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도자보다 외국인 지도자가 낫다? 정말일까

기자회견 하는 박항서 감독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가운데)이 29일 오후 베트남축구협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 감독은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챔피언십에서 동남아 축구역사상 가장 좋은 성적인 준우승을 거둔 베트남팀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 기자회견 하는 박항서 감독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가운데)이 29일 오후 베트남축구협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 감독은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챔피언십에서 동남아 축구역사상 가장 좋은 성적인 준우승을 거둔 베트남팀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축구 변방이었던 베트남을 일약 준우승으로 이끈 박항서(59, 한국) 감독의 영향으로 국내 지도자들에 관심도와 지도력에 대한 평가가 재조명되고 있다. 사실 그동안 국내 지도자들의 지도력 평가는 기대치를 훨씬 밑돌고 있다. 때문에 국가대표팀 감독은 외국인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공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지도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지도력 인식의 근본 이유와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우선은 한국축구가 2014년 브라질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까지 8연속 FIFA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며, 국내 지도자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데 가장 큰 이유가 있다.

한국축구는 1986년 멕시코 FIFA월드컵부터 1998년 프랑스 FIFA월드컵까지 4회 연속 국내 지도자로 FIFA월드컵 본선에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단 당시 본선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4무 8패라는 최악의 결과를 얻는 데 그쳐 국내 지도자의 지도력 한계성을 노출했다. 이후 한국축구에서는 외국인 지도자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로 인하여 2002년 한일 FIFA월드컵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히딩크 감독은 급기야 한국축구 사상 첫 FIFA월드컵 4강 달성이라는 역사를 썼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지도력과 국내 지도자의 지도력이 비교되어 국내 지도자들의 지도력에 대한 인식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태에 빠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같은 결과는 곧 한국축구에 유행병처럼 번져 심지어 한국축구 역사상 올림픽(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첫 메달을 획득했던 홍명보(49,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감독의 지도력까지 부정당하는 사태까지 불러왔다. 이후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던 홍명보 감독은 결국 지도자로서 불명예 퇴진을 하고 말았다.

이뿐만이 아니라 프로축구(K리그)에서도 성적지상주의가 만연해 젊고 유능한 지도자들 다수가 자신의 지도 역량을 발휘해 보기도 전에 경질의 희생양이 됐다. 그동안 한국축구에 몸담았던 외국인 지도자는 많다. 하지만 대표팀과 K리그에서 남다른 지도력으로 영향을 미친 지도자는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적은 수에 불과하다.

외국인 지도자 지도력, 허와 실

1990년 대우 로얄즈(현 부산 아이파크) 지휘봉을 잡았던 프랑크 엥겔(구 동독), 1994년 유공(현 제주 Utd)의 발레리 니폼니시(65, 러시아), 2005년 포항 스틸러스 세르지오 파리아스(51, 브라질) 감독 등은 남다른 지도력을 발휘하여 한국 프로축구사에 자신들의 지도력에 특별함을 각인시켰다. 이에 반하여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아나톨리 비쇼베츠(72, 우크라이나 1994년), 데트마르 크라머(작고, 독일 1991~1992년), 움베르투 코엘류(68, 포르투갈 2003~2004년), 조 본프레레(72, 네덜란드 2004~2005년), 딕 아드보카트(71, 네덜란드 2005~2006년), 핌 베어벡(62.네덜란드 2006~2007년) 감독 등은 실망스러운 지도력으로 약 1년여 반에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는 불명예를 끝으로 한국을 떠났다.

이 점을 직시할 때, 대표팀 외국인 지도자의 지도력에 대한 좋은 평가에 비해 거스 히딩크 감독 외에 한국축구 발전에 큰 도움을 가져다주지 못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울리 슈틸리케(64, 독일) 감독이 3년여 동안 대표팀 최장수 감독을 역임하면서 심어준 '볼 점유율 축구'에 관한 인식은 비현실적이라 할 정도였다. 슈틸리케의 사례는 외국인 지도자의 지도력이 정말 출중한지 경종을 울려주기에 충분하다. 이번 2018년 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이끈 박항서 감독 역시도 대표팀과 K리그 팀을 지도하면서, 외국인 지도자의 지도력과 비교되었고 동시에 성적지상주의 희생양이 됐던 지도자다.

박항서 감독은 2002년 제14회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 경남 FC(2005~2007년), 전남 드래곤즈(2008~2010년), 상주 상무(2012~2015년), 창원시청(2016~2017년) 등 대표팀과 프로팀 그리고 실업팀 감독을 역임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우승과는 거리가 먼 지도력을 보여줬다. 이는 박항서 감독의 지도력을 논하기 이전에 한국축구 현실에서의 팀 여건과 환경, 상황 등의 제약으로 비롯된 측면이 없지 않다. 이런 박항서 감독이 최근 대회에서 베트남 축구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축구 역사에도 영원히 기록될 최고의 지도력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국내 지도자들의 지도력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국내 지도자로서 세계적인 지도력을 발휘한 지도자는 한국축구에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4강을 성취한 박종환(80) 감독과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획득을 견인한 홍명보 감독이다. 하지만 한국축구 현실에서 이런 지도력은 옛 산물로 치부되어 있고 오직 외국인 지도자의 지도력에 대한 우월성 인식만이 팽배해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제2, 3 등등의 박종환, 홍명보, 박항서 감독과 같은 지도자 탄생을 위한 차원에서도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 지도자의 지도력, 성공사례들

한국축구는 1970~1980년대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각종 대회에서 잇달아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축구 강국으로 우뚝 섰다. 이는 모두 아시아권에서는 넘볼 수 없는 국내 지도자들의 지도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기에 1983년 프로축구 출범과 함께 정규리그 3연속 우승을 달성한 박종환(천마 일화프로축구단), 차경복(작고, 천마 일화 프로축구단) 감독과 더불어 김호(74, 대전시티즌 사장) 감독은 K리그 2회, FA컵 1회, AFC 챔피언스리그 2회 등 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아시아에서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도력으로 한국 지도자들의 지도력 위상을 드높였다.

