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 표정의 넥센 선수들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구단 포수 박동원과 마무리 투수 조상우 등 2명이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가운데 넥센 선수들이 23일 오후 굳은 표정으로 인천시 남구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 들어서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는 이날 이곳에서 SK 와이번스와 경기를 앞두고 있다. 2018.5.23

▲ 굳은 표정의 넥센 선수들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구단 포수 박동원과 마무리 투수 조상우 등 2명이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가운데 넥센 선수들이 23일 오후 굳은 표정으로 인천시 남구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 들어서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는 이날 이곳에서 SK 와이번스와 경기를 앞두고 있다. 2018.5.23 ⓒ 연합뉴스


프로야구 구단 넥센 히어로즈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엔 현금 트레이드 은폐 의혹이다. 넥센이 돈을 받고 선수를 팔면서 이를 속여왔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8일 KBS 보도에 따르면 넥센은 과거 kt 위즈, NC 다이노스와의 트레이드 과정에서 각각 수억 원대의 뒷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의혹 많았던 트레이드, 알고 보니 현금 거래?

당시 넥센은 kt에 내야수 윤석민을 내주고 투수 정대현, 서의태를 데려왔고 NC에 좌완투수 강윤구를 내주고 투수 김한별을 받는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발표는 선수와 선수간 트레이드였고 KBO에 승인을 받을 때 현금 거래가 포함된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확인 결과 세 구단 모두 현금 거래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트레이드 당시에도 넥센이 내보낸 선수들은 즉시전력감 주전 선수들이었던 반면, 영입한 선수들의 기량이나 이름값은 유망주 수준이었기 때문에 현금 거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이장석 대표와 고형욱 넥센 단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현금 거래 의혹을 단호하게 부정하며 "미래를 감안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장석 대표와 고형욱 단장은 두 건의 트레이드로 발생한 수익의 일부를 인센티브 형식으로 챙겼다는 혐의까지 받고 있다.

물론 현금 트레이드 자체가 규정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넥센은 창단 초기 여러 차례 대규모 현금 트레이드로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 2009년 현금 25억에 삼성 라이온즈로 트레이드된 장원삼이 대표적이다. 앞서 2008년 넥센은 30억에 장원삼을 트레이드 하려 했지만 KBO와 구단들의 반대에 직면해 실패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KBO는 넥센에 한해 현금 트레이드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고 넥센은 이후 트레이드에 현금을 포함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만일 NC-kt와의 트레이드에서 현금 거래가 포함된 사실이 알려졌다면 KBO가 트레이드를 승인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다. 결국 넥센은 KBO 및 야구 팬들을 기만한 셈이다.

넥센은 최근 불미스러운 사태가 연달아 이어지며 프로야구계의 화약고가 된 지 오래다. 올해 초 창업주인 이장석 전 대표가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1심에서 4년형을 받아 법정구속됐다. 경영을 감시하는 사외이사를 구단 프런트 출신이자 현 사령탑인 장정석 감독이 맡고 있었다는 게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넥센 측은 "절차 상 실수였다"고 해명했으며 장정석 감독은 그 즉시 사외이사직을 사임했다.

선수들도 잇달아 말썽이다. 박동원과 조상우 등 주전 선수들은 시즌 중 성폭행 혐의로 경찰조사까지 받고 있다. 학교폭력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신인 안우진은 징계를 마치고 최근 데뷔전을 치렀지만 팬들의 부정적인 여론이 적지 않다. 설상가상 여기에 구단 차원의 뒷돈 거래 사실까지 터지면서 넥센 구단의 이미지는 바닥까지 추락했다. 하나같이 구단 역사에 불명예로 남을 만한 사건들이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넥센만 탓할 수 있나

침울한 뒷모습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구단 포수 박동원과 마무리 투수 조상우 등 2명이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가운데 넥센 선수들이 23일 오후 굳은 표정으로 인천시 남구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 들어서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는 이날 이곳에서 SK 와이번스와 경기를 앞두고 있다.

▲ 침울한 뒷모습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구단 포수 박동원과 마무리 투수 조상우 등 2명이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가운데 넥센 선수들이 23일 오후 굳은 표정으로 인천시 남구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 들어서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는 이날 이곳에서 SK 와이번스와 경기를 앞두고 있다. ⓒ 연합뉴스


다른 구단도 종종 사건사고는 발생한다. 하지만 넥센처럼 대형 악재들이 짧은 기간에 이렇게까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경우는 드물다. 이 구단을 처음 설립한 창업자에서부터 프런트, 감독, 선수에 이르기까지 모조리 구설수에 오른 것도 보기드문 상황이다. 이쯤되면 특정인의 문제를 넘어 넥센의 조직 문화와 구성원들 사이에 '도덕 불감증 바이러스'가 만연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더구나 이번 현금 거래 은폐 의혹은 더 이상 넥센만의 문제도 아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넥센의 뒷돈 거래를 계약서에서 누락한 것은 그 대상인 kt와 NC의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사건이다. 넥센이 무차별적 현금 트레이드를 감행할 때, 다른 구단들은 겉으로 야구계 발전을 걱정하는 척 하면서도 뒤로는 넥센의 주전급 선수들을 받아 전력을 보강했다.

넥센이 지금 야구계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비난 받지만, 넓게 보면 다른 구단들도 모두 이 사태의 공범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동안 이런 사례가 없었기에 KBO의 징계 기준조차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야구 팬들이 느끼는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넥센은 말할 것도 없고 관련된 다른 구단들과 KBO까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언론이나 수사기관 등 외부개입으로 뒤늦게 의혹이 밝혀진 다음에야 뒷북치기 수습에만 급급한 야구계의 무사안일주의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이다.

자고 일어나면 새롭게 터져나오는 넥센발 괴담에 야구 팬들은 이제 또 무슨 사건사고가 벌어질지 두려울 정도다. 넥센은 이제 구단의 존립 근거와 정체성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넥센 사태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야구계의 도덕성과 10구단 시대의 가치는 그 의미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향후 야구계의 대응이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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