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신인 투수에게 호되게 당했던 KIA가 팀 완봉으로 이닝 시리즈를 만들었다.

김기태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29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13안타를 터트리며 7-0으로 완승을 거뒀다. 27일 경기에서 한 이닝 2홈런을 때렸던 안치홍은 이날도 7회 4번째 타석에서 임현준으로부터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터트렸다. 안치홍은 올 시즌 5경기에서 벌써 3홈런9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정용운이 5회까지 92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5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챙겼다. 박정수,김윤동,문경찬으로 이어진 젊은 불펜 투수들도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 완봉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이날 챔스언스필드를 가장 뜨겁게 만든 선수는 역시 시즌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결승홈런을 포함해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한 KIA의 최고령 야수 정성훈이었다.

야금야금 대기록 만들어 갔던 KBO리그의 조용한 전설 

최희섭-송원국-이헌곤-정성훈으로 이어지는 1997년 광주일고 막강 내야진의 유일한 2학년생이었던 정성훈은 1999년 1차 지명을 받고 고향팀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하지만 당시 해태는 IMF외환위기를 겪으며 가세가 기울었고 정성훈이 3년 차였던 2001년 KIA에 인수됐다. 물론 정성훈은 팀이 인수된 이듬 해에도 타율 .312 9홈런39타점16도루를 기록하며 KIA의 차세대 스타로 착실히 성장하고 있었다.

대타로 나선 KIA 정성훈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8회말 대타로 나선 KIA 정성훈이 타격을 준비하고 있다.

▲ 대타로 나선 KIA 정성훈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8회말 대타로 나선 KIA 정성훈이 타격을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KIA는 숙원이었던 장타 보강을 위해 정성훈을 '리틀쿠바' 박재홍과 트레이드했고 정성훈은 현대유니콘스 이적 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기분 좋은 반전을 만들었다. 물론 타율에서는 다소 기복이 있었지만 정성훈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과 60개 이상의 타점을 기록하는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2008 시즌이 끝난 후에는 FA자격을 얻어 동갑내기 이진영(kt 위즈)과 함께 LG로 이적했다.

LG가 거액을 투자해 이진영과 정성훈을 동시에 영입한 이유는 2002년 한국시리즈 진출 이후 6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했던 흑역사를 끝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올스타급 야수 2명의 합류에도 LG는 2012년까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출전하지 못했다. LG의 우울한 나날들이 이어진 기간에도 정성훈은 FA 계약기간 4년 동안 두 차례나 3할 타율을 기록하면서 좋은 활약을 이어갔다.

2012 시즌이 끝나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정성훈은 4년 34억 원의 조건으로 LG에 잔류했고 2013년 타율 .312 9홈런 62타점 13도루를 기록하며 LG를 11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2014년에는 1번타자로 변신해 타율 .329 13홈런59타점으로 성적을 더욱 끌어 올렸다. 무엇보다 정성훈의 2번째 FA 계약기간 4년(2013~2016년) 동안 LG는 세 번이나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정성훈이 늦게나마 LG의 '가을야구 전도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정성훈은 2016 시즌이 끝나고 3번째 FA자격을 얻었지만 LG에서는 30대 후반을 향해가는 정성훈과의 장기계약을 꺼렸다. 결국 정성훈은 긴 협상 끝에 1년 7억 원이라는 단년 계약을 맺었고 2017년 우타자 최초 7000타수와 2100안타 기록을 달성했다. 비록 기회는 한정됐지만 타율 .312 86안타 6홈런 30타점으로 시즌 성적도 매우 훌륭했다. 2017년까지 통산 2135경기에 출전한 정성훈은 양준혁과 함께 역대 최다 경기 출전 타이기록을 만들었다.

'명불허전' 정성훈, 시즌 첫 선발 출전 경기서 3안타 1홈런 2타점 작렬

2018년 1경기만 더 나가도 역대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한 '전설'이 될 수 있었지만 정성훈은 2017년 11월 구단으로부터 갑작스런 방출 통보를 받았다. 나이가 많아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고 포지션이 1루와 지명타자로 한정돼 있어 활용폭이 좁다는 이유였다. 물론 7억 원에 달했던 많은 연봉도 LG에겐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정성훈은 9년 동안 1019개의 안타를 때렸던 LG에서 짐을 싸야 했다.

뛰어난 기량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많은 나이 때문에 어느 구단도 쉽게 정성훈에게 러브콜을 보내지 못했고 정성훈은 대기록 달성을 앞두고 타의에 의해 현역생활을 마감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1월 '디펜딩 챔피언' KIA에서 연봉 1억 원에 정성훈을 영입했다. 정성훈의 커리어를 생각하면 만족할 만한 조건은 아니었지만 정성훈으로서는 고향팀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었다.

대타로 나선 KIA 정성훈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8회말 KIA 정성훈이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 대타로 나선 KIA 정성훈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8회말 KIA 정성훈이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정성훈은 24일 kt와의 개막전에서 대타로 출전하며 역대 최다출전 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개막 후 4경기에서 4번의 타격 기회를 얻어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그럼에도 김기태 감독은 29일 삼성전에서 정성훈을 2번 1루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주전1루수 김주찬이 허리 부상으로 이틀째 선발명단에서 제외됐고 1루를 맡을 수 있는 서동욱과 최원준은 좌타자이기 때문에 삼성의 좌완 선발 백정현에 대비해 우타자 정성훈을 내세운 것이다.

그리고 정성훈은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활약으로 자신을 믿고 선발 출전시킨 김기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1회말 백정현으로부터 우측담장을 넘기는 결승 솔로 홈런을 터트린 정성훈은 5회말 좌전 적시타, 7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2루타를 때려냈다. 정성훈이 KIA 유니폼을 입고 홈런을 때린 것은 지난 2002년 10월 14일 삼성과의 더블헤더 2차전 이후 무려 5645일 만이다.

시즌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결승 홈런을 포함해 3안타에 멀티타점으로 맹활약했지만 주전 김주찬이 부상에서 돌아오면 정성훈은 다시 대타 요원 및 백업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KIA의 덕아웃에 KBO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경험을 갖춘 타자가 있다는 것은 그 자체 만으로 후배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LG를 가을야구로 이끌었던 강타자 정성훈이 이제 고향팀 KIA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KIA 타이거즈 정성훈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