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소감 밝히는 임순례 임순례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센터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기념행사 및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발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소감 밝히는 임순례 임순례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센터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기념행사 및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발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투운동이 어떤 거대한 무언가를 덮기 위한 공작이다, 진보의 분열을 가져올 것이다... 요즘 이런 잡스러운 이론들이 힘을 얻고 있는데, 대단한 우려를 표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성이 평등한 사회입니다. 그것만이 모두가 꿈꾸는 민주사회로 나아가는 가장 바람직하고 유일한 길입니다." (임순례 감독)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토론회'에 참석한 임순례 감독이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미투 운동'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이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다.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개소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열렸다. 든든은 2016년부터 불거진 영화계 내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여성영화인모임과 영화진흥위원회가 주도해 만든 센터로, 임순례 감독과 심재명 명필름 대표가 공동 센터장을 맡았다.

영화인 대상 성폭력 실태 조사... 46.1% "성폭력·성희롱 당한 적 있다"

든든은 약 1년이 넘는 준비기간을 거쳐 탄생했지만, 최근 미투운동을 타고 유명 영화감독과 배우 등의 성폭력이 잇따라 폭로되면서 든든의 출범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심재명 센터장은 "우리는 2016년 해시태그 운동(#OOO 내 성폭력)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2017년 1월부터 영화계 내 성폭력 대응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이번에 발표된) 실태 조사도 지난여름부터 차분히 진행해온 것"이라면서 "든든은 성폭력 예방 뿐 아니라 영화계 내 교육과 홍보활동, 피해자 보호와 지원, 나아가 한국영화계 성평등을 위한 법안 제안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날 발표된 영화계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749명)의 46.1%가 '성폭력·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으로 제한하면 성폭력·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무려 61.5%나 된다. 남성은 17.2%가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해 성별 격차가 컸다.

가장 많은 피해 유형은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음담패설'(28.2%)이었다. 이어 '술을 따르게 하거나 옆자리에 앉도록 강요'(23.4%), '특정 신체 부위 쳐다보기'(20.7%), '사적 만남이나 데이트 강요'(18.8%),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 혹은 신체 접촉 강요'(15.8%) 순으로 응답자가 많았다. '원치 않는 성관계 요구를 받아 본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전체 여성 응답자의 11.3%나 됐고, '성적 요구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았다'는 응답도 여성 응답자 중 8.4%나 됐다.

문소리 "우리 모두 가해자, 방관자, 암묵적 동조자..."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임순례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센터장(오른쪽)과 심재명 센터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기념행사 및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발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임순례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센터장(오른쪽)과 심재명 센터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기념행사 및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발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실태조사 뒤 열린 발표회에 참석한 배우 문소리는 "영화인 모두 가해자이거나 피해자, 방관자, 혹은 암묵적 동조자였음을 인정해야한다"고 지적하며, "이것은 몇몇의 문제가 아닌, 우리 전체의 문제임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아야한다"고 말했다. 

남순아 감독은 과거 스크립터로 참여한 영화 <걷기왕> 현장에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성폭력 예방교육을 제안, 실시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사람들은 우리가 교육을 받았으니 다른 현장과 달랐을 거라고 기대하겠지만, 겨우 두 시간의 교육으로 달라지는 것은 많지 않았다"면서, "평등은 한 번의 교육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며 지속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선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하비 와인스타인이 그토록 오랜 기간 여배우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힐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와인스타인의 이사회가 모두 남성들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이 배제된 집단에서 여성문제에 대한 비판도 사라졌고, 결국 그런 괴물이 탄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펀딩의 경우 심사 결정권자의 비율을 인구 비율에 맞추도록 하는 스웨덴의 사례를 언급하며 "남자와 여자의 비율이 50대 50이라면, 모태 펀드 등 공적 자본 투입을 결정하는 결정권자, 제작지원을 받는 당사자들의 비율도 50대 50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의 절반이 여자인데, 한쪽 성이 왜 여전히 기득권을 독점하고 있는지 자꾸 질문해야 한다. 성폭력, 성차별 문제는 이런 바탕 안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진위-여성영화인 모임 MOU... 국회도 "관심·지원 아끼지 않겠다"

한편 이날 영화진흥위원회와 여성영화인모임은 사업 운영 MOU를 맺고 힘을 모아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든든은 2016년 '영화계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등으로 드러난 영화계 성폭력·성희롱을 근절하고 피해자를 돕기 위해 개소된 상설기구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유성엽 의원(민주평화당·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고, 영화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행태와 관행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면서 "어느 한 주체가 아니라, 민관이 함께 지혜를 모아 해결하고 나아가야한다. 국회에서도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영화계를 넘어 사회 각계각층에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이 시사하고 있는 바가 크다. 우리 모두 동료, 친구, 후배들의 고통을 외면했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진위도 영화계 내에 성평등이 이뤄지도록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든든 미투운동 영화계내성폭력
댓글1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