과 함께 '판타스틱4'를 이끄는 탁월한 투수리드로 두산의 2년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NC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타율 .438 1홈런 4타점의 성적으로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포수 포지션의 선수가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것은 1991년 해태 타이거즈의 장채근 이후 25년 만이었다. 2014년부터 이어진 3년 연속 골든글러브는 이제 양의지에게 '작은 전리품'처럼 느껴졌다.

FA 앞두고 커리어 하이 찍을 기세, '대체 얼마나 받으려고'

양의지는 작년 시즌에도 전반기에만 타율 .323 9홈런 44타점을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이어갔다. 하지만 6월 25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사구를 맞아 손가락 미세골절 부상을 당하며 한 달 동안 결장했고 이 후유증으로 후반기 타율 .217라는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결국 양의지는 타율 .277 14홈런 67타점으로 2014년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고 KIA에게 패한 한국시리즈에서도 16타수 2안타(타율 .125) 2타점에 그치고 말았다.

2018 시즌이 끝나면 FA자격을 얻는 양의지는 작년 시즌 다소 부진했음에도 올해 '예비FA 프리미엄'을 누리며 25%가 인상된 6억 원에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사실 양의지 정도의 경력을 가진 정상급 포수라면 소위 '평타'만 쳐도 FA대박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양의지가 노리고 있는 고지는 평범한 야구팬들이 생각하는 수준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는 모양이다.

양의지는 올해 초반부터 엄청난 타격감을 보여주며 2015년에 보여줬던 최고의 시즌을 갈아치울 기세로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1일까지 53경기에 출전한 양의지는 타율 .401 10홈런 35타점 38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109를 기록하고 있다. 리그에서 타율 1위, OPS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득점권 타율도 .352로 찬스에서도 매우 강한 편이고 심지어 4월에는 도루도 3개나 기록했다. 양의지의 포지션이 포수임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경이적인 성적이다.

5월 한 달 동안 타율 .381로 다소 부진(?)했던 양의지는 6월의 첫 날부터 다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1일 KIA전 첫 타석부터 양현종을 상대로 선취점을 올리는 적시타를 때려낸 양의지는 7회에도 안타를 추가했고 9회에는 리그 최고령 투수 임창용을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쐐기 홈런을 터트렸다. 양의지는 올해 53경기 만에 두 자리 수 홈런에 도달하며 작년보다 10경기나 빠른 시점에 시즌 10호 홈런을 때려냈다.

두산은 외국인 타자의 도움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도 압도적인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지만 두산팬들은 그 여유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올해가 양의지와 함께하는 마지막 시즌이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이다. 두산팬들은 6번의 가을야구와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겨준 구단 역대 최고의 포수와 '백년해로'하고 싶겠지만 양의지가 지금 같은 활약으로 시즌을 마치면 양의지의 몸값이 얼마로 책정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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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양의지 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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