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한 축구 선수의 이적 소식은 세계 축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해외축구팬이 아니라면 다소 생소한 이름인 버질 반 다이크라는 네덜란드 출신 선수가 7500만 파운드(한화 약 1083억 원)의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기록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FC에 입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던 까닭이다.

네이마르(브라질), 킬리안 음바페, 오스만 뎀벨레(이상 프랑스) 등 최근 수 천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는 선수들이 여럿 등장하고 있는 터에 뭐가 놀랍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반 다이크의 포지션은 앞서 말한 인물들과는 달리 수비수다.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높은 몸값을 기록한 수비수는 다비드 루이스였다. 브라질 국가대표팀에서 활약 중인 그는 2014년 첼시에서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하며 6250만 유로(약 801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한 바 있다.  

사랑받던 반 다이크

 에버튼과의 FA컵 3라운드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고 포효하는 반 다이크의 모습

에버튼과의 FA컵 3라운드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고 포효하는 반 다이크의 모습 ⓒ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수비수 1000억 원의 시대를 연 반 다이크는 19세이던 2011년 네덜란드 프로축구 FC 흐로닝언에서 프로 데뷔의 꿈을 이뤘다.

193cm, 92kg의 거대한 체구인 그는 데뷔와 동시에 팀의 중앙수비수로 자리매김했고, 2013년 셀틱FC로 이적하기 전까지 62경기에 출전해 7골을 기록하며 '골 넣는 수비수'라는 별칭도 얻었다.

유럽에서조차도 거칠기로 유명한 스코틀랜드 리그에서 2시즌 연속 베스트 수비수로 선정된 반 다이크는 2015년 9월 난다 긴다 하는 선수들이 즐비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반 다이크는 중위권 팀 사우샘프턴에 입성했지만, 명문 팀 주전 수비수들 못지않은 실력으로 프리미어리그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얀 베르통헨(토트넘), 로랑 코시엘리(아스널) 등과 함께 영국 유력 매체들이 뽑은 리그 베스트 수비수에 이름을 올렸다.

데뷔 시즌에 놀라운 기량을 선보인 반 다이크를 빅 클럽들이 그냥 지나 칠 리 없었다. 맨체스터 시티, 첼시, 리버풀 등이 러브콜을 보내며 영입 리스트 1순위에 올려두었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위르겐 클롭(독일) 리버풀 감독이 반 다이크를 얻는 기쁨을 맛봤다.  

26세 중앙 수비수 반 다이크는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수비수' 야프 스탐을 연상케 한다. 건장한 체구를 이용한 강력한 수비력은 물론이고, 웬만한 공격수 못지않은 발군의 헤딩 실력이 돋보인다.

반 다이크는 6일(한국시각) 리버풀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데뷔전(vs. 에버튼)에서 천금 같은 결승 골을 뽑아내며 리버풀 팬들을 열광케 했다.

1-1로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던 후반 39분 체임벌린의 코너킥 패스를 깔끔한 헤딩 슛으로 마무리한 반 다이크는 경기 종료 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미러> 등 영국 주요 매체에 따르면, 반 다이크는 네덜란드 빌럼Ⅱ 유소년 팀에서 뛰던 시절 주말마다 고향 브레다의 한 식당에서 접시닦기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넉넉지 못한 형편 때문에 10대의 나이에 일찌감치 생계에 뛰어들어야 했다.

16세의 청소년 반 다이크를 고용했던 식당 주인인 마크 립스는 "반 다이크는 정말 좋은 직원(Good worker)이었다. 늘 접시들을 깨끗이 닦고, 일을 제대로 수행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를 잊지 못한다. 그가 잘 돼서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특유의 성실함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반 다이크. 그의 앞날과 그를 얻은 리버풀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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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다이크 네덜란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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