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필] 이승훈 질주 8일 오후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이승훈 등 한국 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다. 2018.2.8

▲ [올림필] 이승훈 질주 8일 오후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이승훈 등 한국 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다. 2018.2.8 ⓒ 연합뉴스


'빙속 장거리의 간판' 이승훈(30·대한항공)이 11일부터 세 번째 올림픽의 여정을 시작한다.

이승훈은 오는 11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강릉 오벌)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 경기에 출격한다. 이승훈은 이 종목에서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 두 가지 모두 갖고 있다. 첫 올림픽이었던 2010 밴쿠버에서는 깜짝 은메달을 따내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4년 후 소치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실전을 앞두고 몸이 굳어버렸던 이승훈은 결국 페이스를 잃었고 12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승훈은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밴쿠버에서의 추억을 다시 되살리겠다는 각오다. 현재 이승훈의 국제빙상연맹(ISU) 5000m 랭킹은 19위로 정상권과는 거리가 있다. 지난해 12월 마지막으로 출전했던 월드컵 4차 대회에서는 11위였다.

여기에 특별한 맞대결도 기다리고 있다. 이승훈은 첫 경기부터 '네덜란드 빙속황제' 스벤 크라머와 격돌한다. 크라머는 평창에서 이승훈과 똑같이 4종목(5000m, 10000m, 팀추월, 매스스타트)에 출전한다. 크라머는 밴쿠버에서 이승훈이 10000m 금메달을 목에 걸 때, 인코스를 두 번 타는 실수를 범해 실격됐던 주인공이다.

장거리 출전, 팀추월-매스스타트에 도움 될 것

이승훈은 밴쿠버 이후 주 종목을 계속 바꿔가며 평창까지 왔다. 밴쿠버에서는 5000m와 10000m에 초점을 맞췄다면, 소치에서는 후배들과 함께 팀추월에 주력했다. 이번 평창에서는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쇼트트랙과 흡사한 매스스타트에서 올림픽 초대 챔피언이라는 역사를 써내겠다는 의지다. 그에 앞서 열리는 두 차례 장거리 경기는 자신의 최종목표를 이루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다.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은 이승훈의 장거리 도전은 메달보다는 주 종목에 앞선 몸 풀기로 봐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갈 위원은 "밴쿠버 이후 이승훈은 장비 문제와 경미한 부상이 겹치면서 5000m와 10000m에서 그다지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며 "밴쿠버 때 냈던 성적을 생각한다면 계속해서 10위권 안에 들었어야 했는데 유지하지 못해 아쉬웠다. 하지만 의욕만은 여전히 대단하니 박수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올림픽] 힘내라 이승훈 7일 오후 강원도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대한민국 이승훈이 훈련하고 있다. 2018.2.7

▲ [올림픽] 힘내라 이승훈 7일 오후 강원도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대한민국 이승훈이 훈련하고 있다. 2018.2.7 ⓒ 연합뉴스


현실적으로 장거리 개인종목에서는 메달권에 들지 쉽지 않음에도 이승훈이 이 종목을 놓지 않는 이유는 소기의 성과를 내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제갈 위원도 "이승훈이 평창을 앞두고 노력과 끈기로 착실히 준비해 왔으며,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내고 싶었기 때문에 준비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승훈이 메달권에 진입할지에 대해서는 당일 컨디션과 분위기 등 여러 변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동안 선수가 국제 대회에서 낸 성적들을 살펴본다면 5000m와 10000m에서는 톱10 안에 이름을 올릴 것 같다"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예상되는 결과는 앞으로 있을 주력 종목을 위한 준비 단계로 받아들여야 한다. 제갈 위원은 "5000m와 10000m 레이스는 이승훈의 주력 종목 준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실적으로 현재 이승훈의 장거리는 밴쿠버만큼 위협적이지는 않고 팀추월과 매스스타트에서 메달을 딸 확률이 더 높다"며 "5000m와 10000m 경기에 참가하면서 빙질과 분위기를 한 번 더 익힌다면, 대회 후반부에 있는 팀추월과 매스스타트 준비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훈에게 장거리는 일종의 책임감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는 5000m 경기에 앞서 "내가 장거리를 포기하면 대가 끊긴다. 후배들이 더욱 분발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그의 말처럼 현재 한국 빙속 장거리는 이승훈이 8할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한국 빙속은 이전까지 단거리에서만 두각을 보이다가 이승훈이 밴쿠버에서 메달을 따면서 장거리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평창에서 펼쳐질 이승훈의 세 번째 장거리 질주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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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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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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