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서울 하계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동계스포츠는 대부분 비인기종목으로 그동안 음지에 가려져 있던 분야였습니다. 평창을 앞두고 동계스포츠 현장에서 내일의 희망을 키워가는 지도자, 관계자 등을 만났습니다. - 기자 말

 평창동계올림픽 SBS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위원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빙상팀 감독

평창동계올림픽 SBS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위원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빙상팀 감독 ⓒ 이희훈


이 사람 참 다양한 모습을 지녔다. 만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는데,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을 만난 것 같다. 빙판에서는 카리스마가 넘치면서도 제자들을 아끼는 지도자이다가, 해설위원으로는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다.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할 때는 소속팀 유니폼 한 장을 입었어도, '잠보니'(빙판을 정빙하는 기계)가 시끄럽게 지나다니는 와중에도, 유쾌하면서도 배우 뺨치는(?) 표정과 자세를 취한다. 인터뷰할 때는 진심으로 얘기하다가도 질문에 놀라기도 하고 칭찬해주기까지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동계스포츠 분야에서 6년간 글을 써오며 다양한 선수와 지도자를 만났지만 이런 사람은 정말 처음이었다. 빙판 위 '총알 탄 사나이'이자 '하나둘 하나둘' 구호의 주인공 제갈성렬(48·의정부시청 감독) SBS 해설위원이다.

지난 18일 오후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만난 그에게 "요즘 정말 행복하시지 않냐"고 가볍게 물었다. 제갈 위원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말투 속에는 흐뭇한 느낌이 묻어났다. "굉장히 마음이 행복하면서도 믿어지지도 않는다. 설레기도 하면서 긴장이 되는 하루하루를 보낸다"며 "대한민국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는 게 정말 상상할 수 있는 일인가 싶다"며 꿈을 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픽, 내겐 깨달음이자 가장 소중한 금메달

 평창동계올림픽 SBS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위원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빙상팀 감독

평창동계올림픽 SBS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위원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빙상팀 감독의 스케이트. ⓒ 이희훈


제갈성렬이라는 사람에게 올림픽은 참 얄궂은 운명이었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를 시작으로 1994년 릴레함메르, 1998년 나가노까지 세 차례나 올림픽에 나갔지만, 번번이 좌절과 고통의 시간뿐이었다.

알베르빌 때는 강압적인 훈련방식을 견디지 못하고 선수촌을 이탈했다가 2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어렵게 감면받아 올림픽에 섰지만 제 컨디션일 리가 없었다. 릴레함메르는 복숭아뼈와 발목뼈가 모두 부러지는 아찔한 부상을 입어 선수 생활을 넘어서 한평생 장애를 입을지도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려야만 했다. 마지막 올림픽이었던 나가노에는 새로이 도입된 클랩스케이트 적응에 실패해 허망하게 끝나고 말았다.

누군가가 걸어주는 메달은 없었다. 그저 먼 산을 바라보는 것처럼 참 멀었다. 그러나 자신에게 자랑스러운 금메달을 걸어준 대회는 있었다. 선수 생활 갈림길에 섰지만 결국 해내고 웃었던 릴레함메르 대회였다.

"정말 가혹할 정도의 사고였습니다. 복숭아뼈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었어요. 수술을 받고 난 후 6개월은 지나야만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알베르빌 대회 후 제 삶은 오로지 올림픽밖에 없었습니다. 남들처럼 여자친구도 만나고 싶었고 평범한 삶을 즐기고 싶었죠. 하지만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올림픽을 준비했습니다. 정말 하늘도 내 노력을 조금은 알아주지 않을까 하고 물었죠."

어느 누구도 그를 응원할 순 없었다. 돌아오는 것은 '왜 그런 무모한 일을 하니', '그만하면 안 될까'하는 회유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다시 빙판 위 출발선에 섰다.

"그때 당시 제가 정말 존재 가치가 없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쁜 마음을 먹은 적도 있었죠. 그랬을 때 잡아주신 것은 부모님이셨습니다. 그리고 올림픽을 갔습니다. 제가 스케이트를 동여매고 출발 직전에 섰는데, 당시 신기문 물리치료 선생님께서 '성렬아. 내가 너를 20년 넘게 치료한 사람인데, 이건 정말 너무 위험해. 포기하면 안 돼?'라고 하실 정도였어요."

