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 서울 삼성 경기에서 고양 추일승 감독이 지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 서울 삼성 경기에서 고양 추일승 감독이 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계속되는 심판 판정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KBL에서 또다시 석연찮은 판정이 나왔다. 6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에서 인천은 고양을 89-76으로 물리치고 4연승을 기록했다. 양팀은 3쿼터까지 팽팽한 접전을 펼쳐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즐겁게 했다.

그런데 승부는 엉뚱한 타이밍에서 갑자기 흐름이 끊겼다. 종료 3분 41초 전. 인천이 76-68로 점수차를 벌려가던 상황에서 수비하던 고양의 골 밑에서 연속 파울이 발생했다. 고양의 김진유가 인천의 정영삼을 마크하던 중 강상재의 스크린에 걸려 넘어졌다. 그러자 곧바로 고양 외국인 선수 버논 맥클린이 스크린을 타고 돌아 나오던 정영삼을 어깨로 강하게 밀쳐 넘어뜨리는 장면이 나왔다.

심판은 비디오 판독을 거쳐 강상재에게는 스크린 상황에 대한 오펜스 파울을, 맥클린에게는 고의성을 인정하여 U파울을 선언했다. 여기까지는 정상적인 판정이었다. 문제는 그다음 장면에서 갑자기 추일승 고양 감독에게까지 테크니컬 파울 경고가 주어지면서부터였다.

갑자기 내려진 테크니컬 파울, 이유는

추감독은 심판의 U파울 판정이 내려질 당시만 해도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았다. 추감독은 앞선 경기 상황에 대해서 심판 및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만 해도 차분한 모습이었다. 갑자기 또 다른 심판이 다가와서 경고를 주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심판 측은 추일승 감독이 판정에 항의한다는 이유로 이번엔 테크니컬 파울을 줬다.

물론 이 판정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당시 승부는 이미 인천이 승기를 잡아가던 분위기였다. 하지만 경기 시간 3분여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이 나오자, 고양 선수들은 눈에 띄게 의욕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막판에는 급격히 맥빠진 경기가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한 번의 판정이 경기 분위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대목이다.

억울함을 참지 못한 추일승 감독은 경기가 끝난 이후에도 한동안 심판들에게 강력한 항의를 멈추지 않았다. 평소 '코트의 신사'로 불리는 추 감독은 심판 판정에 대해서도 큰 목소리를 내지 않기로 유명하다. 추 감독이 이 정도로 흥분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흔치 않은 장면이다.

고양 입장에서 억울할 만한 이유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심판의 판정 기준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감독에게 그 정도의 경고를 주거나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하려면 판정에 불복한다거나 혹은 그에 준할 만큼 경기진행을 방해한다고 판단할 만한 구체적인 행위가 있어야 했다. 그러나 직전까지 추 감독은 테크니컬을 받을 만한 언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추감독과 고양 벤치가 황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세 명의 심판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경기 후에도 분명한 설명을 하지 못했고 심지어 심판마다 말이 조금씩 바뀌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처음에는 추일승 감독이 터치라인을 넘었다고 지적했지만 고양은 맥클린의 U파울 장면이 나온 이후 추 감독이 고양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라인을 넘지 않았다며 비디오 판독을 해보라고 반박했다.

또한 추 감독의 항의 때문에 테크니컬 파울을 줬다는 설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추 감독이 심판들에게 강력하게 항의한 것은 U파울이 아니라 심판의 첫 경고 조치가 나온 이후다. 선수간 파울 장면에 대한 판단도 아니고 갑작스럽게 벤치에 내려진 경고에 대해 이유도 알지 못해 황당해하는 데도, 정작 심판은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고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테크니컬 파울을 준 것이다. 이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심판이 함정을 파놓고 테크니컬 파울을 유도해낸 격'이나 다름없다.

 6일 고양 오리온스와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에서,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고 있다.

6일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와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에서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고 있다. ⓒ 고양 오리온스


심판이 지배하는 농구코트?

심판들은 경기 후에도 추 감독의 항의가 계속되자 이번에는 '그 상황 이전부터 항의가 계속되어 경고를 준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지는 변명인 것은 마찬가지다. 만일 명백히 테크니컬 파울을 주어질 정도의 상황이었다면 그 당시에 바로 파울콜을 내리는 게 당연하다.

정작 추 감독이 아무런 어필도 하지 않고 조용히 서 있던 상황에서 뜬금없이 '시간차'로 테크니컬 파울을 준다는 것도 심판의 주어진 정당한 권한을 넘어 경기 흐름을 자의적으로 왜곡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 더구나 이전부터 누적된 판정이라고 쳐도 추 감독의 어떤 항의와 어떤 장면이 테크니컬을 받을 만한 문제가 되었는지는 끝까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심판들은 고양 측이 흥분을 감추지 못한 상황에서 "진정하라"며 달래기에 급급했지만 정작 왜 그런 판정을 내렸는지에 대하여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은 끝까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마지막까지 설명을 요구하는 추일승 감독의 시선을 이리저리 회피하며 어떻게든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듯 쩔쩔매는 모습까지 방송 중계화면에 그대로 잡혔다. 심판들이 자신들의 판정에 뚜렷한 근거와 확신이 있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장면들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모습들이 심판의 권위와 신뢰를 스스로 깎아먹는 가장 큰 이유다.

국내 프로농구에서 심판에 대한 불신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심판이 경기를 지배하고 있다'는 조롱 섞인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날 심판의 판정과 경기운영은 단순한 실수나 오심을 넘어 참사에 가까웠다. 누구도 심판을 보러 농구장에 가지 않는다. 더 이상 심판이 농구 경기를 즐기는 데 걸림돌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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