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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이인타논 국립공원 고산습지
도이인타논 국립공원 고산습지 ⓒ 이상기

겨울에 태국의 치앙마이(Chiang Mai)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것은 추운 겨울을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남쪽나라 하면 우리는 동남아시아를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요즘은 태국과 베트남이 뜨고 있다.

태국은 북부의 치앙마이가, 베트남은 중부의 다낭이 요즘말로 핫 플레이스다. 이들 지역에는 높은 산악지대가 함께 있어 우리나라와 환경이 비슷하다. 겨울에는 날씨가 온화하면서도 습도가 높지 않아 지내기에 쾌적하고 좋다. 그것은 동남아 지역에서 겨울철이 건기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다낭은 2013년 여름에 여행한 바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겨울에 태국의 치앙마이를 찾아가기로 했다. 치앙마이가 요즘 뜨는 여행지여서 대형항공사의 전세기가 뜰 정도다. 또 전세기여서 그런지 여행비도 저렴했고, 우리는 그것을 이용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4박6일 동안 태국북부 치앙마이와 치앙라이(Chiang Rai)를 여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함께 보는 여유로운 일정이었다.

 치앙마이 왕실사원의 탑
치앙마이 왕실사원의 탑 ⓒ 이상기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현지에서 제시한 선택관광 때문에 이번에도 역시 일정에 쫒기는 빡빡한 여행이 되고 말았다. 셋째 날 치앙라이에서 고산족 마을 탐방을 2시간 정도 했다. 넷째 날에는 도이인타논 국립공원을 6시간 동안 트레킹하고, 밤에 2시간 정도 야간 시티투어를 했다. 그러다 보니 셋째 날에는 이동거리가 가장 길었고, 넷째 날에는 여행시간이 가장 길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태국 북부의 자연과 문화를 알 수 있는 유익한 여행이었다.     

일주일만이라도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치앙마이 국제공항
치앙마이 국제공항 ⓒ 이상기

태국과 한국은 3개월 동안 무비자로 상대방 국가에 입국할 수 있다. 그래서 겨울 3개월을 태국에서 보내는 사람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그것은 동남아시아 국가 중 태국의 관광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추어져 있고, 볼거리 즐길 거리 먹거리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최근에 치앙마이 직항편이 생겨 접근성까지 빠르고 좋아졌다. 인천에서 치앙마이까지 6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항공료도 왕복이 최저가로 40만 원대가 가능하다.

치앙마이는 물가까지 싸서 한 달에 30만 원 정도면 괜찮은 숙소를 빌릴 수 있다고 한다. 우리 돈 일이 천 원이면 한 끼 식사가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다. 옷도 시장에서 300바트(Baht) 정도만 주면 입을 만한 옷을 살 수 있다.

300바트면 우리 돈 만 원 정도다. 태국에서는 이처럼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 달에 백만 원이면 치앙마이에서 한 달을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의식주의 수준을 높일 경우 더 많은 돈이 들 수는 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치앙마이 여행객 중 상당수가 골프를 즐기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치앙마이 공항 입국장에서 연신 나오는 골프가방 때문에 짐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이들 골프여행객은 5일 또는 6일 일정으로 치앙마이를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료를 보니 치앙마이에는 아홉 군데 훌륭한 골프클럽이 있으며, 4인 1조일 경우 1인당 하루 골프비용이 2,600-3,500바트로 나와 있다. 그래서 겨울이면 항공사들이 치앙마이로 전세기를 띄울 정도가 되는 것이다.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세 나라를 한꺼번에

 메콩강 골든 트라이앵글: 왼쪽이 태국, 오른쪽이 라오스, 가운데 메콩강 상류 쪽이 미얀마
메콩강 골든 트라이앵글: 왼쪽이 태국, 오른쪽이 라오스, 가운데 메콩강 상류 쪽이 미얀마 ⓒ 이상기

이번 치앙마이 여행을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골든 트라이앵글 때문이다. 골든 트라이앵글이라면 메콩강에 연한 태국, 미얀마, 라오스 국경지대를 말한다. 이들 세 나라가 경계를 이루고 있는 곳이 그 동안 아편(Opium)의 거래처로 유명세를 탔다. 아편 거래의 현장을 찾아 그 역사와 현재를 알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 같아서다. 그렇지만 마약이 재배 또는 거래되는 현장을 방문한 것은 아니어서 사실 메콩강 구경만 하는 여행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미얀마의 국경도시 타칠렉(Tachileik)을 방문한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곳에서 양곤의 쉐다곤(Shwedagon) 파고다와 비슷한 탑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그곳은 지대가 높아 타칠렉 시내와 국경 너머 태국의 매사이(Mae Sai)까지 조망하는 것이 가능했다. 미얀마와 태국의 국경을 이루는 강이 매사이다. 그러므로 매사이는 강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매사이 강은 폭이 50m 정도 밖에는 안 된다. 이 강은 좀 더 큰 틀에서 매남루악(Maenam Ruak)으로 불린다. 여기서 매남은 강을 뜻한다.