하지만 그의 대답은 너무나 당당하고 환했다.

 평창동계올림픽 SBS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위원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빙상팀 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빙상장에서 팀 소속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SBS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위원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빙상팀 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빙상장에서 팀 소속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 이희훈


"선생님. 잘 다녀오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멋있게 타고 올게요!"

굉장히 두려웠다며, 빙판 위에서 '죽을 각오'를 했다며, 인생에 있어 큰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한 의사의 경고, 전 세계인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시선. 3일간 뜬눈으로 밤을 지낸 그는 그렇게 다시 하얀 빙판을 제쳤다. 그리고 그 느낌은 놀랍게도 두려움이 아닌 평안함으로 바뀌어 있었다.

"스타트 자세를 잡은 뒤 출발하는데 통증이 있어도 너무 행복했던 거 있죠? 그걸 참으려고 입술을 꽉 깨물고 타다 보니 입술에서 피가 났어요. 그리고 그 고통을 참기 위해서 탔어요. 결국, 40명 중 30등으로 중위권을 했습니다. 저는 굉장히 기뻤어요. 올림픽 메달을 따보진 못했지만, 그보다 더 큰 기쁨을 느꼈어요. 금·은·동은 아니었지만 좌절했던 상황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마쳤다는 것. 그래서 나 자신에게 금메달을 줬습니다."

이 올림픽이 끝난 후 제갈 위원은 2년간 부상 후유증으로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졌다. 아침에 일어난 후면 발을 딛지 못할 정도로 심한 통증이 몰려왔지만, 혹시나 대표팀에서 제외될까 두려워 말 한마디 할 수 없었다.

아팠던 올림픽이 지나간 후, 그는 꽃을 피웠다. 제갈 위원은 1996년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제갈 위원은 이때 기자회견에서 겪은 일화를 공개했다. 그에게 따라붙는, 유명한 수식어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저는 세계 1, 2등의 선수였고, 월드컵에서도 계속해서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26살 때의 일이었는데 그때 빙상계에서 25살이 넘으면 노장이라고 했어요.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자회견에 들어갔는데 한국 기자 한 분이 '노장인 선수가 어떻게 금메달을 딸 수 있었어요?'라고 묻더라고요."

그러자 제갈 위원은 이렇게 맞받아쳤다.

"국제대회에서 1, 2, 3등 하는 선수들 나이 봐보셨어요? 남자선수들은 30대 초반이 전성기예요. 난 이제 갓난아기일 뿐이고 다시 시작할 거예요. 기사에서 제게 닉네임을 붙여주실 때 '노장' 제갈성렬이 아닌 다른 것을 붙여주세요."

이후 그는 '빙판의 총알 탄 사나이', '황태자', '오뚝이' 등의 수식어를 얻었다.

이보다 더 많이 사연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올림픽이었다. 12년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같이 물질적으로 그의 손에 안긴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을 얻었다며 되받아쳤다.

"세 번의 올림픽 시기는 굴곡진 인생 속에서 많은 매스컴의 관심을 받지도 못했고 누구도 귀 기울여 주지 않던 정말 고독했던 시절이었습니다. 10여 년 이상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명맥을 이어오며 가교 구실을 해왔던 것이 보람되고 행복했으며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깨달았죠. 앞으로 삶을 살아가면서 어려움이 닥칠 때 그보다 어렵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대처하는 데 큰 힘을 얻었죠."

평창, 레전드와 신예가 함께 부르는 희망가

 평창동계올림픽 SBS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위원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빙상팀 감독

평창동계올림픽 SBS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위원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빙상팀 감독 ⓒ 이희훈


평창 동계올림픽은 대한민국 빙속계에 조금은 특별하다. 2010 밴쿠버에서 레전드 반열에 오른 모태범(29·대한항공), 이상화(29·스포츠토토), 이승훈(30·대한항공)과 그를 보고 성장한 후배들이 함께 손잡고 나가는 세대교체의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평창을 통해 빙속계는 더 밝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

한국 빙속계는 동계올림픽 성적과 달리 너무나 열악하다. 전국에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평창 경기가 열리는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이전에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단 한 곳뿐이었다. 초중고학생 선수와 실업팀까지 인재가 불과 500명 남짓하다. 옆 나라 일본이나 빙속 강국 네덜란드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그 속에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와 2연패가 탄생했으니 정말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평창이 코앞에 다가와 많은 조명을 받고 있지만,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이 대회가 아니면 얼음 위, 설원 위처럼 정말 차갑고 싸늘하다.

