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씨 영화 관람에 관한 조선일보의 이중적 보도 행태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씨 영화 관람에 관한 조선일보의 이중적 보도 행태 ⓒ 조선일보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영화 <1987>를 관람했습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같은날 오후 인터넷판에 <정치색 짙은 영화 일람한 문 대통령>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면 2015년 박근혜씨가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했을 당시 보도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당시 <朴대통령, '국제시장' 관람하며 눈물…"감동적 장면 많다고 해 수건도 준비">라는 제목을 통해 정치적인 부분보다는 '감동'을 강조했습니다.

물론, 조선일보만이 박근혜씨의 '국제시장' 관람을 미담처럼 보도한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 언론이 속보까지 내며 홍보성 기사를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손수건 챙겨간 朴대통령, 국제시장 '눈물 관람'>(종합2보) <연합뉴스>
[종합2보]朴대통령, 영화 '국제시장' 보며 눈물…"감동적인 영화" <뉴시스>
朴 대통령, '국제시장' 관람…눈물이 '그렁그렁' <머니투데이>
朴대통령 달라진 '문화소통'… 한발 더 시민 곁으로 <한국일보>

영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박근혜

 박근혜씨는 청와대 회의에서 영화 ‘국제시장’의 장면을 예로 들면서 ‘애국심’을 강조했다.

박근혜씨는 청와대 회의에서 영화 ‘국제시장’의 장면을 예로 들면서 ‘애국심’을 강조했다. ⓒ 임병도


<조선일보>는 '정치색 짙은 영화 일람'이라는 표현을 통해 문 대통령의 영화 관람이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영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박근혜씨는 2014년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2014년 핵심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애국가에도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이런 가사가 있지 않습니까. 즐거우나 괴로우나 항상 나라 사랑해야 되고…" 라며 '애국심'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에도 보니까 부부싸움 하다가도 애국가가 들리니까 국기 배례를 하고…그렇게 우리가 해야 이 나라라는 소중한 우리의 공동체가 건전하게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며 영화 <국제시장>의 국기 하강식 장면을 예로 들었습니다.

박근혜씨가 말한 애국심은 박정희 시대의 독재자나 말할 수 있는 권위주의적 발상입니다. 더구나 국기에 대한 경례를 강요하는 것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이 시대에는 전혀 맞지 않는 태도였습니다.

CJ, 박근혜 외압에 '국제시장·인천상륙작전' 투자

 박근혜와 문재인 대통령이 재임 중에 관람한 영화.

박근혜와 문재인 대통령이 재임 중에 관람한 영화. ⓒ 임병도


박근혜씨는 재임 중에 <명량>과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을 관람했습니다. 이 영화들에는 애국심을 강조하거나 박정희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이 간혹 나옵니다.

박씨는 영화를 통해 국민을 계몽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이를 위해  대통령 풍자 코미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관람 후 눈물을 흘린 영화 <광해>를 배급했던 CJ의 이미경 부회장을 퇴진시켰습니다.

2014년 11월 박씨는 CJ 손경식 회장을 청와대 인근 안가로 불러 "CJ의 영화·방송이 좌파 성향을 보인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손 회장은 이에 사과했고 이후 CJ는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등의 영화에 거액을 투자했습니다.

박근혜씨는 영화 <국제시장>과 <인천상륙작전>을 관람했고,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이번 <인천상륙작전> 관람은 누란의 위기에서 조국을 위해 헌신한 호국영령의 정신을 한 번 더 되새기고, 최근 북한의 핵 위협 등 안보 문제와 관련해 국민이 분열하지 않고 단합된 모습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정치색 짙은 조선일보의 문재인 대통령 비난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본 영화 도표에서 ‘미씽, 사라진 여자들’은 제외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본 영화 도표에서 ‘미씽, 사라진 여자들’은 제외했다. ⓒ 조선일보 PDF 화면 캡처


<조선일보>는 앞서 언급한 인터넷판 기사 <정치색 짙은 영화 일람한 문 대통령>에서 "문 대통령은 이로써 '남영동 1985','변호인','택시운전사', '1987'로 이어지는 정치색 짙은 영화를 일람한 셈이 됐다"라며 문 대통령의 영화 관람이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습니다.

물론 8일 지면과 PDF에는 다른 기자가 쓴 관련 기사인 <문 대통령, 영화 '1987'보면서 또 울었다>를 실었습니다. 이 기사에선 앞선 기사에 언급된 '대통령이 정치색 짙은 영화를 봤다'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또 문 대통령이 본 적이 있음에도 앞선 기사에선 누락한, 여성 문제를 다룬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들>도 텍스트에선 관람 목록에 포함해놨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남아 있습니다. <문 대통령, 영화 '1987'보면서 또 울었다> 기사 속에 들어간 도표에는 <미씽, 사라진 여자들>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영화를 관람한 이후 정치적 메시지를 말했다며 '부산국제영화제'관련 발언과 '탈핵' 발언 등을 예로 들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통해 그 당시 사회상을 이해하고 영화 자체의 해석으로 끝나는 일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은 별개로 신중하게 다뤄야 합니다. 특히 영화를 진보와 보수의 대결로 몰고 가는 행태는 언론이 피해야 하는 보도 행태 중 하나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영화 1987 문재인 조선일보 박근혜 CJ 외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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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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