이는 곧 국내지도자 해외진출의 계기로 작용했고 첫 해외진출은 1994년 일본 프로축구 오이타트리니타 창단을 이끌며 고문과 감독을 역임한 박경호(88) 감독이었다. 그 뒤를 이어 1997년 중국 프로축구 연변 오동팀을 지휘했던 최은택(작고) 감독도 있다. 이들 감독은 팀 사령탑으로서 지도력은 물론 덕망까지 높아 한국축구 지도자의 우수성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한국축구 지도자들의 해외 진출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여 일본과 중국 뿐만 아니라, 태국과 싱가포르, 캄보디아, 동티모르,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이어 자유중국, 홍콩까지 진출하여 현재 지도자 해외 진출의 다변화를 이루고 있다.

이는 일찍이 한국축구와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과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지도자 해외진출로서 이는 곧 한국 지도자의 지도력 우수성을 나타내는 가늠자로 받아들여진다. 분명 한국축구가 안고 있는 열악한 여건과 상황하에서 지도자가 자신의 능력을 펼쳐 보이기란 녹녹치 않다. 따라서 박항서 감독과 같이 잠재되어 있는 지도 능력을 발휘하여 성공신화를 이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지도자들의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실패한 지도자는 계속 양산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감독은 K리그에서 실패라는 오명을 안고 중국과 일본에 진출한 이장수(62), 윤정환(45, 세레소 오카카) 감독이다.

이장수 감독은 1998년 중국프로축구 충칭 리판(1998~2001년) 사령탑으로 부임하여 팀을 FA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지도력으로 '충칭의 별'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이장수 감독은 최우수 감독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명장 반열에 올라 2017년까지 5개 팀의 감독을 역임하는 지도 역량을 과시했다. 한편 윤정환 감독도 2017년 일본에 복귀하여 세레소 오사카를 2017년 FA컵과 일왕배 등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더블을 달성 최우수지도자상까지 수상했다. 이 밖에 홍콩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김판곤(48.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장) 감독도 2009년 동아시아 경기대회에서 홍콩을 우승으로 이끄는 지도력으로 2010년 홍콩 체육지도자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한국 지도자 해외진출 관건 

지도자에게 지도 실적은 곧 지도력의 지표로서 검증 제1 대상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지도 실적이 지도자의 지도력의 모든 것을 가늠하는 잣대로서 얼마나 비 현실적인가 하는 예는 한국축구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박항서 감독이 이를 여실히 증명했다. 이에 지도자들도 이제는 의식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다.

굳이 한계성이 뚜렷한 국내에서의 지도를 벗어나 도전 정신으로 해외에 눈을 돌려 일본, 중국, 동남아, 중동은 물론 유럽에도 도전장을 던져야 한다. 박항서 감독의 지도 성과는 국내는 물론 많은 국가들에게 한국 지도자들의 지도력 우월성으로 받아들여지는 계기가 됐음이 틀림없다.

이를 발판으로 더 많은 한국 지도자들이 해외에 진출한다면 선수들뿐만아니라 코칭스태프까지 폭넓게 한국축구 인적 확대의 교두보가 마련될 수 있다. 빈민국의 부탄이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듯이 지도자들이 지도력을 인정받으며 더 많이 해외에 진출한다면, 비로서 행복한 길을 찾을 수 있고 축구 지도에 대한 자기 만족도 또한 더욱 높아질 수 있음은 자명하다.

'베트남영웅' 박항서호 금의환향 동남아시아 축구역사를 새로 쓴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28일 베트남 국민의 대대적 환영 속에 귀국했다. 대표팀은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챔피언십 결승전이 열린 중국 창저우에서 이날 특별기를 타고 출발해 베트남 수도 외곽에 있는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사진은 환영 인파에 손을 흔들고 있는 박 감독.

▲ '베트남영웅' 박항서호 금의환향 동남아시아 축구역사를 새로 쓴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28일 베트남 국민의 대대적 환영 속에 귀국했다. 대표팀은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챔피언십 결승전이 열린 중국 창저우에서 이날 특별기를 타고 출발해 베트남 수도 외곽에 있는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사진은 환영 인파에 손을 흔들고 있는 박 감독. ⓒ 연합뉴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지도자의 세계에서 한국축구에 만연되어 있는 외국인 지도자의 지도 우월성 인식도 어찌 보면 시대에 뒤처진 사고방식이다. 이제 박항서 감독의 사례로 국내 지도자의 지도력에 대한 의식 전환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 지도자들의 지도력 향상을 위한 노력은 필수이며 더 높은 사명감이다. 그렇지 않으면 실추되어 있는 지도력의 신뢰와 존중 찾기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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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35년 역임 현.스포탈코리아 편집위원&축구칼럼위원 현.대자보 축구칼럼위원 현. 인터넷 신문 신문고 축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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