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1위 질주' 한국도로공사... 박정아와 이바나(오른쪽) 선수

'전반기 1위 질주' 한국도로공사... 박정아와 이바나(오른쪽) 선수 ⓒ 한국배구연맹


'몰빵 배구'는 존재하지만, '몰빵 배구팀'이 잘 나가는 시절은 아니다.

대신 외국인과 국내 선수의 조화, 주전 선수의 부상, 구단의 적극 투자 등이 순위를 결정했다. 올 시즌 남녀 프로배구의 전반기 결산표다.

도드람 2017~2018시즌 V리그가 25일 흥국생명-GS칼텍스 경기를 끝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26일부터는 후반기인 4라운드가 시작된다.

전반기 순위를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우선 국내 선수의 역할이 좋았던 팀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은 팀들은 하위권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핵심 선수의 부상도 순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남자부의 경우 삼성화재(승점 38점)와 현대캐피탈(36점)이 승점 2점 차이로 치열한 1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팀 창단 사상 최초로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불명예를 벗고, 다시 1위로 치고 올라왔다.

올 시즌 박철우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타이스와 쌍포를 이루고 있다. 그러면서 외국인 선수 한 명에 극도로 의존하던 '몰빵 배구'에서 다소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전원 공격-전원 수비'의 토털 배구를 바탕으로 하는 스피드 배구가 지난해에 이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남녀 통틀어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가장 낮은 팀이다. 안드레아스는 득점 부문에서 남자부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낮은 11위를 기록 중이다.

소속팀에서도 국내 선수인 문성민(6위)보다 순위가 아래다. 이런 경우는 중도에 교체된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고, 남녀 통틀어 현대캐피탈이 유일하다.

그럼에도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이어 올 시즌도 선두권 경쟁을 하는 것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스피드 배구'의 위력 때문이다.

우리카드·OK저축은행, '국내파 부진-외국인 의존' 역설

3~4위 자리를 놓고 벌이는 '포스트시즌 진출권' 경쟁도 치열하다. 3위 대한항공(28점), 4위 한국전력(27점), 5위 KB손해보험(25점)이 바짝 붙어 있다. 한 경기 승패에 따라 순위가 요동치는 상황이다.

이들 팀도 외국인 선수 한 명에 의존하는 배구와 다소 거리가 있다. 특히 한국전력은 국내 선수의 활약과 비중이 더 크다.

핵심 선수인 서재덕과 윤봉우가 부상으로 장기간 빠지면서 큰 타격을 입었지만, 전광인·이호건·안우재·이재목 등 젊은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하며 4위를 유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서재덕·윤봉우가 4라운드부터 본격 경기에 투입될 것으로 예정돼 있어, 선두권 싸움에도 영향을 미칠 다크호스다.

반면, 국내 선수가 부진하고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은 6위 우리카드(21점)와 7위 OK저축은행(14점)은 하위권에 처져 있다.

우리카드는 파다르가 남자부 전체 득점 1위, 서브 1위, 공격성공률 3위를 기록하며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맹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선수의 전반적인 부진으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다만, 3~5위와 승점 차이가 크지 않아 후반기에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을 할 여지는 있다.

OK저축은행은 시몬(31세·208cm)이라는 세계 최정상급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팀이다. 다른 팀들은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못해 본 겨울 리그 우승을 창단 2년 만에 2번 연속 달성하는 기적을 맛봤다. 그러나 지금은 시몬의 공백에 허덕이고 있다.

부진한 국내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팀 분위기 전환을 위해 1순위 외국인 선수인 브람을 교체하는 극약 처방까지 내렸다. 그러나 오히려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새로 영입한 마르코가 브람보다 모든 면에서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외국인 선수 교체 이후에도 8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졌다.

도로공사 1위 독주, '토털 배구-구단 투자'의 힘

여자부도 큰 흐름은 남자부와 똑같다.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가 고른 활약을 펼치는 한국도로공사가 1위를 독주하고 있다. 승점 34점(11승 4패)으로 2위 현대건설(27점)과 3위 IBK기업은행(26점)에 크게 앞서 있다.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최하위 팀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외국인 선수까지 경기 중간중간 휴식을 줄 정도로 여유로운 운영을 하고 있다.

국내 선수가 주전뿐만 아니라 백업 멤버까지 탄탄하게 구성됐다는 방증이다. 아킬레스건이었던 레프트 공격수 자리에 국가대표 박정아를 영입한 효과도 작동하고 있다. 공격 분산과 경기력이 지난 시즌보다 한결 좋아졌다.

