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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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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국물은 여기다 버려주세요."

전북의 한 대학교 학생회관 남자화장실 대변 칸에 붙은 글귀다. 헛, 학생들이 화장실에서 라면을 먹는 것도 아닐 텐데, 음식물쓰레기통에 붙어 있을 만한 이 안내문은 왜 붙었을까? 이유가 궁금했다.

과연 안내문이 붙은 출입문 내부에는 특별한 처리시설이 있는 걸까? 살며시 문을 열어봤다. 그런데 음식물 수거시설은 없고 달랑 대변기만 하나 놓여있다.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니 변기 주변에는 라면 국물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아마도 먹다 남은 컵라면 국물을 거름망이 없는 세면대에 그냥 버리는 바람에 배관이 자주 막혔고, 이에 학교 측에서 내놓은 고육지책으로 보였다. 컵라면을 먹고 난 후 남은 국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심지어 정수기 물받이와 세면대까지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세면대에 남은 국물을 버릴 경우 기름 성분이 응고돼 배관에 눌어붙어 쌓이게 되고 이로 인해 배수관 통로가 좁아져 결국 막혀버리는 일이 허다하다. 그런 이유로 학교 측은 차라리 남은 국물을 변기에 버리라는 안내문까지 붙이게 된 것이었다.

실제로 변기에 라면 국물을 버린다고 바로 변기가 막힌다거나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변기에서 물을 내리면 바로 하수도로 가는 게 아니라 정화조를 거치기 때문이다. 변기를 통해 유입된 오물은 오수정 화조 밑바닥에 가라앉고 정화조 안의 미생물이 발효와 부패과정을 거쳐 일정 수준으로 정화가 되는 구조다.

변기에 남은 음식물을 버리는 일이 다반사가 된 지 오래다. 라면 국물도 마땅히 처리할 방법이 없으니, 변기에 버리는 것이 어떻게 보면 적절한 처리 방법인 것도 같다. 그러나 정화조는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특수 미생물이 분뇨를 분해하는 오니활성법일 경우 이곳에 나트륨계열의 짠 음식물이 들어가면 미생물이 제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

또 라면 국물 등 기름기가 있는 음식물을 자주 버리면 배관에 기름이 끼어서 역시 막힐 수 있다. '몇 번 버렸는데 안 막히던데?' 하고 처리를 결코 변기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특히 음식물은 아무리 쓰레기라도 음식의 일종인데 그것을 처리하는 곳이 배설물이 모이는 곳하고 연결되니 불편하기 짝이 없다. 물리적으로는 다 오물이 맞으나 심리적인 저항감도 고려해야 한다. 또 안내문에 따라 국물을 변기에 버리다 보면 음식물을 변기에 버리는 것이 습관화될 경향이 크며, 나중에는 건더기가 있는 음식물까지 넣어서 큰 문제로 이어지기 쉽다. 짬뽕 국물의 건더기가 변기 막힘의 단골 메뉴라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렇다면 남은 라면 국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것도 한두 번이지, 그렇다고 억지로 다 마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세제를 소량 풀어 국물의 기름을 일단 녹인 후 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될 수 있으면 건더기는 먼저 걸러내고, 국물은 싱크대의 거름망을 통해 버려야 한다. 그리고 뜨거운 물로 마무리하는 것이 막힘을 방지하고 기름기를 제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모든 것은 용도에 맞게 상식적으로 쓰는 게 맞다. 변기의 기본 목적은 인분을 내려보내는 것이다. 변기는 배설물을 처리하는 곳이지, 라면 국물을 버리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변기에 버려도 되는 것이면, 왜 음식물 쓰레기통과 전용 봉투가 있겠는가.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지성의 상징인 '상아탑'에서부터 남은 국물을 처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고민해보자.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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