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 SBS 스페셜>의 한 장면. 셀카 삼매경에 빠져 있는 여자, 사람들의 말소리가 필요한 여자, 인간관계가 제일이라는 남자, 아무 생각이 없는 남자. 이렇게 네 사람은 고독의 방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SBS < SBS 스페셜>의 한 장면. 셀카 삼매경에 빠져 있는 여자, 사람들의 말소리가 필요한 여자, 인간관계가 제일이라는 남자, 아무 생각이 없는 남자. 이렇게 네 사람은 고독의 방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 SBS


스마트폰 중독이 참 무섭다. 이 작은 기기를 손에서 놓을 일이 거의 없다. 일을 하는 시간을 빼고는 틈 날 때 마다 스마트폰이 심심함을 달래준다. 게다가 매우 유용해서 모르는 것이 있으면 즉시 인터넷을 키고 정보를 검색해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스마트폰이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도 어려워졌다.

어렸을 때는 스마트폰이 없기도 했지만 사색하는 것을 좋아했다. 혼자 골똘히 생각하다가 시로, 글로 노트에 적어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다보니 상상의 나래에서 다양한 일을 해보기도 하고 특별한 능력을 가지기도 했다.

요즘은 어떨까. 왜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검색 한 번이면 모든 걸 볼 수 있고 다양한 콘텐츠로 인해 심심할 틈도 없다. 그러니 지금에는 생각할 필요가 없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창의적인 일보다는 단순 반복적인 일들을 선호하게 됐다. 4차 산업 시대가 오고 있다는데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스스로 갇히기를 원했던 사람들

이런 나에게 솔깃한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SBS 교양 프로그램 <SBS 스페셜> '검색 말고 사색, 고독 연습' 편이었다. 스스로 갇히기를 원했던 사람들. 스마트폰, 인간관계 다 멈춘 채로 방 안에서 사색을 하겠다고 신청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고독의 방에 들어가게 된 네 사람은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셀카 삼매경에 빠져 있는 여자, 사람들의 말소리가 필요한 여자, 인간관계가 제일이라는 남자, 아무 생각이 없는 남자. 이렇게 네 사람은 고독의 방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나도 언제인가 고민해봤던 질문이었다. 하지만 깊게 하지는 못했다.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학교부터 시작된 입시를 향한 달리기에 내가 누구인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조금이라도 남들보다 앞서나가야 했다.

대학에 가면, 나를 살피고 주변을 살피면서 걸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 걸음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 공부를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대학에 와서 깨달은 것은 아직 달리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중간에 물 한 모금 마셨을 뿐, 아직 달려야할 길이 많이 남아있었다.

네 사람도 각자 이유는 달랐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지 못한 채로 살아왔다. SNS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찾느라 바쁘기도 하고 쓸모없는 시간을 보내기 싫어 사람들을 쉴 틈 없이 만나기도 했다. 이유는 달랐으나 천천히 생각하기를 거부하는 사회 속에서 쫓기다보니 '나'는 없었다.

'왜'라는 질문을 자꾸만 던져야하는 이유

 SBS < SBS 스페셜>의 한 장면. 회사의 대표 이형우씨는 말한다. 생각하는 힘이 성공의 힘이라고.

SBS < SBS 스페셜>의 한 장면. 회사의 대표 이형우씨는 말한다. 생각하는 힘이 성공의 힘이라고. ⓒ SBS


좀처럼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추가 질문이 던져졌다.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이유를 물어본 것이다. 그러자 이야기들이 조금씩 풀어진다. 과거로부터 지금으로부터 자신에 대해서 점차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게 시작이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는 것. 내 행동들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 그것이 제일 먼저 해야 될 일이었다.

우리나라의 한 IT기업은 특이한 면접을 진행한다. 면접 대상자에게 다른 기업과는 차별화 된 질문을 하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일을 하는 가' '나와 회사는 어떤 관계인가'. 이 회사는 3가지의 질문을 통해 겉치레가 아닌 지원자의 진짜 모습을 물어본다. 입시에 올인 했던 학창시절, 스펙 쌓느라 바빴던 대학 시절. 그 동안 물어본 적 없는 질문들이기에 어렵기만 하다.

"왜라고 하는 질문은 우리의 생각을 여는 열쇠의 역할을 하죠. 그렇게 '생각력'을 가지고 있으면, 생각의 근력을 키워놓으면 제대로 성과를 내고 성공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회사의 대표 이형우씨는 말한다. 생각하는 힘이 성공의 힘이라고. 직원들에게 잘 먹고, 잘 놀면서 스스로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기까지 하니. 회사가 얼마나 잘 생각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 알 수 있다. 이는 실제로 건설 설계 소프트웨어 분야 세계 1위라는 큰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쯤 되니 스마트 폰만 잡고 있는 내 손이 부끄러워질 지경이다.

어찌 보면 사회가 생각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멈추고 나와 주변을 살피기보다는 달리는 것만 강요받았으니까. 그럼에도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달리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잘 달리기 위해서라도. 비록, 고독의 방에 홀로 들어가 생각을 해볼 자신은 없지만 지금 당장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짧은 사색을 가져보는 것으로, 나를 살펴보려고 한다.

덧붙이는 글 <다큐발굴단>을 통해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찾아서 보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재밌는 다큐들, 이야깃거리가 많은 다큐들을 찾아보고 더욱 사람들이 많이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사색 고독 연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