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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현장.
 26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현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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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왜 엄청난 인명피해를 남겼을까. 병원 건물 1층이 주로 불에 탔는데, 사망자는 대부분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사였다.

화재는 26일 오전 7시3 0분경 병원 건물 1층 응급실 쪽에서 발생했다. 건물은 세종병원과 요양병원, 장례식장으로 연결되어 있다. 세종병원은 5층 높이로, 1층은 응급실이고 2층과 4, 5층은 입원실, 3층은 중환자실로 되어 있었다.

환자는 당시 세종병원에 83명, 요양병원에 94명이 입원해 총 177명이 있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당직을 서고 있었다.

이날 오후 5시까지 사망자는 37명, 중상자는 18명, 경상자는 113명이며, 3명은 귀가했다. 중상자가 많아 앞으로 사망자가 추가로 나올 수도 있다. 사망자 가운데는 병원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도 각 1명씩 있었다.

화재 발생 뒤 소방서에 첫 신고한 시각은 이날 오전 7시32분경, 병원에 있었던 남성이 했다. 처음에는 간호사가 신고했다고 알려졌는데, 최만우 밀양소방서장은 신고 음성을 확인해 보니 '남성'이라 했다.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세종병원 손경철 이사장은 "당직 직원한테 이야기를 들었는데, 처음에 전기 스파크가 났다고 한다"고 했다. 이로 비춰볼 때 전기에 의한 화재로 추정된다.

이날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현장 감식에 들어갔다. 국과수는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사망자들은 대부분 질식사했다. 천재경 밀양보건소장은 "화재로 인해 발생한 유독가스에 의해 사망한 질식사가 많다"고 했다.

입원해 있었던 환자들은 어르신들이 많았고, 특히 거동불편과 호흡기 장애가 많았다. 천재경 소장은 "노인 환자가 많았고, 호흡기 장애도 많았다"며 "그렇다 보니 화재 사고에 취약했다"고 설명했다.

화재 현장에 달려와 구조작업을 도왔던 우영민(25)씨는 "사망자도 업어서 옮겼는데, 얼굴을 보니 검게 그을려 있었다"고 말했다.

26일 밀양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병원 소속 간호사가 감식 현장에 들어갔다가 나온 뒤 쓰러져 부착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26일 밀양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병원 소속 간호사가 감식 현장에 들어갔다가 나온 뒤 쓰러져 부착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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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대원들은 출동 뒤 화재 진압과 구조 작업을 동시에 벌였다. 최만우 서장은 "화재 신고 직후 현장에 출동했고, 구조작업과 화재진압을 동시에 벌였다"고 했다. 그는 "특히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환자들은 구조를 했다"며 "3층에서 손을 흔드는 사람이 있어 사다리와 소방장비를 설치해 구조했다"고 밝혔다.

화재가 발생하면서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1, 2층에 번진 데다 거동불편 환자들이 많았던 것도 인명 피해가 컸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소방대원들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유독가스가 짙었다고 밝혔다.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세종병원 손경철 이사장은 "면적이 적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며 "소방점검도 했고, 건축에 불법성은 없었다"고 했다.

정부와 밀양시는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한경호 경남지사 권한대행이 현장을 찾아 사고 수습과 대책에 나섰다.

김부겸 장관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박일호 밀양시장, 최만우 밀양소방서장은 26일 오후 밀양시청에서 열린 합동 브리핑에서 이번 화재와 관련해 사과하기도 했다.

정치인들도 현장을 찾았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민홍철 최고위원, 박영선 국회의원 등이 이날 오후 현장을 찾아 상황을 파악하고, 빈소에 들러 유가족을 위로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엄용수 국회의원(밀양창녕의령함안), 강기윤 전 국회의원 등이 현장을 찾았고,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도 각각 현장을 찾았다.

안철수 대표는 "정말 참담한 심정이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큰 책임감도 느낀다. 우선 생명 안전, 인명 구조가 가장 시급하다. 가능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서 한 분이라도 더 생명 구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부탁드리겠다"고 말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병원에는 특히 거동불편 환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는데, 이 병원은 면적이 적어 대상이 아니었다고 한다"며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이라면 스프링클러를 비롯한 소방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 관련 법령을 점검하고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망자들은 밀양 제일병원, 밀양병원, 나노병원, 윤병원, 행복병원 등에 분산해 안치되었다. 유가족들은 빈소를 찾아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이날 오전 일부 유가족들은 입원해 있었던 환자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병원 쪽으로 찾아와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밀양시는 시청에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했다. 밀양시는 27일 오전 밀양문화체육회관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유가족이 거주할 수 있는 임시천막을 설치한다.

국립과학수사원(국과수)이 26일 오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원(국과수)이 26일 오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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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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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밀양, #세종병원,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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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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