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매치' 앞둔 FC서울-수원 삼성 프로축구 K리그1 '슈퍼매치'를 앞둔 FC서울 황선홍 감독과 신진호(오른쪽),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과 데얀이 5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 팀의 84번째 슈퍼매치이자 지난해 10월 21일 이후 6개월 만에 갖는 맞대결은 오는 8일 오후 2시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2018.4.5

▲ '슈퍼매치' 앞둔 FC서울-수원 삼성 프로축구 K리그1 '슈퍼매치'를 앞둔 FC서울 황선홍 감독과 신진호(오른쪽),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과 데얀이 5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 팀의 84번째 슈퍼매치이자 지난해 10월 21일 이후 6개월 만에 갖는 맞대결은 오는 8일 오후 2시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2018.4.5 ⓒ 연합뉴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프로축구 K리그1 수원 삼성 블루윙즈과 FC 서울의 라이벌전은 '슈퍼매치'로 통한다. K리그판 엘클라시코로 꼽히는 두 팀의 대결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강호답게 1990년대부터 팽팽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왔다. 슈퍼매치는 어느덧 K리그에서도 가장 손꼽히는 흥행 카드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양팀의 2018시즌 첫 슈퍼매치는 이전의 치열했던 숱한 대결의 역사와는 또 다른 긴장감을 예고하고 있다. 어쩌면 우승 팀간의 경쟁보다 더 치열한 것은 벼랑 끝에 몰려있는 약팀들의 '절박한 1승'을 위한 생존경쟁이다. 공교롭게도 두 팀 모두 최악의 상황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더비 매치를 맞이하게 됐다. 이번엔 그냥 슈퍼매치가 아니라 슈퍼 '단두대' 매치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4경기 무승, 위기 맞은 FC 서울

FC 서울은 시즌 초반 황선홍 감독이 부임한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서울은 올 시즌 4라운드까지 2무 2패로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초반이기는 하지만 K리그1 12개 구단 가운데 10위로 밀려 있다. 2011년 황보관 전 감독 시절 이후 최악의 출발이다.

사실 올 시즌이 개막되기 전부터 황감독에 대한 서울 팬들의 여론은 이미 험악했다. 서울은 지난해 무관에 그치며 올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조차 따내지 못했다. 여기에 리빌딩을 명분으로 선수단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데얀, 오스마르, 윤일록 등 팬들의 사랑을 받던 핵심 선수들이 대거 이탈했다. 서울의 초반 부진이 길어지면서 황선홍 감독은 벌써 일부 팬들로부터 홈경기에서 야유를 받는가 하면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관중석에 걸리기도 했다.

설상가상 황감독에게 다가오는 슈퍼매치를 더욱 부담스럽게 하는 것은 수원 유니폼을 입고 적으로 만나게 된 데얀의 존재 때문이다. 한국축구 역대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이자 서울의 간판스타로 꼽혔던 데얀의 수원행은 서울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데얀의 수원 이적 이후 처음 성사된 이번 슈퍼매치는 사실상 '데얀 더비'로도 불리고 있다.

서울 시절, 데얀과 황선홍 감독의 사이가 그리 원만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 된지 오래다. 데얀은 수원 이적 이후 직접 황감독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수원 이적이후 달라진 환경을 언급하며 사실상 우회적으로 황감독을 비판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양팀의 대결을 앞두고 지난 5일 미디어데이에서 오랜만에 다시 재회한 황감독과 데얀은 서로 프로답게 악수를 나누고 미소를 지었지만 정작 경기장에서 어떤 모습이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

데얀은 슈퍼매치 역대 최다득점자(7골)이기도 하다. 수원 이적 이후에도 각종 대회에서 벌써 6골을 넣으며 적지않은 나이에도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작 서울은 데얀의 공백을 메워줘야 할 박주영과 에반드로 등이 부상에 시달리며 아직까지 데얀의 빈 자리를 메우지 못했다는 평가다. 서울 입장에서 승패도 중요하지만 만일 데얀에게 골이라도 얻어맞는다면 황감독에게는 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황 감독은 인천전이 끝난 후 "팬들의 심경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당장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나와 선수들을 믿고 기다려줬으면 좋겠다"며 응원을 당부했다. 만일 황 감독이 슈퍼매치를 승리한면 여론을 다소 반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비기거나 패할 경우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2011년 서울 지휘봉을 잡았던 황보관 감독은 공식 경기에서 11전 3승 4무 4패라는 부진에 허덕이다가 시즌 초반인 4월에 전격사임하고 최용수 감독이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지금까지 서울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질된 감독이었다. 올해의 황선홍 감독에게도 4월이 고비다. 서울 팬들이 원하는 최용수 전 감독이 중국 장쑤 쑤닝 사령탑에서 물러난 이후 재야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도 또 다른 변수다.

수비조직력 부실...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의 수원 삼성도 상황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리그에서 2승 1무 1패로 5위를 기록한 수원은 서울보다는 낫지만 팬들에겐 만족스러운 초반 성적표는 아니다. 3일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H조 조별리그 5차전에서 시드니 FC에 1-4로 참패하며 큰 충격에 휩싸였다.

서울이 창이 약해서 고민하고 있다면 수원은 방패가 부실하다. 시드니전에서 허용한 4실점은 모두 수원의 실수에서 비롯됐다. 시즌 초반부터 수비형 미드필더 김은선과 최성근, 센터백 매튜, 양상민, 곽광선 등이 번갈아가며 줄부상에 시달린 탓에 허약한 수비 조직력이 최대 약점으로 떠올랐다.

슈퍼매치에서 강한 데얀과 염기훈이 건재하지만 후방이 불안해서는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수 없다. 두 선수는 모두 30대 중반을 넘긴 노장이다. 리그에만 집중할수 있는 서울과 달리, 수원은 리그와 ACL을 병행해야하는 체력적 부담이 크다. 16강을 일찍 확정지을수 있는 기회를 또 놓치며 슈퍼매치와 ACL 조별리그 최종전까지 잇달아 총력전을 펼쳐야하는 일정상의 부담까지 안게 됐다.

최근 수원은 슈퍼매치에서 유독 고전했다. 서울과 역대 상대전적에서는 수원이 30승 21무 32패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지만, 리그에만 국한하면 최근 10경기 연속(5무 5패)으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슈퍼매치를 앞두고 수비 조직력을 정비하고 침체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게 급선무다.

양팀의 첫 슈퍼매치는 8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어느 쪽이든 지는 팀은 상당한 타격을 받게될 전망이다. 바로 그런 절박함이 라이벌전을 라이벌답게 만드는 매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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