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네온은 아르헨티나에서 유명한 아코디언의 일종인 악기다. 탱고의 영혼, 반도네온의 매력은 무엇일까? 반도네온 연주가 진선은 말한다.

"바람통을 열고 뺄 때 나는 바람소리가 숨소리 같아요.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악기라서 연주할 때도 재미있게 해요.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을 것 같아요."

황보령이 결성한 밴드 스맥소프트에서 키보드를 연주하기도 했던 진선은 2012년 1집 앨범 <La Puerta>, 2013년 EP <꿈꾸는 사람>, <선물>을 발표했고, 첼리스트 예슬, 가야금 연주가 한혜진과 함께 카라멜클래식에서 활동했다. 그러다 지난 2월, 5년 만에 EP <퍼즐조각(Hide and Seek)>을 발표했다. '퍼즐조각', 'Winter Tree' 두 곡을 담았다.

"일상에서 갑자기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잖아요? 그 짧은 기억들이 합쳐졌을 때, 이거구나 하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런 순간을 퍼즐조각에 비유한 곡이 '퍼즐조각'이에요. 'Winter Tree'는 한여름 밤에 쓴 곡이에요. 우울할 때가 있었어요. 그 기분이 새하얀 눈 밤 속의 한 그루 나무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이 곡은 이야기하듯이 빨리 썼던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는 스페인 세군도 드 쇼몽 감독의 그로데스크한 영화 장면을 차용해 제작했다.

"유령들이 우리의 기억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이 아닌가 해요."

그는 EP의 테마를 '기억'이라 말하면서도 듣는 이의 몫으로 남겨두길 바랐다.

"많은 사람이 이야기를 듣고 각자의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하는 게 매력적인 것 같아요. 한 가지 음악을 들었을 때, 한 가지 주제로도 다른 생각들을 하잖아요?"

지난 3월 6일, 반도네온 연주가 진선을 서울 종로 청계천에서 만났다.

 반도네온 연주가 진선

반도네온 연주가 진선 ⓒ 김광섭


- 봄날, 청계천에 왔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강아지와 산책하는 것과 자연을 좋아해요. 봄이 짧잖아요? 어떻게 보내야 할까 고민하고 있어요."

- 이름 '진선'은 어떤 뜻이죠?
"보배 '진', 베풀 '선', 보배를 베풀라는 뜻이 있어요(웃음)."

- 그러한 삶을 살고 있나요?
"나이를 한 살씩 먹다 보니까 최대한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웃음)."

- '퍼즐조각' 곡에는 숨바꼭질이라는 부제가 있는데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기억의 숨바꼭질이라고 영어로 넣고 싶었는데 조금 길었어요. 두 의미도 맞아서 넣었어요."

- 곡 작업 때,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요?
"막상 작업해야 할 때는 안 떠오르고, 혼자 길을 걸을 때 갑자기 생각이 나거나 욕실 같은 곳에서 많이 떠올라요.(웃음) 항상 핸드폰으로 녹음하거든요. 막상 작업할 때 들어보면 그때 그 느낌이 아닐 때도 있어요."

- 어떤 부분에 신경을 쓰고 들으면 더 잘 들을 수 있을지.
"어떤 악기가 합쳐졌든 있는 그대로 들어주시는 게 좋은데, 반도네온만을 생각한다면 반도네온이 표현하는 세심한 표현들? 비브라토, 바람통 소리, 꾸밈음이요."

- 이번 곡은 어떤 분이 들으면 좋을지?
"답답하실 때?(웃음)"

"제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게 연주하는 게 목표"

 「퍼즐조각」 ,「Winter Tree」두 곡이 실린 EP <퍼즐조각(Hide and Seek)>

「퍼즐조각」 ,「Winter Tree」두 곡이 실린 EP <퍼즐조각(Hide and Seek)> ⓒ 루비뮤직


- 함께 연주한 동료들에게 감사할 것 같은데요?
"첼리스트 예슬씨는 저와 4년 정도 연주했어요. 피아노는 피아니스트 박종훈 선생님께서 직접 해주셨고요. 공연 땐, 1~2년 정도 함께 한 황안나 친구가 피아노를 치고요. 바이올린 연주가 우태씨와 처음 작업했어요. 요구 사항도 많았는데 다들 흔쾌히 더 아이디어도 내주고 해서 즐겁게 작업했어요."

