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공백을 매워라' 강소휘(15번)와 박정아(13번)... 2018 네이션스 리그 경기 (2018.5.22. 수원 실내체육관)

'김연경 공백을 매워라' 강소휘(15번)와 박정아(13번)... 2018 네이션스 리그 경기 (2018.5.22. 수원 실내체육관) ⓒ 박진철


'차포'가 빠진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대표팀은 29일부터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 아래 네이션스 리그) 3주차인 네덜란드 대회에 출전한다.

한국은 네이션스 리그 1~2주차에서 4승 2패를 기록 했다. 16개 참가국 중 7위를 달리고 있다. 당초 5할 승부로 중위권 순위를 목표로 내걸었다. 현재는 초과 달성 중이다.

특히 한국 여자배구가 중국 홈구장에서 중국 성인 대표팀에게 승리한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3세트 모두 큰 점수 차이로 압승을 거둔 것도 사실상 처음이다. 러시아에게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승을 거둔 것도 1978년 세계선수권(러시아 레닌그라드)에서 3-0으로 승리한 이후 무려 40년 만의 일이다. 배구계와 배구팬들이 여자배구의 엄청난 상승세에 놀라움을 넘어 당혹스러움을 느낄 정도다.

그러나 3주차인 네덜란드 대회에서는 주 공격수 김연경(31세·192cm)과 주전 센터 양효진(30세·190cm), 김수지(32세·188cm)가 빠진다. 체력 관리 차원에서 배려를 한 것이다.

이는 다른 세계 강호들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주팅(25세), 장창닝(24세), 쩡춘레이(30세), 러시아 곤차로바(30세)와 코셀레바(31세), 이탈리아 에고누(21세)와 키리켈라(25세), 브라질 나탈리아(30세) 등 대부분의 국가가 핵심 선수들을 휴식 제공과 부상 관리 차원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장창닝, 곤차로바, 코셀레바, 나탈리아 등은 후보 엔트리에서도 빼줬다. 때문에 네이션스 리그를 통째로 출전하지 않는다.

이처럼 세계 강호들은 네이션스 리그에서 핵심 선수에게는 휴식을 주고, 어린 장신 유망주들을 대거 주전으로 투입하면서 국제대회 경험을 쌓게 하고 있다. 올해 가장 중요한 국제대회인 세계선수권(9.29~10.20, 일본)과 2020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수비에서 리베로 역할하며, 공격 득점 '전체 2위'

이제 관심의 초점은 김연경, 양효진, 김수지가 빠진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이다. 물론 세 선수의 공백을 단시일에 메운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김연경은 한국이 세계 최강 중국과 유럽 강호 러시아에 압승을 거두는 데 선봉장이었다. 김연경의 경기력은 일각의 '기량 하향세'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공격에서 강력한 파워와 예리한 각도, 고비 때마다 어려운 볼 처리 능력, 서브와 블로킹까지. 세계 최정상급 기량 그대로였다.

​수비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상대 팀들은 김연경의 공격을 봉쇄하기 위해 서브를 집중적으로 퍼부었지만, 김연경의 리시브는 거의 완벽했다. 또한 상대 팀의 강한 공격을 걷어내는 디그와 2단 연결 토스까지 뛰어났다. 김연경은 수비에서 리베로보다 큰 역할을 하면서도 현재 네이션스 리그 득점 부문 전체 2위(130득점)를 달리고 있다.

양효진과 김수지도 유효 블로킹과 중앙 속공 등으로 팀 승리에 톡톡히 기여해 왔다. 각자 포지션에서 기둥 역할을 했던 세 선수가 한꺼번에 빠진 것이다. 때문에 공백을 최소화할 선발 라인업 구성이 중요해졌다.

차해원 "공격수와 리베로, 4명 모두 리시브 참여"

차해원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은 지난 26일 네덜란드로 출국 직전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선발 멤버 구상에 대해 일단을 내비쳤다. 28일 SNS 인터뷰에서도 같은 방침을 재차 밝혔다.

차 감독은 "이번 네덜란드 대회에는 박정아와 이재영이 레프트, 강소휘가 라이트로 들어갈 예정"이라며 "상대 팀의 블로킹 높이에 따라 강소휘가 레프트, 박정아가 라이트로 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레프트 2명, 라이트, 리베로까지 4명 모두 서브 리시브에 참여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박정아(26세·187cm)와 강소휘(22세·180cm)를 김연경이 맡고 있는 레프트 한 자리와 김희진이 맡고 있는 라이트 공격수로 투입한다는 뜻이다. 나머지 레프트 한 자리는 이재영(23세·178cm)이 맡는다.

세 선수 중 리시브가 흔들리거나 공격이 부진할 때는 백업 선수로 교체할 예정이다. 레프트 교체 멤버로는 유서연(20세·174cm)과 김주향(20세·180cm), 라이트는 고교생인 나현수(20세·186cm)가 대기한다.

센터는 김희진(28세·185cm)과 고교생 박은진(20세·188cm)이 선발, 정선아(21세·183cm)가 교체 멤버로 나선다. 박은진은 성인 국가대표팀에서 첫 선발 주전으로 뛸 가능성이 높다.

세터는 이나연(27세·173cm)과 이다영(23세·179cm) 중 한 명이 선발로 나선다. 이효희(39세·173cm)는 가급적 투입하지 않고, 4주차인 태국 대회 출전을 대비해 체력 관리에 주력한다.

리베로는 기존대로 임명옥(33세·175cm)과 나현정(29세·163cm)이 책임진다. 김채연(20세·184cm·센터)은 복근 부상 때문에 전력분석원 역할로 관중석에 자리할 예정이다.

'부담감 내려놓고, 경기를 즐겨라'... 유망주 선발 투입도 기대

네덜란드 대회의 핵심은 '부담감을 내려놓고, 경기를 즐겨라'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 '부담감'이기 때문이다.

김연경 없는 대표팀의 경기 결과가 나쁠 경우 선수들에게 쏟아질 비판을 의식하게 되면, 경기력에 더욱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여자배구 대표팀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인기가 크게 높아지면서 부담감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이는 국내파 선수들이 언젠가는 거쳐야 할 과정이다. 또한 스스로 극복해야 할 숙제이다. 때문에 승패에 집착하기보다 경기를 즐긴다는 자세로 임하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럴 경우 오히려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 좋은 경기 내용과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또한 1~2주차에서 다른 강호들에 비해 뒤쳐졌던 장신 유망주 기용에도 무게중심을 둘 필요가 있다. 이는 네덜란드 대회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한편, 여자배구 대표팀은 한국 시간으로 29일 오후 11시 30분에 브라질, 31일 오전 2시 30분에 네덜란드, 31일 오후 11시 30분에 폴란드와 차례로 대결한다. 3경기 모두 국내 스포츠 전문 채널인 KBSN SPORTS와 SBS Sports에서 동시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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