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시즌을 맞이하는 메이저리그 시범경기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3월 30일(이하 한국 시각) 부로 메이저리그는 각 팀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팀당 162경기, 도합 2430경기의 정규 시즌을 시작하게 된다.

스프링 캠프를 시작할 때는 40명의 메이저리그 보호선수와 정원 외 초청선수들까지 합하여 수십 명이 훈련을 시작하지만, 시범경기 단계를 거치면서 생존 인원은 점차 줄어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개막 로스터에 들어갈 25명의 선수만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팀에서 보호선수로 묶어 놓은 일부 유망주들과 가벼운 부상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신분은 유지하지만 마이너리그나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한다.

한국인 선수들 중 이 개막 로스터 진입이 확정된 선수는 4명이다.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선발 로테이션 진입이 일찌감치 확정되어 구종을 가다듬는 실험을 시도했고,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역시 수비 부담을 덜어낸 지명타자 역할이 확정되어 새로운 타격 자세를 테스트했다.

오승환(토론토 블루제이스)은 취업 비자 발급이 늦어 2경기만 등판했지만, 마무리투수 로베르토 오수나보다 앞서 등판하는 필승조 역할을 무리 없이 맡을 예정이다. 최지만(밀워키 브루어스)도 시범경기에서 대타로 출전하여 4할대의 타율을 기록, 개막 로스터에 합류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고졸 출신 배지환(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은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1경기 교체 출전을 경험했고, 일단 마이너리그에서 육성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등판 일정 확정된 류현진, 급증한 피안타 문제는 해결 과제

다저스의 정규 시즌 5번째 경기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원정 경기 등판이 확정된 류현진은 28일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LA 에인절스와의 마지막 시범경기에 선발로 등판하여 4.2이닝 9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3실점(2자책)을 기록하며 점검을 마쳤다. 투구수도 86구까지 끌어올리며 정규 시즌에서 언제든지 100구 전후로 던질 몸 상태로 거의 만들었다.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류현진이 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경기에서 973일 만의 승리 투수가 된 뒤 인터뷰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류현진 ⓒ 연합뉴스


일단 류현진은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지난 시즌에 충분히 증명했다. 어깨 수술에서 복귀한 이후 처음으로 풀 타임 시즌을 소화했고, 팔꿈치나 어깨 문제로 부상자 명단에 들어간 적도 없었다. 10일 부상자 명단에 들어갔던 것은 다저스 선발투수 자원이 많은 것도 있었고, 휴식 차원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거르는 차원으로 다녀왔을 뿐 일정은 선수단과 정상적으로 동행했다.

겨울에 다저스에서는 사치세 문제로 인해 선수단 연봉 절감 차원의 선수 정리가 있었고, 올 시즌 다저스는 연봉 총액 순위 1위에서 드디어 내려왔다. 류현진보다 연봉이 많았지만 팀에 큰 도움이 되진 못했던 브랜든 맥카시(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스캇 카즈미어(방출) 등이 다저스를 떠났고, 류현진은 선발 로테이션에 무혈 입성했다.

이에 류현진은 새로운 구종 추가에 집중했다. 기존의 커브도 그대로 던지고, 손가락을 다르게 잡는 방법으로 회전수를 늘린 커브를 추가했다. 빠른 공 계열에서도 공의 움직임이 더 큰 투심 패스트볼이 추가되면서 보다 다양한 볼 배합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고, 시범경기에서 나름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시범경기를 통해 좋은 내용만 나왔던 것은 아니었다. 28일 경기만 해도 투구수에 비해 이닝 소화는 다소 적었다. 86구를 던졌지만 5이닝을 채우지 못했던 것이다. 공을 배트에 맞혀 잡는다고 쳐도 빗맞은 타구가 안타로 연결된 경우가 많았다.

다만 빗맞은 타구들은 타구의 힘 자체가 강하지는 않아서 장타로 연결되는 일은 적다. 이러한 타구들에 대해서는 제구가 더 잘 되면 내야에서 타구를 처리해서 아웃을 잡아낼 수 있다. 대신 야수들이 어느 정도 수비에서 도움을 주어야 최상의 실현 조건이 되는데, 이는 정규 시즌에 들어간 뒤 야수들의 페이스에 따라 달려 있다.