- 반도네온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이 어땠는지?
"권유를 받아서 시작하게 되었지만 시작하기 전까지는 많이 고민했어요. 음악이 취미였는데 반도네온을 하면 직업이 돼야 하니까 고민을 많이 했죠. 체사레 끼아끼아레따 선생님의 음반을 들었는데, 음색, 감성? 그런 것들이 너무 좋은 거예요. 이탈리아 연주자세요. 아는 곡인데도 이렇게도 표현이 되는 거구나. 원래는 아코디언을 했었거든요. 유사성이 있지만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했고, 그 앨범이 닳을 때까지 매일 들었어요. 반도네온을 연주하기로 결정하기까지 몇 달이 걸렸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가 2009년인가? 그래요."

- 진선은 반도네온과 닮았나요?
"약간 우울한 느낌의 음색을 나타낼 때, 그럴 때 닮았다 생각해요. 항상 우울한 것은 아니고요(웃음). 사람의 깊은 느낌을 표현할 때, 매력이 많아요. 계속 저도 찾아가는 중이에요."

- 연주자로서의 하루는 어때요?
"쉬는 날에는 연주를 안 하고요. 강아지와 놀고 산책을 해요.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요. 작업, 공연 때는 밤에 작업을 주로 하고요. 밝을 때는 연습하고요. 어렸을 때는 밤에 작업하면 잘 된다 생각했는데, 이제는 체력이… (웃음) 최대한 아침에 일어나서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음악 철학이 있다면?
"평범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어렵다고 느껴요. 음악을 놓지 않고 계속 갔으면 좋겠어요. 후회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요. 굉장히 형식적이지만 어떨 때는 큰 고민으로 다가올 때가 있거든요. 이상적으로 제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게 연주하는 게 목표입니다."

- 어떨 때 고민이 되나요?
"창작의 고통이 올 때요(웃음). 오히려 연습할 때는 그러지 않아요."

"반도네온, 도레미파솔라시도 몰라도 시작할 수 있는 악기"

 진선

진선 ⓒ 루비뮤직


- 진선을 기쁘게 하는 것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순간,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

- 진선을 슬프게 하는 것은?
"안 좋은 뉴스들이나 몸이 안 좋을 때?"

- 반도네온 연주는 체력이 중요할 것 같아요.
"체력 소모가 커요. 가끔 저를 보시는 분들이 힘들어 보인다고 하실 때도 있는데, 실제로 연주할 때 힘든 적은 많이 없어요. 근데 몸을 많이 쓰는 악기라서 그렇게 보이실 수도 있고요. 밥을 안 먹고 하면 힘들 때가 있죠(웃음)."

- 반도네온 악기를 배워보고 싶은 이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반도네온 악기가 희귀성 있다고 많이 생각하세요. 실제로 국내에서 구입이 쉬운 악기는 아니다 보니까 어려워하시고요. 비쌀 것 같다, 하기 힘들 거다 말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취미로 많은 분들이 하세요. 악기를 대여해서 배울 수 있는 곳도 있고요.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몰라도 시작할 수 있는 악기죠. 사실 어려운 것은 모든 악기가 다 똑같다고 생각해요. 어렵게 다가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 2집은 언제 만날 수 있을지?
"정규를 먼저 계획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정규 앨범이라는 게 의미가 없어지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이나 주제를 정해서 싱글, 미니 앨범으로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년에 계획은 있기는 한데 잘 모르겠어요."

- 봄에 들으면 좋은 진선 곡이 있다면?
"봄이니까 따뜻해야겠죠? '선물' 곡이요. 뉴에이지 곡이에요. 가을 여행 가서 만든 곡이죠. 약간 기분이 가라앉았을 때 여행을 갔는데 구름, 나무, 바람 여러 풍경이 정말 선물처럼 다가왔다 느꼈어요. 자연에 의한 선물이요."

- 인사를 전한다면?
"함께하게 되어서 너무 반갑고요. 앞으로 더 자주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까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4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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