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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문화재단에서는 문화다양성 사업으로 무지개다리사업을 운영 중이다. 올 한해는 한복을 테마로 하여 한국의 전통 문화를 소개하고, 전통 문화의 업을 잇는 이들을 조망하고 있다. 무지개통신사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과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적이 있는 이들을 모집해 결성했다.   지난 9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에 걸쳐 광화문 광장과 상촌재에서 진행된 '종로한복축제'는 한복의 멋을 직접 체험하고, 다양한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는 장(場)으로 많은 시민들과 외국인 관람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종로의 기록, 손의 기억' 프로그램을 통해 한복과 바느질 문화에 매료된 '무지개통신사' 일원들도 뜻 깊은 축제를 위해 모였다. '한복홍보대사'를 자처하며 '한복뽐내기대회'와 '한복사랑-방' 부스를 빛낸 무지개통신사의 활약상을 담아보았다.   한복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전하다 

지난 9월18일, 상촌재에서 열렸던 한복 체험과 바느질 수업에 참가한 무지개통신사는 한복과 전통문화를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된 '종로한복축제'의 취지에 공감하며 축제에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복 체험은 물론이고, 다채로운 공연과 프로그램으로 가득한 한복축제에 대해 기대감이 높아진 까닭이었다. 특히 한복의 아름다움에 거듭 찬사를 보냈던 중국의 이나는 '한복뽐내기대회'에 출전해 한복의 미를 몸소 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본선에 앞서 9월23일에 열린 예선전에 참가하기 위해 이나는 정성스레 준비한 한복을 오전부터 곱게 차려입었다. 비단 한복의 외양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라, 한복의 선을 더욱 아름답게 살리기 위해 속옷까지 제대로 갖추어 입었다.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해 머리에 가채를 쓰고, 손에는 부채를 들었다. 여기에 더해 버선에 전통신발까지 신는 노력을 기울였다. 출전을 앞둔 그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느 한 부분도 소홀함이 없이 정통한복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모습이었다.

"한국에 와서 한복을 입어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장신구까지 완벽하게 착용해본 것은 처음이에요.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한복을 접했지만, 눈 속에 이미지로 담는 것과 몸에 직접 걸쳐 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느낌을 주네요.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고, 준비에 만전을 기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복을 정갈하게 차려입은 중국의 이나
 한복을 정갈하게 차려입은 중국의 이나
ⓒ 종로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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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와 같은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성래 학생도 한복뽐내기대회 참가를 위해 축제 현장을 찾았다. 현재 대학원에서 비교문화를 공부하고 있는 만큼 그는 각국의 다양한 전통문화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저는 조선족이라서 중국의 전통의상도 입어본 적이 있는데요. 중국의 전통의상이 강인한 느낌을 준다면, 한복은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전에도 한복을 입어본 적은 있었지만, 오늘처럼 정식으로 갖춰 입어본 적은 없었어요. 그만큼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한복뽐내기대회 참가를 위해 한복을 차려입은 중국의 이나와 김성래
 한복뽐내기대회 참가를 위해 한복을 차려입은 중국의 이나와 김성래
ⓒ 종로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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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예선에 앞서 한복을 정갈하게 차려 입고, 갓을 쓴 뒤에 전통신발까지 신고 이나와 함께 무대에 오를 순서를 기다렸다. 한복뽐내기대회를 향한 뜨거운 관심을 증명하듯 학생, 주부, 가족, 직장인 등 각기 다른 한복과 사연으로 참여한 참가자의 수만 해도 무려 80여 명에 달했다. 각각 75번과 76번의 번호표를 부여받은 이나와 김성래는 무대에 오르게 될 순간만을 기다렸다.

한편, 이날 한복뽐내기대회에 참가한 이나와 김성래를 응원하기 위해 축제를 찾은 이탈리아의 리디아도 한복을 입고, 축제 현장의 곳곳을 누볐다.

"한복을 입으면, 아무래도 몸가짐이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행여나 옷이 상하거나, 망가질까봐 더 신경 쓰게 되고요. 무엇보다 한복을 입으면, 옛 선조들이 한복을 입고 어떻게 생활했을지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직접 와보니 한복 체험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고 있어서 한국 문화를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또 무지개통신사로 참여하며 알게 된 친구들과 다시 볼 수 있어 좋았고요."

무지개통신사 친구들의 열띤 응원 속에서 이나와 김성래는 예선 무대에 올랐고, 한복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본선 행으로 가는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무대 위에서 뜨거운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이들은 무대에서 내려온 이후에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한복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칭찬이 쏟아졌고, 함께 기념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이들도 많았다.

본선에 오른 무지개통신사의 이나와 김성래
 본선에 오른 무지개통신사의 이나와 김성래
ⓒ 종로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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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정에 뒤이어 다음날 본선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이나와 김성래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세심한 손길로 한복을 차려입었다. 본선이 시작되기 전까지 이 둘은 밤새워 연습한 장기자랑을 연습하면서 혹시 모를 사회자의 질문에도 대비하는 등, 결승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이름이 호명되자 떨리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른 둘은 한복을 입은 소감을 이야기하고, 함께 준비한 짤막한 만담을 진행하며 현장의 분위기를 달궜다. '장기자랑'의 장기(長技)를 몸 안의 장기(臟器)에 빗대어 객석으로부터 웃음을 이끌어내는가 하면, 능숙한 한국어와 중국어로 잰말 놀이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한복뽐내기대회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이나와 김성래
 한복뽐내기대회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이나와 김성래
ⓒ 종로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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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참가자의 무대가 끝난 직후,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수상자 발표가 이어졌다. 가족상, 맵시상, 돋움상에 이어 특별상 수상자로 호명된 이나와 김성래는 다시금 한복의 맵시를 뽐내며 무대를 멋지게 수놓았다. 부상으로 수여받은 한돈 세트를 가족과 친구와 함께 나누면서 다시금 소중한 시간을 되돌아보고 싶다고 밝힌 두 명의 무지개통신사는 축제의 마지막 프로그램인 강강술래를 즐기면서 한복축제의 대미를 아름답게 장식했다.