베테랑 추신수, 레그 킥으로 명예 회복 노린다

2005년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던 추신수는 올 시즌 처음으로 레그 킥 타격 자세를 시도하고 있다. 몸쪽 공이 치명적 약점으로 지적되었고, 이에 대한 대처로 타격 자세를 바꾼 것이다. 타격 자세를 바꾼다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몸의 밸런스가 무너질 수도 있지만 시범경기 18경기에서 타율 0.304에 OPS 0.940 2홈런 9타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사실 추신수는 7년 1억 3천만 달러의 FA 계약 이후 4년이 지났지만, 풀 타임을 만족할 만한 모습을 보여줬던 시즌이 단 한 번도 없었다. 2014년에는 팔꿈치와 발목 부상을 안고 더 큰 부상을 입은 다른 선수들 몫까지 대신해서 뛰었으며, 후반기에 잘 했던 2015년에도 처음 한 달 타율이 0.096이었다. 2016년에는 부상자 명단만 4번을 다녀왔고, 2017년에는 나쁘진 않았지만 좋은 평가를 받기에는 다소 애매한 성적을 남겼다.

젊은 시절의 추신수는 선구안과 정확도에 빠른 발, 강한 어깨, 적당한 파워 등 다양한 능력치를 기반으로 활약했으며, 이로 인하여 2할 대 후반에서 3할 대 사이의 타율을 기록하면서 20홈런과 20도루를 모두 해낼 수 있는 선수로 인정 받았다. 그러나 부상으로 인하여 위험이 큰 도루를 자제하게 되었으며, 부상 위험이 적은 지명타자로 서서히 이동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추신수, 첫날부터 라이브배팅  미국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가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첫날 훈련에서 투수가 던지는 볼을 치는 '라이브 배팅'을 하고 있다.

미국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 ⓒ 연합뉴스


추신수는 2011년까지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중심 타선에 있었다가 2012년부터 테이블세터로 역할을 바꿨다. 주로 1~2번 타순에 배치되어 출루율이 높은 장점을 극대화했고, 이로 인하여 FA 시장에서 대박을 낼 수 있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추신수는 나름 좋은 역할을 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부상 위험으로 인하여 수비 부담을 덜어가는 과정에서 보면, 지명타자로서의 가치가 아직 높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메이저리그 팀에서 지명타자들은 클러치 상황에서의 타점 생산에 주 역할을 두고 있는데, 사실 추신수는 그 역할과는 거리가 다소 먼 타자였다. 그리고 추신수는 아직 그 역할로서의 변화를 겪고 있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추신수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타격 자세를 바꿨다. 레그 킥으로 자세를 바꾸면서 타구의 각도를 높여 장타를 더 많이 만들어내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홈 구장인 글로브 라이프 파크가 바람의 흐름으로 인해 공을 높이 띄우면 홈런이 많이 나오는 만큼 추신수 역시 보다 많은 타점을 만들어내기 위한 변화를 시도했다.

통산 400세이브 앞둔 오승환, 일단 출발은 셋업맨

천신만고 끝에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하고 취업 비자 문제까지 해결한 오승환(토론토 블루제이스)은 시범경기에 2경기만 등판(마이너리그 연습경기는 제외)하면서 실전 점검의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비자 발급 이전까지 정상적으로 팀 훈련을 소화하면서 실전과 같은 훈련을 실시하며 시즌을 준비해왔다.

오승환은 KBO리그 시절(삼성 라이온즈) 277세이브, NPB 시절(한신 타이거즈) 80세이브 그리고 메이저리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39세이브를 기록하며 통산 396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4번의 세이브만 더 성공하면 한국인 최초로 통산 400세이브 고지에 오르지만, 블루제이스의 주전 마무리투수가 로베르토 오수나이기 때문에 당장은 이 기록에 올라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995년생 오수나는 현재 메이저리그의 최연소 마무리투수다. 2015년에 20세이브, 2016년에 36세이브 그리고 2017년에 39세이브를 기록하며 블루제이스의 뒷문을 지키고 있으며 올 시즌 40세이브에 도전하고 있다.

다만 평균 자책점이 2.58, 2.68, 3.38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지난해에 블론세이브가 무려 10회나 되었다는 점이 마음이 걸린다. 물론 지난 해의 오승환과 마찬가지로 오수나 역시 제 4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멕시코 대표 참가)에 참가한 후유증이 있었다는 점은 감안하더라도 블론세이브가 너무 많았다.

