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왼쪽)과 쩡춘레이(중국 국가대표 주전) 선수

김연경(왼쪽)과 쩡춘레이(중국 국가대표 주전) 선수 ⓒ 국제배구연맹


김연경(30세·192cm)이 흥미롭고 중요한 대결을 앞두고 있다.

김연경 소속팀인 '상하이 광밍유베이'(아래 상하이)는 오는 16일 베이징과 일전을 벌인다. 상하이가 B조 1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날 베이징을 반드시 꺾어야 한다. 2위 톈진이 '1위 탈환'을 노리며 바짝 뒤쫓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베이징 대결은 중요성과 함께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현 중국 국가대표 공격수 3인방 중 한 명인 쩡춘레이(29세·187cm)가 최근 이탈리아 리그에서 베이징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쩡춘레이는 중국 리그로 복귀 후 2일 톈진전부터 출전했다. 톈진전에서 몸을 푼 쩡춘레이는 9일 저장전에서 위력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이날 경기에서 23득점을 올렸다. 팀 내 최다 득점이다.

베이징은 쩡춘레이 복귀 후 전력이 한 단계 상승한 모습이다. B조 강호인 톈진, 저장에 패하기는 했지만, 모두 5세트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왼손잡이 라이트인 쩡춘레이는 레프트 주팅(24세·198cm·바키프방크), 장창닝(23세·193cm·장쑤)과 함께 중국 대표팀의 공격 삼각편대를 이루고 있다.

지난 9월 월드그랜드챔피언스컵과 세계선수권 아시아 예선전에서도 중국 대표팀 주전 라이트로 맹활약했다. 중국은 월드그랜드챔피언스컵에서 5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고, 세계선수권 아시아 예선전에서도 4전 전승으로 본선 출전권을 획득했다.

쩡춘레이는 라이트 포지션이지만 수비력도 준수하다. 때문에 서브 리시브에 가담하는 '리시빙 라이트'나 레프트로도 활약한다.

야심차게 해외 리그 도전했지만 '조기 종료'

쩡춘레이는 올 시즌 해외 리그에 도전장을 냈다. 지난 9월 세계 정상급 리그인 이탈리아 1부 리그 포미 카살마조레 팀과 1년 계약을 맺었다. 포미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 포스트시즌 공동 3위를 차지한 강호다.

포미 팀에는 지난 시즌 중국 리그에서 상하이의 외국인 선수였던 사라 파반(32세·196cm)도 뛰고 있다. 캐나다 국가대표 출신인 사라 파반(쎄라)은 한국 V리그에서도 활약한 바 있다. 2010~2011시즌은 한국도로공사, 2014~2015시즌은 GS칼텍스에서 뛰었다.

그러나 쩡춘레이는 기대와 달리 포미 팀의 주전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올 시즌 6경기에 출전해 총 2득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대부분 경기에서 선발이 아닌, 교체 멤버로 투입됐기 때문이다.

쩡춘레이는 지난 10월 22일 포미-스칸디치전에서 2세트 후반 라이트인 사라 파반과 교체 투입돼 2득점을 올렸다. 그것이 올 시즌 이탈리아 리그에서 기록한 득점의 전부였다.

3세트 중반에는 레프트 스타르체비치(32세·크로아티아) 대신 투입됐다. 이후 세트가 끝날 때까지 레프트로 뛰며 서브 리시브와 디그 등 수비에 적극 가담했다.

'김연경-쩡춘레이' 함께한 아본단자 감독의 '명암'

반면, 사라 파반은 지금도 포미의 주 공격수로 맹활약하고 있다. 12일 현재 이탈리아 1부 리그 득점 부문 전체 8위를 달리고 있다.

결국 쩡춘레이는 지난 11월 28일 포미 팀을 떠났다. 그리고 원 소속팀인 중국 리그 베이징으로 복귀했다.

이탈리아 리그가 개막된 지난 10월 15일 이후, 1개월 반 만에 다시 중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큰 꿈을 안고 떠났던 쩡춘레이의 용기 있는 도전은 아쉽게도 조기 종료됐다.

