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R 현재 전패로 리그 최하위 창녕 WFC

 창녕 WFC(주황색 유니폼)와 화천KSPO 경기 장면

창녕 WFC(주황색 유니폼)와 화천KSPO 경기 장면 ⓒ 한국여자축구연맹


창녕 WFC가 혹독한 신고식을 겪고 있다. 신생팀의 패기와 젊음으로 부딪치겠노라 다짐하며 당당하게 WK리그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창녕은 리그가 1/3 가량 진행된 현재 8전 8패(4득 20실)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수원도시공사와의 개막전에서 우중혈투 끝에 0-1로 아쉽게 무릎을 꿇은 창녕은 이어진 2라운드에서 인천을 상대로 4골을 허용했지만 2골을 따라가는 등 가능성을 보였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로 내리 여섯 경기를 더 패했다.

종목과 리그를 막론하고 신생팀이 첫 해부터 좋은 성적을 거두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팀 전체가 손발을 처음 맞춰보는 상황인데다 대체로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시즌을 치르는 동안 성장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WK리그 역사에서 창녕은 네 번째 신생팀이다. 창녕에 앞서 WK리그에 참가했던 새내기 팀들은 언제, 어떻게 값진 첫 번째 승리를 따냈을까.

WK리그는 2009년 경남대교, 인천현대제철, 서울시청, 충남일화, 부산상무(現 보은상무), 수원시시설관리공단(現 수원도시공사)의 6개 팀으로 출범했다. 여섯 팀이 팀당 20경기씩 치르던 WK리그는 출범 3년차가 되던 2011년 전북KSPO(現 화천KSPO)와 충북스포츠토토(現 구미스포츠토토)가 동시에 창단되며 8구단 체제를 완성했다. 하지만 이는 오래 가지 못했다. 2012 WK리그가 종료된 지 불과 두 달 뒤인 2012년 11월, 충남일화가 돌연 해체를 결정해 7구단 체제가 시작됐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7개 팀이 참가하던 WK리그는 2017년 경주한수원의 창단으로 다시 8구단 체제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천대교가 해체되는 난리를 겪었다. 해체 발표 시점이 한창 시즌이 진행 중이던 8월이라는 점과 그 대상이 인천현대제철과 함께 WK리그를 양분하던 이천대교라는 점 때문에 큰 이슈가 되었다.

휴식일과 전국체전 정식종목 지위 등 7구단 체제의 한계점을 잘 알고 있던 한국여자축구연맹은 어떻게든 8구단을 유지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2018 WK리그 신인드래프트 직전 창녕군과 연고지 협약을 맺으며 극적으로 창녕 WFC를 탄생시켰다.

① 2011년 전북KSPO & 충북스포츠토토

 2011년 창단 이후 현재까지 팀을 이끌고 있는 손종석 구미스포츠토토 감독(좌), 강재순 화천KSPO 감독

2011년 창단 이후 현재까지 팀을 이끌고 있는 손종석 구미스포츠토토 감독(좌), 강재순 화천KSPO 감독 ⓒ 대한축구협회


2011년 창단한 전북KSPO와 충북스포츠토토는 쌍둥이처럼 닮은 행보를 보였다. 개막 이후 4연패를 당한 두 팀은 5라운드에서 각각 충남일화와 서울시청을 맞아 1-1, 0-0 무승부를 거두며 창단 이후 첫 승점을 획득했다. 그리고 이어진 6라운드에서 신생팀끼리 운명의 맞대결을 펼쳤다. 그 결과 전북이 2-0 완승을 거뒀고 창단 6경기만에 첫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충북은 리그 한 바퀴를 더 돌아 13라운드가 되어서야 전북과의 리턴매치에서 2-0 스코어를 그대로 되돌려주며 복수와 동시에 뒤늦은 창단 첫 승을 만끽했다. 전북과 충북은 창단 첫 해였던 2011시즌 내내 단 1승에 그쳤는데, 흥미롭게도 서로가 서로의 유일한 1승 제물이었다.

