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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보는 인터넷 뉴스. 그 뉴스를 읽는 우리의 마음 상태는 어떨까. 맑음일까? 찌푸림일까? 아마도 찌푸려지는 얼굴이 대부분일 터. 어디서 누가 누구를 때렸다, 어디서 시비가 붙었다, 교통사고가 나서 죽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우리의 마음을 괴롭게 하는 것은 어린이집 학대 뉴스다. 어린이는 왕이라고, 나라의 새싹이라고 하지만 정작 가장 여리고 자기를 보호를 힘이 없는 어린아이들은 어느새 힘을 가진 어른들의 욕심에 희생당하고 있으니 어른들은 부끄러울 따름이다. 특히 부모가 믿고 아이를 맡기는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학대 사건은 우리의 미래를 암담하게 한다.

그러나 오늘 5월8일 어버이날! 우리 어른들은 웃을 수 있다. 부모의 마음까지 도닥여 주는 착한 어린이집이 덕택이다.

오늘 아침 어린이집 풍경
 오늘 아침 어린이집 풍경
ⓒ 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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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막내가 다니는 우이동 어린이집(서울 강북구 소재). 부랴부랴 출근을 서두르며 아이 손을 잡고 종종 걸음으로 도착한 어린이집 앞. 오늘은 정문이 소란하다. 아하! 어린이집에서 준비한 어버이날 행사. 우이동 어린이집 원장님과 선생님들(물론 몇 분은 교실에서 아이들을 돌보셨다)이 문 앞에 다과상과 고사리손으로 아이들이 만든 카네이션을 준비해 놓고 부모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침 출근길이 이다지도 행복할 수 있을까.

선생님 손에 이끌려 하람이(막내딸)가 다니는 초록반 팻말을 찾아갔다.

"하람아. 네가 만든 카네이션 어딨어?"

선생님 말에 여기저기 기웃거린 딸.

"여기 있다."

선생님 앞이라 부끄러운 딸이 수줍게 내민 카네이션에 한 번 더 가슴 뻐근해진다. 하람이와 다정히 사진 한 장을 찍고 나니 원장 선생님이 손을 잡아 끄신다.

"어머니. 차 한 잔 하고 가세요."

이다지도 밝고 고마운 미소가 있을까.

오늘 아침 어린이집 풍경
 오늘 아침 어린이집 풍경
ⓒ 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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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이 어린이집은 5월8일 어버이날이 되면 부모를 위한 아침 다과상과 선물을 준비해왔다. 아침 출근을 서두르는 부모를 위해 그 보다 더 일찍 나와 탁자를 정문 앞에 내놓고 흰 종이를 깔고 그 위에 간단한 먹거리와 차, 커피를 마련하고 정성스레 포장한 선물까지 준비하는 어린이집. 그 정성에 하루가 행복하다. 부모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어린이집이라면 평상시 아이들을 어떻게 대할지 믿음이 저절로 생긴다.

이 어린이집은 규모가 제법(정원 70명 이상)가 되는데도 차량운행을 하지 않는다. 사실 부모들은 차량 운행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원장선생님은 단호히 거절했다. 이유는 단 하나.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차량운행은 안합니다. 부모님이 힘들더라도 직접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세요. 아이들 안전이 제일 중요해요."

차량 운행을 하면 어린이집 원아가 더 늘어나고 수입도 늘어난다. 하지만 고지식하리만치 아이들 안전을 챙긴다.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먼저인 거다.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결국 부모까지 생각하는 마음으로 커진 것이 아닐까.

우리 어린이집을 대한민국에 크게크게 자랑하고 싶다.

어린이를 아프게 하는 어린이집보다 어린이를 행복하게 하고, 더불어 부모까지 행복하게 하는 어린이집이 대한민국에는 훨씬 많다.

내가 사는 우리 동네에도 있고 당신이 사는 동네에도 분명 있을 거다. 우리가 언론의 눈으로 대신 세상을 보는 데 익숙해서 마음이 찌푸려져 있는지 모른다. 나의 눈으로 나의 주변을 보면 아름다운 세상, 살만한 세상이 열린다.


태그:#어린이집, #우이동, #어버이날, #아름다운 이야기, #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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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전국회의에서 파트로 힘을 보태고 있는 세 아이 엄마입니다. 북한산을 옆에, 도봉산을 뒤에 두고 사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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