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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수당을 모아서 공동모금회에 기부하는 홍일성 영광 법성6리 이장. 지난 12일 인터뷰를 하던 중,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
 해마다 수당을 모아서 공동모금회에 기부하는 홍일성 영광 법성6리 이장. 지난 12일 인터뷰를 하던 중,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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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가 뭔가 보탬이 되는 일을 했을 때 이장으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다른 건 없어요."

홍일성(69) 이장의 말이다. 홍 이장은 전남 영광군 법성면 법성6리 이장을 맡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에 맡았으니, 올해 7년째다.

"이장이 돼서 마을주민 한 분 한 분을 만나다 보니, 가정형편이 어려운 이웃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된 분들은 그래도 조금 나은데, 형편이 많이 어려운 데도 복지혜택을 받지 못한 분들이 계셨어요. 이분들을 수급자로 선정되게 하거나, 보조 지원의 손길이 미치도록 해주는 거죠. 그게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홍 이장이 해마다 수당으로 받은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서 어려운 이웃들에 내놓는 것도 이런 연유다. 홍 이장은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올해 수당으로 받은 돈 260만 원 전액을 최근 전남공동모금회에 내놓았다.

지난 12일 눈이 내린 영광군 법성면 법성리 풍경. 굴비 판매장이 즐비한 마을이다. 홍일성 이장이 7년째 이장을 맡고 있는 지역이다.
 지난 12일 눈이 내린 영광군 법성면 법성리 풍경. 굴비 판매장이 즐비한 마을이다. 홍일성 이장이 7년째 이장을 맡고 있는 지역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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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성 이장이 마을 경로당에서 주민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눈이 내린 지난 12일 점심 무렵이다.
 홍일성 이장이 마을 경로당에서 주민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눈이 내린 지난 12일 점심 무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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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으로 한 달에 20만 원의 수당을 받습니다. 식대 4만 원을 별도로 받고요. 모두 24만 원을 받는데, 이 가운데 3만 원을 이장단 운영비로 떼요. 영광에서는 그렇습니다. 다른 지역도 비슷하고요."

홍 이장은 처음 이장이 된 2011년 3월부터 매달 21만 원씩, 그해 10개월 동안 210만 원을 모아 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이 돈은 기초수급자 7명에 30만 원씩 나눠졌다. 이듬해부터 올해까지는 해마다 260만 원씩, 7년 동안 모두 1770만 원을 전남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저는 이 돈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살아요.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우리 이웃들한테는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도움의 손길을 받고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내 스스로 뿌듯하기도 하고요."

홍 이장이 수당으로 받은 전액을 해마다 기부하는 이유다.

영광 법성면 법성6리 주민들의 새만금 나들이. 홍일성 이장과 주민들이 버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영광 법성면 법성6리 주민들의 새만금 나들이. 홍일성 이장과 주민들이 버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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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많은데, 쓰는 데 인색한 '갑부 구두쇠'를 보면 안타까워요.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좀 내달라고 하면, 오히려 '내가 불우이웃'이라며 거절하는 분들이요. 어차피 가진 돈 다 쓰고 죽지도 못할 텐데, 그렇더라고요."

'이장을 하면서 아쉽거나 불편한 점은 무엇인지' 물음에 홍 이장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분들이 정말 많아요. 우리가 이분들한테 조금만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면, 이 분들이 큰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을 텐데요. 그게 아쉽죠."

홍 이장의 말끝이 흐려진다.

굴비가 내걸린 영광 법성6리 풍경. 눈이 내린 지난 12일이다. 법성6리는 홍일성 이장이 마을이장을 맡고 있다.
 굴비가 내걸린 영광 법성6리 풍경. 눈이 내린 지난 12일이다. 법성6리는 홍일성 이장이 마을이장을 맡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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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남에 이·통장이 8400여 명, 전국에는 9만여 명의 이·통장이 있어요. 이 분들이 지역에서 한 분씩이라도 돕고 살면 좋겠어요. 그러면 주민들끼리도 서로 돕고 사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마을 분위기도 한결 따뜻해질 겁니다. 그런 분위기 조성에 우리 이·통장들이 앞장서면 좋겠습니다."

홍 이장의 바람이다. 홍 이장이 영광과 전남, 전국의 이·통장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홍 이장은 현재 법성면 이장단장과 영광군 지회장, 전라남도 지부장을 맡고 있다. 지난 5월부터선 (사)전국이·통장연합회 중앙회장을 맡아 이·통장들의 처우 개선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수당의 현실화가 시급합니다. 참여정부 때 오른 이후 지금까지 13년째 그대로거든요. 이장의 임기도 시·군마다 천차만별인데요. 이것도 일정한 기준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사)전국이·통장연합회 중앙회장으로서 홍 이장의 관심사항이다.

홍일성 이장이 지난 12일 마을의 한 가게 앞 덕장에서 조기와 부새의 차이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홍일성 이장이 살고 있는 영광 법성포는 굴비로 널리 알려진 고장이다.
 홍일성 이장이 지난 12일 마을의 한 가게 앞 덕장에서 조기와 부새의 차이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홍일성 이장이 살고 있는 영광 법성포는 굴비로 널리 알려진 고장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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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홍일성, #이장, #전국이통장연합회, #영광 법성, #마을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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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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