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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중구 학성동에 있는 학성공원. 왜성으로 불리며 정유재란 때 왜군이 조명연합군에 맞서기 위해 축성한 성으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울산 중구 학성동에 있는 학성공원. 왜성으로 불리며 정유재란 때 왜군이 조명연합군에 맞서기 위해 축성한 성으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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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중구청이 학성공원에 왜장 가토 기요마사의 동상을 세우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앞서 20일 <오마이뉴스>는 울산 중구청이 지난 1597년 정유재란을 일으킨 왜군이 조선과 명나라(조명) 연합군에 맞서기 위해 축성한 학성공원(왜성)에 왜장 가토 기요마사의 동상을 세우려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울산 학성공원에 왜장 '가토 기요마사' 동상 건립 논란)

기사가 나간 후, 정치권은 일제히 이를 성토하고 나섰고 울산 중구청 홈페이지와 인터넷에서는 이를 비난하는 누리꾼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에 박성민 울산 중구청장은 21일 중구의회에서 "가토 기요마사의 동상 건립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박성민 울산 중구청장, 천병태 중구의원 질의에 "철회하겠다"

민중당 천병태 울산 중구의원은 21일 오전 박성민 울산 중구청장이 출석한 가운데 열린 중구의회 구정질문에서 "가토 기요마사는 어떤인물인가,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오른팔에 해당하는 사람이며 침략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천 의원은 "특히 울산에 거점 2군데(학성공원, 서생포왜성)를 두고 정유재란 때 2차례의 도산성전투(울산왜성전투)를 조명연합군을 상대로 치른 사람"이라면서 "우리가 동상을 만들어 세운다면 우리에게 영혼이 있느냐고 비웃지 않겠나, 침략자와 싸운 전투현장에 왜장의 동상을 세우는 것은 우리의 역사의식을 흐리게 만든다"고 성토했다.

특히 천 의원은 "일본왜성에는 1960년 8월 15일에 건립한 대한광복회총사령박상진의사추모비가 있다"면서 "여기에 왜장의 동상을 세운다면 중구청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스토리텔링이라는 미명하에 민족정기를 흐리게 만든다. 임진왜란 왜장의 동상을 세우는 것은 전국에서 울산이 유일한 경우로 전국적 망신꺼리가 될 소지가 있다"면서 철회를 요구했다.

답변에 나선 박성민 중구청장은 거듭된 천 의원의 철회요구에 "가토 기요마사 동상 건립은 철회하겠다. 그 자리에 의병 동상을 세우는 것을 전문가와 의논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울산 중구청 "역사적 사실 알려주려는 것, 정치적 이용돼 안타가워"

구정 질문이 있던 시간까지도 울산 중구청은 "가토 기요마사 동상 건립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서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중구청은 "학성공원은 일본왜성과 주민 휴식공원으로 이용되고 있으나 역사적 사실은 전문가 외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면서 "도산성 전투는 우리 선조들이 왜군의 기를 꺾고 자신감을 심어준 전투라 스토리텔링하여 동상과 부조를 연결해 표현하기 위해 추진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상은 우상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전투 치열함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각 나라별 대표 장군을 설치하는 것"이라면서 "권율장군과 명나라 양호장군은 기마상으로 표현하고 왜성을 진격하는 형태로 설치할 계획이며 가토 기요마사는 성에 고립되어 물과 식량 부족으로 괴로움에 시달리는 모습의 좌상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당시 전투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설명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애국심을 일깨워주고 학습의 장으로도 활용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구청의 이같은 구상은 구청장이 의회답변에서 동상 철회의 뜻을 밝히면서 무색해졌다. 중구청측은 "좋은 의미가 있는데도 정치적으로 논란의 소재가 돼 안타갑다"고 밝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은 21일 오후 2시,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민족의 한이 서린 역사적 현장에 정유재란 당시 왜장이었던 가토기요마사의 동상을 건립하려는 것은 박성민 중구청장의 왜곡된 역사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동시에 역사에 대한 부정이자 민심에 대한 배신"이라고 주장했다.

박태완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 주민참여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비록 동상 건립을 취소한다고는 했지만, 학성공원을 둘러싼 문화재 해지논란과 슬럼화 대책 방안 등 민생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던 박성민 중구청장 아닌가"면서 "그 계획만으로도 이미 울산시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며 사죄할 것을 요구했다.

임동호 울산시당위원장은 "이번 동상건립 계획 역시 2105년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면서 "자유한국당이 태생적으로 역사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그:#학성공원, #중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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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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