공교롭게도 포미 팀의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 김연경 소속팀인 페네르바체 감독이었던 아본단자(48세)였다. 그러나 아본단자도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11월 14일 팀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불과 5경기 만에 초스피드 경질이었다.

포미 구단은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감독 교체 사실과 이유를 공표했다. 구단은 "이번 결정은 리그 초반 5경기에서 승점 3점(1승 4패)로 최하위권인 상황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본단자 감독은 지난 시즌 페네르바체에서 김연경과 함께 터키 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그러나 '김연경 없는 이탈리아행'은 결과적으로 불명예로 남게 됐다.

'가는 곳마다 우승·MVP'... 김연경을 다시 생각하다

 중국 국가대표 '공격 삼각편대'... 왼쪽부터 장창닝(193cm), 쩡춘레이(187cm), 주팅(198cm) -2017 월드그랜드챔피언스컵 대회

중국 국가대표 '공격 삼각편대'... 왼쪽부터 장창닝(193cm), 쩡춘레이(187cm), 주팅(198cm) -2017 월드그랜드챔피언스컵 대회 ⓒ 국제배구연맹


쩡춘레이 사례는 김연경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현 세계랭킹 1위인 중국 대표팀은 명실공히 세계 최강이다. 중국의 국가대표 선수 중 최근 해외 리그에 진출한 선수는 주팅과 쩡춘레이 2명이다.

그러나 쩡춘레이는 이탈리아 리그에 안착하지 못하고, 조기에 중국으로 돌아왔다. 포미 구단은 지난 11월 28일 계약 해지 사실을 공표하면서 "쩡춘레이가 유럽 경기 방식과 이탈리아 생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아시아 선수가 유럽 리그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력뿐만 아니라 엄청난 적응력이 필요함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다.

주팅은 현재 세계 최고봉인 터리 리그의 바키프방크에서 주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주팅도 아직은 김연경처럼 어려운 조건 속에서 팀 성적을 좌지우지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이는 주팅과 김연경의 스타일, 능력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두 선수의 포지션은 공격과 수비를 모두 담당하는 레프트다. 그러나 주팅은 강력한 공격력에 비해 서브 리시브와 디그 등 수비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가 존재한다.

'주팅도 못한' 중국 리그 우승, 초유의 '4개국 리그 우승' 도전​

반면, 김연경은 세계 최고의 '완성형 레프트'다. 단순히 공격 결정력만 높은 게 아니라, 수비력도 뛰어나다. 서브까지 강하고 까다롭다.

기존 선수들과 친화력은 물론, 경기를 이끌어가는 리더십도 최고다. 이런 선수는 어느 리그를 가든, 팀 전력을 단숨에 업그레이드시킬 수밖에 없다.

김연경은 한국 V리그, 일본 리그, 터키 리그에서 모두 소속팀의 주 공격수로 맹활약하며, 팀을 우승시키고 본인은 MVP를 수상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와 유럽배구연맹(CEV)컵에서도 소속팀 페네르바체를 우승으로 이끌고 MVP를 수상했다.

그리고 이제 중국 리그까지 '4개국 리그 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대기록 달성에 도전 중이다.

중국 대표팀의 주 공격수이자 세계 정상급 선수인 주팅도 중국 리그에서 소속팀을 우승으로 이끌지 못했다. 주팅이 2013~2014시즌부터 2015~2016시즌까지 활약했던 허난 팀은 3년 동안 9위~11위로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러나 김연경은 지난 시즌 6위에 그쳤던 상하이를 올 시즌 8연승으로 이끌며 단번에 우승 후보로 올려 놓았다. 일본 리그에서는 입단 첫해부터 직전 시즌 최하위권 팀을 정규리그 우승 팀으로 만들기도 했다.

가는 곳마다 소속팀의 위상을 급상승시키는 '절대적 카리스마'. 이런 선수가 과연 전 세계적으로 다시 나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김연경은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김연경 프로배구 V리그 중국 올림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