배구단에 많은 투자를 한 구단 프런트의 노력도 1위 질주의 핵심 요인이다. V리그 여자부 6개 구단 중 유일하게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없는 도로공사는 올 시즌을 앞두고 어느 해보다 야심차게 준비했다. FA 기간 동안 주전 멤버들을 모두 붙잡았고, 최대어인 박정아까지 영입했다.

현대건설도 외국인 선수보다 양효진의 맹활약에 힘입어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센터 블로킹이 가장 높은 것도 강점이다.

그러나 사실상 이다영 '단독 세터' 체제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약점으로 기울고 있다. 토스가 흔들릴 때 잠시라도 교체해줄 세터가 신인 김다인(20세·171cm)밖에 없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은 올 시즌 주전 멤버 7명 중 무려 4명이 바뀌면서 초반에는 조직력이 흔들렸다. 이는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다. 외국인과 국내 선수의 기량이 탄탄하기 때문에 후반기에는 상승할 여지도 적지 않다.

메디는 현재 득점 1위, 공격성공률 2위를 달리며 여자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맹활약하고 있다. 김희진도 서브 1위를 달리고 있다. 다만, 지난 시즌보다 국내 선수가 다소 부진하면서 챔피언결정전 우승 팀의 면모가 나오지 않고 있다.

'사라진' 스피드 배구... GS칼텍스의 '선전과 후퇴'

4위 GS칼텍스는 핵심 선수인 이소영의 부상으로 큰 공백이 발생했지만, 예상보다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5세트 경기가 많아 순위에선 큰 손실을 봤다. 때문에 플레이오프(PO) 경쟁을 하고 있어야 할 팀이 '꼴찌 다툼'을 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전반기에 7승 8패(승점 16점)를 기록했다. 7승 중 5승이 풀세트 승리였다. 8패는 승점을 한 점도 따지 못한 완패였다.

2위 현대건설(9승 6패·27점), 3위 IBK기업은행(9승 6패·26점)과 승수는 큰 차이가 없지만, 승점에서 10~11점 차이가 난다. 반면, 최하위 흥국생명(4승 11패·16점)과는 승점이 똑같다. 한 경기 승패에 따라 언제든지 꼴찌로 내려앉을 수 있다.

경기력도 후퇴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상위권 팀과 격차가 더 벌어졌다.

GS칼텍스는 개막 첫 경기 도로공사에 승리할 때만 해도, 기존 팀들과 차원이 다른 '스피드 배구'를 선보였다. 이를 새로운 '팀 컬러'로 표방하면서 최고 돌풍의 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후 스피드 배구가 사라졌다. 스피드 배구의 핵심인 레프트 주 공격수들을 후위로 갈 때 수시로 수비 전문 선수와 교체해 코트 밖으로 내보내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비 강화를 위한 전술이 독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더 흔들리고 불안한 경우가 많다. 동시에 외국인 선수 듀크에 대한 의존도는 커지고 플레이도 단조로워졌다. 몰빵 배구에 더 가까워진 것이다.

인삼공사·흥국생명, '외국인 딜레마'에 울다

'끝까지 공보자' 13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V-리그 KGC인삼공사와 GS칼텍스의 경기. KGC인삼공사 오지영이 수비하고 있다.

▲ '끝까지 공보자' 지난 13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V-리그 KGC인삼공사와 GS칼텍스의 경기. KGC인삼공사 오지영이 수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KGC인삼공사는 한때 3위까지 치고 올라가며,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의 돌풍을 이어가는 듯했다. 외국인 선수 알레나의 맹활약 덕분이었다.

그러나 알레나가 무릎 부상으로 공격 결정력과 점프력이 떨어지자 순식간에 6연패의 늪에 빠졌다. 순위도 5위로 주저앉았다. 국내 선수가 부진하면서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가장 높은 팀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 팀인 흥국생명은 최하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외국인 선수 교체에 따른 전력 손실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급등락은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고, 국내 선수가 부진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외국인 선수 교체 부분은 애당초 선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FA 이동 국면에서 '리베로 5명'을 만든 비효율적 국내 선수 구성도 악재가 됐다. 결국 감독과 구단의 '자승자박'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물론 후반기가 전반기와 같은 흐름이 계속되리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 전반기 결산표가 산증인이다. 개막 전의 전망들 중에 빗나간 부분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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