공교롭게도 오승환은 카디널스 시절에도 구원투수들 중 가장 강력한 임팩트를 선보이다가 트레버 로젠탈이 부상을 동반한 부진으로 흔들리자 마무리투수 역할을 차지한 적이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의 39세이브는 이러한 보직 변동으로 인해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마리아노 리베라의 은퇴 이후 투수들의 지옥이라 불리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장기간 생존하는 마무리투수가 없다는 점에서도 오승환이 마무리 보직을 다시 얻을 가능성은 있다. 양키스는 리베라의 은퇴 이후 아롤디스 채프먼을 마무리투수로 활용하고 있지만 2016년에는 징계 + 트레이드, 2017년에는 어깨 부상으로 잠시 쉬는 등 아직 풀 타임으로 활약하진 못하고 있다.

일단 오승환은 2016년에 카디널스에서 그랬듯이 꾸준히 등판하여 강력한 임팩트를 보여주는 것이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기회다. 만일 블루제이스에서 풀 타임 셋업맨으로 1년을 보내더라도 이후 다시 FA 시장에 나와서 좋은 가치를 인정받고 다른 팀에서 마무리투수로 활약할 기회를 또 얻을 수 있기에 이번 한 해는 가치를 회복할 좋은 기회가 된 것이다.

극한 서바이벌 살아남은 최지만, 극적인 로스터 합류

스플릿 계약으로 스프링 캠프에 초청선수로 참가했던 최지만은 초청선수 신분으로 인하여 출전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다. 주로 교체 출전이 많았고, 그 틈새 기회에서 최지만은 0.409의 타율(44타수 18안타)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남겼다.

하지만 브루어스의 1루수 자리에 에릭 테임즈가 주전으로 있었으며, 백업으로 헤수스 아귈라도 있었다. 외야수 라이언 브론도 1루를 겸업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최지만이 생존할 가능성은 적어 보였으나 일단 2016년에 이대호가 그랬듯이 초청선수임에도 시범경기에서 생존하여 로스터 합류에 성공했다.

최지만은 2016년에는 룰5 드래프트 규정에 의해 LA 에인절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하지만 이후 적응하지 못하면서 기회를 잃었고, 2017년 뉴욕 양키스를 거쳐 2018년 브루어스에서 다시 기회를 얻었다. 개막 로스터 진입은 2016년 에인절스 시절 이후 2년 만이며, 최지만은 개막전이 열리는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로 이동했다(펫코 파크 원정 경기).

일단 개막 로스터 진입에는 성공했지만, 최지만의 역할은 주전이 아닌 백업이라 언제 출전하게 될지 아직은 장담할 수 없다. 또한 브루어스는 투수 11명, 포수 2명, 내야수 8명, 외야수 4명으로 로스터를 구성했는데, 조만간 투수 1명을 보충하면서 야수 1명을 트리플A로 보낼 가능성도 있어서 최지만으로서는 존재감을 강력하게 어필할 필요가 있다.

동부 오승환, 중부 최지만, 서부 추신수&류현진까지 모두 챙겨볼 수도 있어

개막 로스터에 포함된 한국인 메이저리그 선수 4명은 소속 팀이 각 지구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이로 인하여 한국 기준으로 새벽 경기부터 시작하여 점심 시간 대까지 경기를 이어 볼 수 있는 날도 만들어질 가능성이 다시 생겼다.

우선 오승환이 소속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시간대는 한국 기준으로 새벽에서 오전까지다. 다음 최지만이 소속된 브루어스의 연고지인 위스콘신 주와 추신수가 소속된 레인저스의 텍사스 주가 경기 시간대가 비슷하다. 한국 기준으로 해돋이 전후부터 오전까지 경기를 치른다.

마지막으로 류현진이 선발로 등판하는 날이면 서부지구는 밤 경기를 치르게 될 경우 한국의 점심 시간 전후로 경기를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오승환과 최지만이 교체 출전하고, 추신수가 선발로 출전하는 날 류현진까지 선발로 등판하게 되면 새벽부터 점심 때까지 최대 4경기를 챙겨 볼 수 있는 꿈의 시간표가 나올 수도 있다.

물론 이는 서로의 경기 시간대가 겹치지 않고, 4명의 선수가 모두 출전한다는 전제 하에 이뤄지는 시나리오다. 한국인 선수들이 모두 좋은 활약을 펼쳐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는다면 메이저리그 소식에 눈을 떠서 저녁에 KBO리그 소식까지 확인하는 등 하루 종일 야구 소식을 받아볼 수 있는 날이 자주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주전으로 역할이 보장된 선수도 있고, 경기 후반 교체 출전을 노려야 하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출전과 활약 소식을 기다리는 팬들은 그들이 출전 명단에 포함되는지 손꼽아 기다리기도 한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된 4명의 선수들이 그러한 팬들의 염원에 보답할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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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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