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가 난적 인천 전자랜드를 격파했다. 3일 전주 실내체육관서 있었던 홈경기에서 주전들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전자랜드를 96-89로 누르며 2위 수성 및 1위 추격에 대한 발걸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전자랜드는 KCC에게 여러 가지 부분에서 어려운 상대다. 박찬희(31·190cm)를 필두로 정효근(23·201cm), 김상규(28·201cm), 강상재(22·200cm), 차바위(28·192cm) 등 포지션별 장신자들이 워낙 많은지라 앞선 수비와 기동력에서 약점을 보이는 KCC를 전방위로 괴롭힐 수 있는 팀이다. 이를 입증하듯 이전 맞대결에서 전자랜드 장신자들의 뛰는 농구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바 있다.

하지만 KCC는 또다시 당하지 않았다. 토종 에이스 이정현(31·191cm)이 대표팀 경기에서 당한 부상으로 이마 쪽을 30바늘을 넘게 꿰매는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에이스 송교창(22·201cm)이 공수에서 펄펄 날며 팀의 기세를 진두지휘했다.

'송교창 타임' 역시 차세대 에이스

 포워드 왕국 전자랜드를 맞아 KCC 송교창은 일당백의 모습을 선보였다.

포워드 왕국 전자랜드를 맞아 KCC 송교창은 일당백의 모습을 선보였다. ⓒ 전주 KCC


고졸루키 송교창은 장신자이면서 운동능력이 좋고 무엇보다 동 포지션에서 가장 빠른 수준의 스피드를 갖추고 있다. 어찌 보면 축복받은 신체조건이다. 아직 경험이 미숙한 관계로 플레이가 무르익지는 못했으나 이 능력을 앞세워 공수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송교창(22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은 전자랜드 전에서 그야말로 펄펄 날았다. 경기 초반부터 3점 슛 2개를 연달아 성공시킨 것을 비롯해 동료의 3점 슛이 안 들어가자 골 밑 몸싸움을 이겨내고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후 골밑슛을 욱여넣었다. 1쿼터 말미에는 속공 투핸드 덩크도 찍어냈다.

송교창의 슛 감은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졌다. 2쿼터 말미 팀 외곽이 부진에 빠지자 교체되기 무섭게 3점을 적중시키는가 하면 3쿼터 초반에도 공격이 풀리지 않는 가운데 3점 슛을 성공시키고 다음 수비에서 스틸까지 해내며 흔들리던 분위기를 KCC 쪽으로 다시 가져오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냈다.

컨디션이 좋다 보니 적극성도 돋보였다. 포스트 인근에서 공을 받게 되면 지체 없이 골 밑으로 파고들었다. 자신에게 수비가 몰리자 외곽의 송창용에게 완벽한 오픈찬스를 안겨주는 등 넓은 시야도 뽐냈다. 경기종료 4분여를 남기고는 시간제한에 쫓긴 상황에서 미들라인에서 깔끔한 플루터를 던져 넣기도 했다.

이정현(4득점 6어시스트)은 다른 방식으로 팀에 공헌하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몸 상태가 평소 같지 않은 것을 의식한 듯 자신이 공격하는 것보다는 동료들을 살리는 이른바 공격조립에 신경을 쓰며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의 진가를 드러냈다. 직접 득점을 올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팀 공격에 가담할 수 있다는 점은 이정현 최대의 장점이다.

특히 이정현은 전반전 각 쿼터를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 짓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1쿼터 종료 직전 버저비터성 장거리 3점을 성공시키는가 하면 2쿼터가 끝나가는 시점에서는 속공패스를 통해 송교창의 득점을 이끌어냈다.

KCC는 전자랜드를 맞아 외곽과 속공이 돋보였다. 하승진이 리바운드 후 속공 아울렛 패스를 뿌리는가 하면, 신명호의 스틸 후 송창용의 속공이 이루어지는 등 다른 때보다 뛰는 농구가 많았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만하다. 안드레 에밋(23점 9리바운드 5어시스트), 찰스 로드(19점 6리바운드) 등 외국인 선수 역시 하승진(10득점 5리바운드)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습이 돋보였다. 에밋이 공격을 하려는 모습을 취한 후 곹 밑의 하승진에게 어시스트를 줘 덩크슛을 만들어낸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현민(2득점 4어시스트) 딜레마는 아쉽게도 계속됐다. 신명호(35·183cm)가 주로 뛰던 1쿼터에서는 내외곽에서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이 돋보이고 속공도 잘 이뤄졌다. 반면 이현민이 출전한 2쿼터에서는 전자랜드의 외곽슛과 속공이 동시에 살아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 결과 10여 점 차 리드를 모두 따라 잡히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올 시즌 내내 반복되는 KCC의 풀지 못하는 과제다.

상대 팀에서도 KCC의 이런 약점을 잘 알고 있는지라 이현민이 출전하면 더욱 자신감을 얻는 모습이다. 3쿼터 전자랜드는 브랜든 브라운(17점 10리바운드 5어시스트)이 파울 트러블에 걸리며 위기에 빠졌으나 박찬희(11득점 3리바운드 7어시스트)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며 많은 부분을 커버했다.

공격력이 단점으로 꼽히는 박찬희였으나 매치업 상대가 수비가 약한 이현민인지라 편하게 3점 슛을 던지는 등 급격하게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모습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는 부분은 추승균 감독이 국가대표 휴식기 이후 1번 라인에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는 부분이다. 최근 2경기를 통해 신명호의 출전시간을 늘리며 앞선의 수비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태풍(38·178cm)이 플레이오프에서 합류하고 유현준(21·180cm)이 조금씩 거들어준다면 이현민 딜레마도 어느 정도는 풀려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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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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