종로한복축제의 대미를 장식한 강강술래
▲ 강강술래 사진 종로한복축제의 대미를 장식한 강강술래
ⓒ 종로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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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바르기 입기' 캠페인의 전도사가 되다

이나와 김성래가 한복뽐내기대회에서 그 존재감을 빛냈다면, 잔디마당의 '한복사랑-방' 부스에서는 '한복 제대로 입기' 캠페인을 펼친 무지개통신사의 맹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부스 앞에는 '연잎찻상보 만들기' 강좌를 통해 무지개통신사에게 친숙한 이혜미 디자이너가 제작한 한복을 전시해 고전한복의 진가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달 아래의 두 연인을 뜻하는 '월하정인(月下情人)'을 테마로 전시된 남녀의 멋들어진 한복에 시민들은 쉽사리 눈을 떼지 못했다.

한복축제가 열리는 3일간 부스에 참여한 무지개통신사의 이민준은 전시된 한복을 예로 들어 18세기 한복의 정수를 소개했다. 단순히 한복의 겉 착장만 선보인 것이 아니라, 18세기에 살았던 여인들이 갖춰 입었던 속옷부터 여러 층위의 한복을 보여주며 설명함으로써 부스를 방문한 관람객들에게 새롭고, 신선하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18세기 한복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무지개통신사의 이민준 학생
 18세기 한복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무지개통신사의 이민준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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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테마로 방문객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그는 한복의 발전을 위한 제언을 듣기 위해 '한복 대여 서비스'에 대한 설문조사도 함께 진행했다. 자신을 인류학자라고 밝힌 미국 국적의 여성은 전통한복에 대한 재조명이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제언을 남겼다.

"저는 인류학자로서 한국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백제와 고구려의 전통과 관습에 대해 흥미를 갖고 있죠. 한복은 오랜 역사의 이야기가 담긴 소중한 전통의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굉장히 매혹적으로 다가오고요.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운 전통한복을 이곳에서 직접 볼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전통한복을 더 자주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습니다."

유치원에서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다는 미국 국적의 니카는 학생들에게 전통문화를 제대로 소개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축제를 찾았다고 밝혔다.

"나라마다 각양각색인 의복 문화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찾아내는 것이 재미있더라고요. 일본에 가면 어디서나 기모노를 입은 일본인과 외국인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데 반해 한국에서는 아직도 한복을 입는 것이 낯선 풍경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특별한 행사 때 입는 경우가 더 빈번한 것 같고요. 그렇지만 이런 축제가 한복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익한 프로그램도 많고, 재미있게 즐길 거리도 많아서 한복을 더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됐어요. 이곳에서 얻은 다양한 정보를 학생들에게 잘 전달하도록 할게요."

그러나 그녀는 한복의 장점에 대해 칭찬하면서도 사이즈가 보다 다양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곁들였다.

"저도 오늘 축제 부스에서 한복을 직접 구매해 입었는데요. 한복은 색채감과 곡선이 정말 아름다운 의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사이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이즈 선택의 폭이 더욱 다양해져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체형에 맞는 한복을 입을 수 있게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부스를 찾은 외국인에게 한복에 대해 설명해주는 모습
 부스를 찾은 외국인에게 한복에 대해 설명해주는 모습
ⓒ 종로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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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침선 전문가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은 박정욱, 조경숙, 이혜미 한복디자이너도 체험부스를 찾는 방문객을 반갑게 맞이하며 '우리 한복 바르기 입기' 캠페인을 전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한복을 제대로 입는 법과 한복의 역사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한복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에도 명쾌하게 답변해주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또한 시민과 외국인 관람객의 의견에도 귀 기울이며 한복 문화를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결의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한복사랑-방에서 한복을 바르게 입도록 도운 이혜미 디자이너
 한복사랑-방에서 한복을 바르게 입도록 도운 이혜미 디자이너
ⓒ 종로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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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일본의 유리야마씨가 "한복 문화가 한 순간의 유행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오래도록 전통의 명맥을 잇는 의복이 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내놓자 박정욱 디자이너는 한복의 본질만큼은 변질되어서는 안 될 것임을 거듭 역설했다.

"소재와 재료는 점점 더 편리하게 변해가고 있어요. 그렇지만 결코 바꿀 수 없는 한 가지는 디자인이에요. 디자인을 통째로 바꾼다면, 그건 양장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환경에 맞추기 위해 다소간의 변화는 불가피하겠지만, 전통의 본질만큼은 결코 퇴색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한복의 본질과 전통을 전함으로써 한복축제의 취지가 더욱 빛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다양한 관람객과의 소통을 통해 얻은 값진 의견과 제언들이 보다 밝은 한복의 미래를 열기 위한 중요한 기틀이 되기를 바란다.


태그:#무지개다리사업, #종로한복축제, #종로문화재단, #종로의 기록, 손의 기억, #무지개통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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