이후 전북은 2015년 강원도 화천으로 연고지를 옮겨 화천KSPO로 재탄생했고 지난해 이천대교를 플레이오프에서 꺾고 구단 역사상 최초로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았다. 충북은 대전스포츠토토(2014년~2015년) 시절을 거쳐 2016년부터 구미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해 리그에서는 6위에 그쳤지만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서 인천현대제철을 꺾고 정상에 올라 창단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② 2017년 경주한수원

 경주한수원 여자축구단

경주한수원 여자축구단 ⓒ 대한축구협회


지난해 신생팀 돌풍의 주인공 경주한수원도 예외없이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1라운드 보은상무(0-1 패)를 시작으로 7라운드 이천대교(1-4 패)까지 모든 팀에게 한 차례씩 패배를 당했다. 적응을 마치자 곧바로 달콤한 승리가 찾아왔다. 상무와의 8라운드에서 1-0으로 승리해 개막전 패배를 되갚아주었다.

이후 경주는 신생팀의 한계를 딛고 5승 6무 17패로 상무를 누르고 리그 7위를 기록했다. 5승 중에는 절대 1강 인천현대제철에게 거둔 1-0 승리도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예선에서 구미를 제압하고 경북대표 자격으로 출전한 전국체전에서는 서울대표 서울시청과 충북대표 보은상무를 차례로 꺾으며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경주는 올시즌 한층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8라운드 현재 3승 4무 1패로 당당히 리그 3위에 이름을 올리며 지난해의 돌풍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③ 2018년 창녕 WFC의 첫 승은?

 신상우 창녕 WFC 감독

신상우 창녕 WFC 감독 ⓒ 대한축구협회


앞서 살펴본 전북(vs 충북), 충북(vs 전북), 그리고 경주(vs 상무)의 첫 승 상대는 모두 해당 시즌 리그 최하위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함께 창단한 전북과 충북은 나란히 1승 3무 17패 승점 6점으로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골득실에서 앞선 전북이 한 계단 앞선 리그 7위를 기록했다. 경주는 최하위 상무에게 개막전에서만 패했을 뿐 이후 세 번의 맞대결에서 전부 승리를 챙겼다. 시즌 5승 가운데 3승이 상무를 상대로 한 경기였고 전국체전에서도 승리하는 등 철저하게 상무를 공략했다.

콕 찝어서 말하면, 창녕이 연패 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팀과의 경기를 잡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창녕이 첫 승을 노려볼 수 있는 상대는 8라운드 현재 7위 보은상무(1승 2무 5패)와 6위 서울시청(2승 3무 3패)이다. 군팀이라는 특성상 선수 수급이 어려운 상무와 전력 유출이 컸던 서울은 시즌 전망에서도 하위권으로 분류되었던 팀이다.

그렇다고 해서 상무와 서울이 호락호락한 팀이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상무는 창녕을 제물로 개막 이후 5연패 사슬을 끊어낸 뒤로 3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하고 있다. 8경기 4골로 득점순위 공동 4위에 올라 있는 캡틴 김원지의 발끝이 매섭다. 서울과의 7라운드, 화천과의 8라운드에서는 0-1, 0-2로 뒤지던 스코어를 끝끝내 동점으로 만드는 뒷심과 집중력까지 선보였다. 확실히 좋은 흐름을 탄 모습이다.

서울의 시즌 첫 승 제물도 창녕이었다. 이금민, 박세라, 최미래(이상 경주), 김미연(수원)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한 서울은 작년의 단단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4라운드 인천에게 당한 0-6 대패가 타격이 컸다. 이천대교 출신 선수들을 대거 수혈한 수원, 구미, 경주, 그리고 국가대표 공격수 전가을을 영입한 화천과는 달리 눈길을 끄는 전력 보강이 없었다는 점도 서울의 하위권을 점친 이유였다.

하지만 인천전 패배가 서울에게는 약이 되었다. 서울은 5라운드부터 1승 3무로 4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고 있다. 특히 가장 최근 치른 8라운드에서는 한층 더 강력해진 구미를 상대로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 7분만에 최유리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전반 40분 김민지, 전반 추가시간 서지연의 연속 득점으로 시즌 두 번째 승리를 낚았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고 했다. 전북은 6경기, 충북은 13경기, 경주는 8경기를 인내한 끝에 창단 첫 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얻었다. 창녕은 오는 6월 1일 인천과의 9라운드를 시작으로 다시금 첫 승 수확에 나선다. 신상우 감독과 창녕 선수들의 도전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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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6기 윤지영
창녕WFC 여자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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