"많은 세계 전문가들이 말하길 이건 세계 불가사의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태릉 스케이트장 단 한 개밖에 없고, 초등학생부터 실업 선수까지 500명 남짓한 너무나 적은 인프라에서 금메달이 그렇게 많이 나왔으니깐요. 연맹과 삼성의 투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열정 넘치는 지도자들이 성실하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선수들은 새벽이나 이른 아침, 저녁 때나 훈련하고 집에 도착해 잠이 들면 어느덧 자정인 그런 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올림픽이라는 하나의 '꿈'을 갖고 열정과 성의를 바친 선수, 지도자, 부모님 이들의 순수한 열정이 지금의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을 있게 한 거죠."

그는 평창에 나갈 신예 선수들을 더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훈의 뒤를 이을 정재원, 정재웅, 김민석과 이상화의 뒤쫓고 있는 김민선이 그러하다. 특히 김민선은 최근 제갈 위원이 감독으로 있는 의정부시청에 입단했다.

"네 선수의 기량은 정말 월등합니다. 승부욕, 스케이트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뛰어난 선수들입니다. 갖춰야 할 소양은 다 있으니,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과제죠.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이 충분합니다."

그에게 제자인 김민선에 대해 좀더 소개해달라고 하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민선이는 예쁩니다. (웃음) 또래 선수들은 따라갈 수 없는 강한 승부욕이 있어요. 소신이 있죠. 그 선수를 보니 저도 함께 꿈을 이뤄 나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더군요. 제가 더 잘해야. (웃음) 바람이 있다면 평창 올림픽에서 5, 6위를 정도를 해 다음 단계인 베이징을 위한 기분 좋은 출발의 초석을 만들었으면 해요. 나머지는 올림픽 당일 컨디션과 여건에 달려있기에 누구도 모릅니다."

제갈 위원이 선수 생활을 하던 시절 실내 빙상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우리가 이런 환경에서 훈련했다면 금메달 10개는 더 땄을 텐데'라는 우스갯소리도 괜한 말이 아니다. 그는 빙속계를 비롯한 한국 체육의 위기론을 주장하며 이번 평창을 계기로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몸 관리와 정신력만 갖춘다면 30대 중반까지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현재 대표팀은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이 이끌어주고 있고 정재원, 김민석, 김민선 등 신예 선수들이 뒤를 따라가면서 하나가 됐습니다. 이런 신구 조합이 평창 이후에도 계속돼야 합니다.

평창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평창을 계기로 이런 것들이 시스템화돼서 좀더 집약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갖춰야 합니다.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가 사실 더 중요한데, 현재 저변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너무 큰 두려움과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인구는 갈수록 줄고 실업팀 인구만 많아 역삼각형 구조인데 이는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초등학생 선수들이 더 많아야 할 텐데 이대로라면 한국 스포츠는 위기에 봉착할지도 모릅니다. 후배들이 공부와 꿈을 모두 이뤄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른들의 고민이 더 중요합니다."

'하나둘 하나둘' 구호, 평창에서도 외칩니다

 평창동계올림픽 SBS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위원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빙상팀 감독

평창동계올림픽 SBS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위원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빙상팀 감독 ⓒ 이희훈


제갈 위원은 현재 SBS 해설위원으로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등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평창에서도 그는 마이크를 잡는다. 밴쿠버 이후 8년 만이다. 밴쿠버 올림픽 당시 제갈 위원은 '하나둘 하나둘' 구호를 외치며 해설해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종교 발언 등으로 결국 대회 마지막까지 해설을 마치지 못하고 내려오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이번에 다시 제의를 받았을 때 많이 망설였습니다. 두려웠습니다. 밴쿠버 당시, 부적절한 말들로 인해 많은 분께 의도치 않은 불쾌감을 드린 것에 대해 정말 죄송했습니다. 저의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반성했습니다. 다시 선다는 것은 두려웠지만, 현장에서 좀더 많이 연구했고 성숙한 자세로 사실만을 전달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제가 해설위원을 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셨습니다. 아마 소치에서도 하길 원하셨겠죠. 아버지에게 기쁨이 돼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국민들에게는 사실을 완벽하게 전달하고 현장감이 넘치면서 동시에 저만의 유쾌함은 유지하면서 쉽고 재밌게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이제는 제갈성렬 하면 '총알 탄 사나이'보다 '하나둘 하나둘' 구호가 먼저 떠오른다. 그에게 이번에는 혹시 다른 구호를 외칠 건지 물었다.

