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미널 스쿼드> 영화 포스터

▲ <크리미널 스쿼드> 영화 포스터 ⓒ (주)누리픽쳐스,(주)이수C&E


<크리미널 스쿼드>는 "1년에 2400번 1주일에 44번 하루에 9번 48분마다 이곳의 은행엔 강도가 든다. 이곳은 은행 강도의 중심지 로스앤젤레스다"란 설명으로 막을 연다. 영화는 LA 범죄수사대와 은행 강도단의 대결을 다룬다. 경찰과 도둑은 숱한 영화에서 다룬 익숙한 소재가 아닌가. <크리미널 스쿼드>는 경찰과 악당의 경계를 모호하게 처리하며 독창성을 모색한다.

<크리미널 스쿼드>에서 군인 출신인 메리멘(파블로 쉬레이버 분), 잠입에 능한 엔슨(50센트 분), 캘리포니아 역사상 최고 과속 속도인 286km를 기록한 드라이버 도니(오셔 잭슨 주니어 분) 등으로 구성된 은행 강도단은 철저한 계획 하에 실행한 몇 차례의 범행으로 악명이 높다.

이들을 검거하고자 나선 빅 닉(제라드 버틀러 분)과 거스 핸더슨(모 맥레이 분)이 중심이 된 범죄수사대는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법의 테두리쯤은 가볍게 무시하는 경찰들이다. 잡으려는 범죄수사대와 훔치려는 은행 강도단이 맞붙는 대립 구도에 중심엔 뜨겁고 다혈질인 빅 닉과 차갑고 냉정한 메리멘이 위치한다.

극 중에서 빅 닉은 용의자에게 "우린 갱단과 비슷하지만, 배지가 있어"라고 말한다. 은행 강도단과 범죄수사대는 경찰 배지의 유무만 다를 뿐이지 폭력성에선 별반 차이가 없다. '용의자를 총으로 쏴 죽이는 게 조서를 쓰기에 편하다'는 빅 닉과 '무장하지 않는 민간인은 절대 죽이지 않는다'는 신념을 지닌 메리멘을 보노라면 경찰과 악당, 선과 악의 경계는 흐릿해진다.

<크리미널 스쿼드> 영화의 한 장면

▲ <크리미널 스쿼드> 영화의 한 장면 ⓒ (주)누리픽쳐스,(주)이수C&E


촬영 감독인 테리 스테이시는 빅 닉과 메리멘으로 대표되는 두 조직의 정서를 보여주기 위하여 각기 다른 촬영 방식을 선택했다. 범죄수사대는 손으로 들고 찍는 '핸드헬드' 방식을 많이 써서 빅 닉으로 대표되는 거친 느낌을 냈다.

반면에 은행 강도단은 카메라를 크레인에 싣고 촬영하는 '크레인 샷'과 촬영자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고정하는 '스테디캠'으로 담았다. 철저한 계획과 통제를 강조하는 메리멘의 성격을 반영한 결과다.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는 액션이다. <크리미널 스쿼드>의 액션 시퀀스는 근래 나온 할리우드산 액션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특히, LA를 빠져나가려는 은행 강도단과 이들을 쫓는 범죄수사대가 차량으로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벌이는 마지막 장면이 일품이다. 총알 세례가 쏟아지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애틀란타 도시 4개의 블록과 고속도로를 통제한 상태에서 10일 동안 차량 250대와 1만 발이 넘는 총알을 사용했다는 후문이다.

<크리미널 스쿼드> 영화의 한 장면

▲ <크리미널 스쿼드> 영화의 한 장면 ⓒ (주)누리픽쳐스,(주)이수C&E


해외 평자들은 <크리미널 스쿼드>가 마이클 만 감독의 <히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입을 모은다. 외형적으론 다르나 본질적으론 유사한 빅 닉과 메리멘은 분명 <히트>의 경찰 빈센트 한나(알 파치노 분)와 범죄자 닐 맥컬리(로버트 드 니로 분)의 영향 아래 있다.

빅 닉과 메리멘은 한나와 맥컬리처럼 영화 내내 쫓고 쫓기는 체스 게임을 펼친다. 메리멘은 무슨 방법을 써서 최고의 보안을 자랑하는 연방은행을 털 것인가? 빅 닉은 어떤 덫을 놓아 메리멘을 잡을 것인가? 두 사람의 대결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그러는 와중에 서로 이해하게 되는 느낌도 살짝 든다.

<크리미널 스쿼드>는 <히트>에서 한나와 맥컬리가 만나는 장면과 비슷한 스침을 영화에 넣었다. 빅 닉과 메리멘이 몇 차례 마주치는 대목 중에서 식당에서 만나는 장면이 단연 인상적이다. 폭발 직전의 긴장감으로 가득한 식당에서 빅 닉 역을 맡은 제라드 버틀러의 연기는 빛을 발한다. < 300 > 이후 출연한 액션 영화들 가운데 가장 멋진 배역을 제라드 버틀러는 드디어 찾았다.

<크리미널 스쿼드> 영화의 한 장면

▲ <크리미널 스쿼드> 영화의 한 장면 ⓒ (주)누리픽쳐스,(주)이수C&E


<크리미널 스쿼드>엔 많은 영화들의 조각이 보인다. 악당보다 더 악당 같은 경찰의 이미지는 안톤 후쿠아와 데이비드 에이어의 <트레이닝 데이>를 연상케 한다. 선악이 모호한 인물 구도는 <히트>와 흡사하다. 서사 구조에선 <인사이드 맨>과 <램파트>를 인용한 구석도 엿보인다. 연방은행을 터는 장면은 <오션스 일레븐>이 떠오른다. 예상치 못한 마지막 한 수는 당연히 <유주얼 서스펙트>에게 빚을 졌다.

혹자는 <크리미널 스쿼드>가 <히트>를 지나치게 베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여러 영화를 짜깁기한 아류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크리미널 스쿼드>는 <히트>의 깊은 맛은 못 따라갈지언정 고유의 거친 맛이 근사하다. 범죄, 강탈, 반전 등 다양한 영화를 섞은 장르의 리믹스도 좋다. 두뇌 싸움과 총격전은 티켓 값어치에 걸맞은 재미를 보장한다. 분명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영화다.

*<크리미널 스쿼드>는 북미에선 140분 버전으로 개봉했다. 이후 세계 각국에선 140분 버전과 124분 버전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상영했다. 우리나라는 124분 버전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북미 매체가 올린 리뷰에선 영화가 길어 지루함을 유발한다는 평가도 있었기에 국내 수입사가 적절한 판단을 내렸다고 본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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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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