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대표팀은 17일 저녁(한국시간) 중국 쿤산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호주 U-23 대표팀과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D조 3차전에서 3-2로 승리했다.

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대표팀은 17일 저녁(한국시간) 중국 쿤산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호주 U-23 대표팀과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D조 3차전에서 3-2로 승리했다. ⓒ 대한축구협회


한국 축구 역사에서 말레이시아 하면 가슴 아픈 기억이 하나 있다. 바로 1971-1972년 뮌헨 올림픽 아시아 동부 지역 예선전에서 압도적인 슈팅 수(32개 대 9개)와 압도적인 경기(구.동대문운동장)를 보였음에도, 후반 말레이시아의 시에드 아마드에게 결승 헤딩골을 내주고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일이다.

그로부터 정확히 47년 후, 한국은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8강전에서 말레이시아와 맞대결을 펼쳤다.

말레이시아는 조별 리그에서 강호 사우디아라비아를 1-0으로 잡는 등 돌풍을 일으키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을 밀어내고 1승 1무 1패를 기록 예상을 깨고 C조 2위로 8강에 진출 한국과 상대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돌풍은 거기까지였다. 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옹 킴 스위 감독의 "한국전에서 놀라움을 만들겠다"라는 자신감은 바람에 그치고 말았다. 한국은 말레이시아를 2-1로 꺾었다.

한국은 말레이시아 전에서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결과도 좋아야 하고 경기 내용 역시 좋아야 한다는 것. 내용적으로 한국은 아쉬웠지만 두 마리 토끼 중 결과라는 한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하며 결승 진출권을 놓고 우즈베키스탄과 일전을 펼치게 됐다.

여전히 답답한 경기력

우승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는데 의미가 있지만 한국의 지난 경기력은 그 어느 경기보다 답답했다. 전반 시작과 함께 한국축구 국제대회 역사상 최단시간 득점으로 기록될 만한 조재완(서울 이랜드)의 선취골 이외에는 눈에 띄는 게 없었다. 그야말로 김봉길호가 얼마나 가진 것 없이 이번 대회에 임하고 있나를 보여준 단적인 경기였다. 윤승원(FC 서울), 조영욱(FC 서울), 국태정(포항 스틸러스) 등을 제외하고, 말레이시아를 상대한 김봉길호는 개인 역량과 팀 전체적인 능력은 낙제점이었다.

말레이시아는 한국을 철저히 분석했다. 그로 인해 한국 수비진은 종종 양쪽 측면 공격을 잇달아 허용했다. 한국의 공격 전개는 느렸고, 정확성과도 거리가 멀었다. 이로 인해 포지션이 따로 노는 플레이를 펼쳤다.

현대축구 트렌드 중 하나는 압박이다. 압박이 효과적이지 못하면 팀 전체적으로 효율적인 플레이를 펼치기 힘들다. 인터셉트 및 플레이 지연 목적이 아닌 단지 압박을 위한 형식적인 압박으로 일관한 말레이이시아전은 시간이 지나면서 팀 분위기와 경기 흐름에 악영향을 미쳤다. 다른 한편으로 말레이시아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갖도록 해 급기야 후반 22분 동점골을 허용하기에 이르렀다.

말레이시아의 전술은 명확했다. 그것은 선 수비, 후 역습의 축구였다. 하지만 김봉길호의 공격 전술은 말레이시아의 5백 배후 공간을 공략하기 위한 비효율적 킥에 의존한 단순한 공격 뿐이었다. 이는 조별리그 중 베트남과 시리아전에서 보여준 것의 연장선상이었다. 상대 밀집수비를 뚫기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공격의 다양성이 전제된 상태에서 상대 문전 앞에서의 빠르고 세밀한 플레이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여기에 선수 개인의 드리블 돌파와 중,장거리 슈팅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김봉길호는 이런 플레이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누가 뭐라해도 김봉길호의 저조한 경기력의 주 원인은 공격과 수비를 조율할 수 있는 테크니션 플레이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는 조직력 실종을 부채질하는 주 요인으로 작용했고 그게 말레이시아전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에겐 하나의 불문율이 있다. 바로 '볼을 기다리지 말라'라는 것. 하지만 말레이시아전에 임한 선수들은 능동적이기 보다는 수동적이어서 볼을 쉽게 인터셉트 당하는 것은 물론, 평범한 플레이도 실수를 연발했고 공중볼 경합에서도 말레이시아 선수들에게 뒤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이런 일은 선수들의 컨디션에 의한 영향일 수 있고 또한 정신력 문제일 수 있다. 동시에 김봉길 감독의 전술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후반 39분 한승규(울산 현대)가 개인 능력으로 만들어낸 결승골이 아니었다면 김봉길 호는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을 것이다.

대회 우승을 목표로 한 김봉길 호에서 좀처럼 강점은 엿보이지 않고 허점만 드러나고 있다. 그 허점이란 게 총체적이어서 심각성이 더하다. 준결승전에서 상대할 우즈베키스탄의 경기력을 비춰볼 때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말레이시아 전이 김봉길호에게 안겨준 또 다른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적극성이다. 만약 우즈베키스탄전에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 이전 승리들 모두 빛이 바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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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35년 역임 현.스포탈코리아 편집위원&축구칼럼위원 현.대자보 축구칼럼위원 현. 인터넷 신문 신문고 축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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