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TV 드라마 <문제 있는 레스토랑>의 후지마루 사츠키(키쿠치 아키코)는 회사의 죄를 대신 뒤집어 쓰고 남성 상사들 앞에서 옷을 벗는다.

후지TV 드라마 <문제 있는 레스토랑>의 후지마루 사츠키(키쿠치 아키코)는 회사의 죄를 대신 뒤집어 쓰고 남성 상사들 앞에서 옷을 벗는다. ⓒ 후지TV


음식 서비스 회사에 다니는 타나카 타마코(마키 요코)는 분노와 슬픔을 감추지 못한다. 직장 동료이자 자신의 고교동창생인 후지마루 사츠키(키쿠치 아키코)의 이야기를 듣고서다. 자회사에 파견된 사츠키는 그곳에서 경영한 한 레스토랑에서 식중독이 발생하자 동료들을 위해 자신이 죄를 뒤집어쓴다. 본사가 자회사의 책임으로 돌렸고 사츠키가 나선 것이었다. 본사로 온 사츠키는 사장과 임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사과를 요구를 받는다. 옷을 전부 벗으라는 것이었다. 사장은 "이게 우리 회사의 사과방식"이라고 한다.

2015년 일본 후지TV에서 방영한 일본 드라마 <문제 있는 레스토랑>은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불합리한 일을 겪은 여성들이 뭉쳐 레스토랑을 운영한다는 이야기다. 사츠키의 일에 충격을 받은 타마코는 직장을 그만둔 뒤 직접 레스토랑 '비스트로 푸'를 차린다. 길 건너 문제의 전 직장 남성 상사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심포닉'과 승부를 벌인다. 이 작품은 남성 게이, 대인공포증을 겪는 소녀, 남편의 외도로 이혼조정에 들어간 전업주부 등 타마코의 동료들이 자신감을 회복한다는 내용이지만 가장 날카로운 지점은 여성을 깔보는 남성들을 향한 비판이다.

 후지TV <문제 있는 레스토랑>의 주인공 타나카 타마코(마키 요코)는 친구 후지마루 사츠키(키쿠치 아키코)의 이야기에 분노한다.

후지TV <문제 있는 레스토랑>의 주인공 타나카 타마코(마키 요코)는 친구 후지마루 사츠키(키쿠치 아키코)의 이야기에 분노한다. ⓒ 후지TV


이 드라마의 등장하는 남성들은 하나같이 여성의 '적'이다. 회식 자리에서 여성 후배에게 성희롱을 서슴지 않는다. "생리하냐"고 묻는가 하면 "왜 결혼을 못하는거냐"고 말한다. 레스토랑에서 사용할 새 유니폼 선정을 앞두고 회의 장소에서는 타마코를 비롯한 여성 사원에 짧은 스커트를 입고 앞에 서게 한다.

방관자들은 가만히 있을 뿐이다. 드라마는 초반부터 이런 남성들을 향해 일벌백계 하지 않는다. 낯뜨거운 말을 하거나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일삼는 남성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면서 성 차별이 뿌리 깊은 사회의 단면을 부각시킨다. 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자체로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증명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상처는 깊다. '심포닉'에서 일하는 카와나 아이리(타카하타 미츠키)가 대표적이다. 레스토랑에서 남성 상사들에게 성희롱을 당해도 웃으면서 넘긴다. 그러나 그것은 제대로 된 분노를 표출하지 못하는 것이지, 화가 나지 않는 게 아니다.

사회에서 '나쁜 일'을 당하면서도 무사히 살아가기 위해서는 참고 또 참아야만 하는 것이다. "판사, 검사, 변호사 직업의 남녀 비율은 대략 남성이 85%, 여성은 15%이다.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재판에서 여자가 어떤 봉변을 당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냐"는 대사는 드라마이지만 현실적이고 충격이다.

 후지TV 드라마 <문제 있는 레스토랑>의 카와나 아이리(타카하타 미츠키)는 남성 상사들에게 성희롱을 당해도 웃으면서 넘기려 한다.

후지TV 드라마 <문제 있는 레스토랑>의 카와나 아이리(타카하타 미츠키)는 남성 상사들에게 성희롱을 당해도 웃으면서 넘기려 한다. ⓒ 후지TV


카와나가 정신을 차리는 계기는 직장동료가 자신을 스토킹해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때다. 앞서 모욕을 당한 사츠키는 긴 검으로 남성 상사들을 찌르는 꿈을 꾼다. 드라마는 "자신은 여성을 성희롱하지 않았는데 왜 자신이 직장을 잃어야 하냐"고 묻는 남성 요리사, 여성 사원들에게 성희롱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져 모든 것을 잃었는 데도 "나를 함정에 빠뜨렸다"고 말하는 '심포닉'의 사장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회의 의식전환은 지독하게 어렵다는 것을 그린다.

드라마의 상황이 과장되었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최근 한 여성 검사가 자신이 7년 전 한 장례식장에서 한 법무부 간부 모 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범죄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에서 성추행이 일어난 것은 놀랍지만 쉬쉬했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여론은 들끓었고 다른 여성들의 성추행을 피해 고백과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뒤늦게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이 꾸려져 조사에 들어갔지만 피해자가 입은 깊은 상처는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 가뜩이나 가해자로 지목된 '적'들이 뻔뻔하게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드라마만큼이나 여성들에게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문제 있는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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