 타칠렉의 쉐다곤 파고다
타칠렉의 쉐다곤 파고다 ⓒ 이상기

실제로 골든 트라이앵글의 중심도시는 태국의 치앙샌(Chiang Saen)이다. 치앙샌은 루악강과 메콩강(Mekong River)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는 내륙항이다. 그래서 미얀마와 라오스로 가는 배가 모두 이곳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맞은편 미얀마와 라오스 접경에는 도시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그것은 미얀마 쪽으로 산지가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라오스 쪽에는 동사오(Donsao)라는 국경 마을이 있는데, 카지노와 짝퉁시장이 있을 뿐이다.  

문화유산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치앙마이 성벽
치앙마이 성벽 ⓒ 이상기

사실 이번 여행은 몸과 마음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하는 힐링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체질상 문화유산을 보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성격이라 치앙마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려는 목적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 치앙마이가 태국의 중세 란나(Lanna) 왕국의 수도여서 볼거리가 의외로 많았다. 그래서 문화유산 탐방이라는 부수적인 목적도 이룰 수 있었다.

란나 왕국은 1259년 망그라이(Mangrai)왕의 등극과 함께 시작된다. 망그라이는 1239년 응웬양(Ngoenyang) 왕국의 왕자로 치앙샌 지역에서 태어난다. 그는 1259년 응웬양 왕국의 25번째 왕이 되었고, 주변 도시국가들을 통합해 강력한 나라를 만들어간다. 당시 북쪽에서는 몽골족의 세력이 강력했기 때문에 그는 남쪽으로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한다. 1262년에는 치앙라이에 수도를 건설하고, 1273년에는 팡(Fang)에 수도를 건설한다.

 위앙꿈깜 유적
위앙꿈깜 유적 ⓒ 이상기

1292년 남쪽의 하리푼차이(Haripunchai)까지 영토를 확장했고, 1294년 위앙꿈깜(Wiang Kumkam)으로 수도를 이전한다. 그러나 이 도시가 여름 홍수로 폐허가 되었고, 1296년 핑강(Ping River) 건너편에 새로운 수도 치앙마이를 건설한다. 치앙마이는 그 후 1775년까지 500년 가까이 란나 왕국의 수도로 번성한다. 그 때문에 치앙마이에는 벽돌로 쌓은 도성(Chiang)과 4대문(Pratu)이 잘 남아 있다. 도성 안에는 프라체디루앙(Phra Chedi Luang) 사원과 프라싱(Phra Singh) 사원이 있다.

우리는 네 번째 날 이들 치앙마이 문화유산을 살펴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위앙꿈깜 중세도시 유적을 둘러보았다. 홍수로 폐허가 된 후 버려진 유적이었으나, 1984년부터 발굴하기 시작했고 2005년 유적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 후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저녁에는 시티투어 형식으로 란나 왕국의 도성과 성문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성안에 있는 대표적인 사원인 프라체디루앙 사원도 자세히 살펴보았다. 마지막에는 치앙마이 시청 앞에 세워진 삼왕(Three Kings)동상을 찾아갔다. 그것은 이들 세 명의 왕이 연대와 동맹을 통해 란나 왕국의 토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자연유산으로는 도이인타논 국립공원이 볼만하다

 와치라탄 폭포
와치라탄 폭포 ⓒ 이상기

도이인타논(Doi Inthanon) 국립공원은 원래 여행 프로그램에는 없었다. 현지에서 80달러를 주고 선택관광 형식으로 다녀왔다. 그것은 인타논산(2,565m)이 태국에서 가장 높고 볼만하기 때문이다.

인타논산에는 폭포, 고산습지, 부미폴(Bhumipol) 국왕의 60세 생일을 기념해 만든 부부탑 등 볼거리가 많다고 한다. 인타논산에는 6개의 폭포가 있고, 고산지대에 만들어진 둘레길이 있어 트레킹의 적지로 알려져 있다. 또 산속에서 다양한 식물과 조류를 볼 수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폭포로는 와차라탄(Wachirathan) 폭포가 가장 유명하다. 80m 이상의 낙차를 가진 대형폭포로, 물보라와 굉음이 관광객의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해발 2,500m에 형성된 고산습지를 따라 나 있는 앙카(Ang Ka) 둘레길은 이끼 천국으로 나무줄기가 온통 이끼로 뒤덮여 있다. 30분 정도 둘레길을 돌아보게 되는데, 마치 외계에 온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적절한 습도, 아열대 우림, 새들의 노래가 어우러진 새로운 세상을 체험할 수 있다.

 도이인타논 국립공원 안내센터
도이인타논 국립공원 안내센터 ⓒ 이상기

도이인타논 국립공원을 제대로 보려면 하룻밤을 묵으며 일출과 일몰을 체험해야 할 것 같다. 산속에 들어 여유 있게 자연을 호흡하며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여행을 하고 싶다. 그러나 시간에 쫓겨 눈에 띄는 겉모습만을 본 것 같아 아쉽기 짝이 없다. 도이인타논이라는 산 이름은 난나왕국의 마지막 왕세자 이름인 인타논에서 따왔다고 한다. 도이인타논 국립공원은 치앙마이 서남쪽 115㎞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태국 북부지역을 4박6일간 여행했다. 치앙마이와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이다. 이들 지역의 자연유산과 문화유산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13회 정도 연재할 예정이다.



#태국 북부#치앙 마이#골든 트라이앵글#힐링여행#란나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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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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