"이번에도 '하나둘 하나둘'을 외칩니다. 사실 방송 관계자분들은 걱정하고 계신데, 이 하나둘 하나둘은 단순한 의미가 아닙니다. 요즘 세상 참 먹고 살기 힘들잖아요. 저는 스케이트를 차지 않을 때도 하나둘 하나둘을 외칩니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이 구호를 외치면 정말 힘이 납니다. 이번에 스피드스케이팅을 보러 오시는 관람객 여러분들도 같이 불러주셨으면 좋겠어요. 현장에서 같이 박수치고 힘을 내면 도움이 되지만, 선수들이 곡선주로에서 오른발에 하나, 왼발에 둘을 외치면 호흡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됩니다! 현장에 계실 관중 여러분들, TV로 보실 모든 분들과 함께 외치고 싶습니다."

질문을 몇 개 하지도 않았는데 그의 인생사와 소회를 다 듣고 보니 예정됐던 인터뷰 시간을 훌쩍 넘겨 버렸다. 그냥 끝내기는 아쉬워 즉석에서 질문을 던졌다. 우선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바람이었다.

"겸손한 마음과 성숙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 선수들과 호흡하며 중계하겠습니다. 조금은 넓은 마음으로 지켜봐 주세요. 이번 올림픽은 남북이 하나 되는 평화 올림픽으로 개최될 것이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국민 여러분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평창에 뛸 선수들에게 두 가지를 말하고 싶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한 승부는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정해는 미래는 없지만 두려움은 갖지 말자'. 저는 운동을 통해 인내를 배웠습니다. 후배 선수들이 정말 열악한 상황에서 열심히 해왔습니다. 저도 선수들도 열심히 할 테니 많이 도와주시고 성원해주세요."

이어서 다시 태어나도 스피드스케이팅을 할 것인지를 물었다.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예스'라고 밝게 답했다. 이 말 속에는 은반 위에 그가 쏟았을 땀과 눈물, 그리고 아직 간직하고 있는 순수한 열정이 와인처럼 진하게 녹아 있었다.

 평창동계올림픽 SBS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위원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빙상팀 감독

평창동계올림픽 SBS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위원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빙상팀 감독 ⓒ 이희훈


"다시 태어나도 저는 합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인생과 맞물려 있는 정직한 운동입니다.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고 라인을 침범하는 것도 아닌, 자기가 얼마만큼 노력하냐에 따라 성과가 분명하게 나옵니다. 제 성격과도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속도감을 내면서 느끼는 상쾌함과 0.01초를 줄이는 성취감은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목표만 보고 겸손하게 질주하겠습니다."

40년째 빙판 위에 서 있는 제갈성렬은 기자가 지난 6년간 만난 수많은 동계스포츠 선수, 지도자, 관계자 가운데 누구보다 순수하면서도 열정 가득한 사람이었다. 그는 스피드스케이팅을 통해 인생의 수많은 터널을 지난 듯했다. '달콤한' 동시에 '쌉싸름한' 빙판 위 인생은 그에게 여러 고통과 아픔을 안겨줬지만 동시에 가장 큰 선물이었기에 오늘도 다시 빙판 위에서 섰다.

제갈성렬 해설위원 주요 프로필
생년월일: 1970년 3월 24일

현 SBS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위원
현 의정부시청 스피드스케이팅 팀 감독(김민선 지도)
현 국제빙상연맹 스타터 심판

전 춘천시청 스피드스케이팅 팀 감독

1996년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금메달
1992년 알베르빌, 1994년 릴레함메르,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참가

[평창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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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제갈성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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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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