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시범경기 두 번째 날인 14일 리그 정상급 좌완 선발투수들이 3명이나 등판했다. 지난해 리그 MVP와 한국 시리즈 MVP 그리고 최동원상까지 모두 휩쓴 양현종(KIA 타이거즈)과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로 1년을 쉰 김광현(SK 와이번스), 그리고 꾸준하게 5년 연속 10승 이상을 달성했던 유희관(두산 베어스)까지 모두 등장했다.

다만 3명이 모두 선발로 등판하지는 못했다. 8월에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으로 인하여 정규 시즌 일정이 길어지고 시범경기 일정이 짧아지며 각 팀은 선수들의 준비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이 8경기 밖에 없다.

선발투수들도 처음부터 100구를 던지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하기 때문에 일단 1+1 형태로 다양한 투수들이 등판하며 상태를 점검했고, 이에 따라 경기 중간에 등판하기도 했다. 이 날은 유희관이 선발로 등판하지 않고 중간에 등판하여 상태를 점검했다. 그리고 이 3명의 투수는 모두 호투하며 올 시즌에 대한 기대를 밝게 했다.

안경 벗은 양현종, 변함없는 에이스의 위력

'그날의 감동 다시 한번 더'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골든 포토상을 수상한 KIA 타이거즈 양현종이 사진과 같은 포즈를 취해보이고 있다.

▲ '그날의 감동 다시 한번 더'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골든 포토상을 수상한 KIA 타이거즈 양현종이 사진과 같은 포즈를 취해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광주 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렸던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했던 양현종은 원래 라식 수술을 받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안경을 쓰고 경기에 임했다. 이날 양현종은 안경을 벗고 마운드에 올랐다. 양현종이 안경을 벗은 데는 다음과 같은 공약 조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역사상 좌완 투수 단일 시즌 최다승(20승)을 올렸다. 그리고 타이거즈는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등극했다. 양현종은 2차전에 선발로 등판하여 승리투수가 되었고, 3일 휴식 후 5차전에는 마무리투수로 등판해 시리즈를 끝내는 세이브를 기록했다.

세 번째로 양현종은 지난 해 여름 득남하면서 둘째를 얻었다. 앞서 양현종은 한 스포츠 케이블 방송사에서 3가지를 공약 조건으로 내세웠고 그 공약대로 안경을 벗고 마운드에 올랐다. 안경을 쓸 때와 벗을 때의 제구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양현종의 투구 밸런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날 선발로 등판한 양현종은 1회초 선두타자 조수행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감각을 확인한 양현종은 바로 이어진 박건우와의 대결에서 병살타를 유도해 1-4-3 병살타를 완성했다. 2회 초에도 양의지에게 2루타를 허용했지만 오재원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넘겼다.

3회 초가 가장 큰 위기였다. 2사 후 조수행에게 내야 안타를 내준 데 이어 2루 도루까지 허용하며 득점권에 주자를 보낸 양현종은 박건우를 3루수 앞 땅볼로 유도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35구).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도 2경기 무실점을 기록했던 양현종은 시범경기까지 3경기 연속 무실점을 이어가며 쾌조의 개막 준비를 알렸다. 양현종은 24일 광주에서 열리는 kt 위즈와의 홈 경기에서 정규 시즌 개막전 선발로 나선다.

유희관도 무실점 투구, 1~4선발 첫 등판 마친 두산

같은 날 등판했던 두산의 왼손 선발투수 유희관도 순조로운 개막 준비를 알렸다. 이 날 두산의 선발투수는 올 시즌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 투수 세스 후랭코프였다. 후랭코프는 3.2이닝 3피안타 2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등판을 마쳤다(63구). KBO리그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는 과정이라 투구수가 다소 많았던 점이 흠이었으나 빠른 공의 최고 속도가 시속 150km에 이르렀다.

유재유가 4회를 마무리한 뒤, 유희관은 5회부터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5회말 수비에서 KIA의 오준혁, 최원준 그리고 정성훈을 각각 유격수 땅볼, 헛스윙 삼진, 3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이 3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데 필요한 공은 11구에 불과했다. 6회말 수비에서 김주형(우익수 뜬공), 유민상(루킹 삼진) 그리고 이영욱(2루수 땅볼)을 상대하는 데에도 유희관은 13구만 던지고 이닝을 마쳤다.

유희관도 7회에 위기를 맞이하기는 했다. 선두타자 백용환을 투수 땅볼로 처리한 유희관은 홍재호와 7구 접전을 치른 끝에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유희관은 오정환을 2루수 뜬공, 오준혁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하며 등판을 마쳤다.

두산은 KIA와의 시범경기 첫 2연전에서 팀의 1~4선발 요원들을 모두 한 번씩 등판시켜 첫 점검을 마쳤다. 13일 경기에서는 장원준과 조쉬 린드블럼이 1+1으로 등판하여 상태를 점검했고, 14일 두 번째 경기에서는 후랭코프와 유희관이 1+1으로 등판하여 점검을 마쳤다.

유희관은 상무 피닉스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2013년부터 두산의 주축 투수로 자리잡았다. 이후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10승, 12승, 18승, 15승, 11승)하면서 이 부문에서 베어스 프랜차이즈 사상 최초의 왼손 투수가 됐다(풀 타임 선발은 2014년부터).

같은 왼손 투수인 장원준의 경우 FA로 2015년부터 합류하여 3년 연속 기록(12승 ,15승, 14승)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유희관의 호투에 힘입어 두산은 6회 등판했던 KIA의 임창용을 공략하는 데 성공, 6회에만 홈런 2개를 추가하며 5-2 역전승을 거뒀다.

돌아온 에이스 김광현, 장발에도 변함 없는 위력

SK 김광현 시범경기 완벽투 14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 시범경기. SK 선발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2018.3.14

▲ SK 김광현 시범경기 완벽투 14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 시범경기. SK 선발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2018.3.14 ⓒ 연합뉴스


SK 와이번스의 에이스 김광현도 복귀 첫 실전 등판에서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김광현은 14일 창원 마산 경기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로 등판하면서 5이닝 2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비자책) 투구로 승리투수가 됐다(47구).

보통 장기 부상에서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투수들은 몸을 사리기도 한다. 그러나 김광현은 투구수 47개 중 39개가 스트라이크였을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NC의 타자들이 김광현을 상대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김광현의 컨디션은 아직 100%가 아니다. 1년 동안 실전이 없었기 때문에 아직 몸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광현의 빠른 공 최고 속도는 시속 152km까지 나왔으며, 슬라이더 역시 최고 시속 140km까지 나왔다.

1회말 첫 수비에서 김광현은 선두타자 김성욱과 두 번째 타자 모창민을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게 했다. 두 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공 6개를 던졌는데, 그 중 4개가 헛스윙이었다. 나성범을 상대로는 초구에 유격수 뜬공을 유도하며 이닝을 마무리, 단 7구만으로 1회를 마쳤다.

2회에도 김광현은 선두 타자 재비어 스크럭스와 권희동을 투수 앞 땅볼로 유도했다. 2회에는 처음 12구가 모두 스트라이크였다가 13구가 되어서야 볼이 하나 나올 정도로 제구력도 위력적이었다. 강진성을 삼진으로 유도하면서 김광현은 2회까지 삼진 3개를 잡아냈다.

3회에는 노진혁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SK의 베테랑 1루수 박정권의 송구 실책으로 비자책 실점이 나왔다. 그러나 김광현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고, 끝내 자신의 자책점은 기록하지 않았다. 4회에도 모창민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나성범에게서 병살타를 유도하면서 실점은 없었다.

SK에서는 당초 김광현에게 4이닝 70구 정도를 던지게 할 생각이었지만, 김광현은 4회를 마무리할 때까지 38구 밖에 던지지 않았고 결국 예정된 투구를 채우기 위해 5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권희동에게 루킹 삼진을 뽑아낸 김광현은 강진성을 2루수 땅볼로 유도한 뒤 노진혁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손시헌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복귀 첫 시범경기에서 무자책 경기를 완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광현의 투구수는 47구 밖에 되지 않았다. 팀당 8경기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범경기인 만큼 다른 동료들도 던질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김광현은 실전 등판을 마친 뒤 불펜으로 가서 남은 투구수를 채웠을 정도였다. 김광현은 메릴 켈리에 이은 시즌 2번째 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할 예정이다.

양현종과 유희관 그리고 김광현은 모두 각자의 스타일을 갖고 있는 리그의 대표 왼손 선발투수들이다. 이들의 호투와 경쟁이 리그의 또 다른 재미 요소인 만큼 시범경기부터 들려오는 이들의 호투 소식은 팬들에게 정규 시즌을 잔뜩 기대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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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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