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0일 롯데 자이언츠는 투수 강영식 이재곤, 내야수 박종윤을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한때 불펜의 핵으로, 선발 세대교체의 선두주자로, 수비 좋은 1루수로 주전을 차지했던 세 선수와의 이별이다. 이들은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는 아니었지만 팀이 필요할 때 제몫을 다했다. 하지만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지는 못했던 세 사람, 그들은 어떤 선수였을까.

불펜의 핵심 '랜디' 영식


 4월 16일 강영식은 롯데에서의 마지막 공을 뿌렸다.

4월 16일 강영식은 롯데에서의 마지막 공을 뿌렸다. ⓒ 롯데 자이언츠


2008년 부임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강영식의 역할을 좌타자 상대 원포인트 릴리프로 정했다. 그러다 7월 강영식은 로이스터 감독의 "너를 믿는다"는 말을 듣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구위는 좋았지만 자신감이 문제였던 그는, 이후 완전히 다른 투수로 변신했다. 스스로를 믿기 시작한 강영식의 그 해 성적은 6승 2패 16홀드 2세이브. 방어율도 2.88에 불과했다.

이후 필승조로 자리를 잡은 그는 2015년까지 꾸준히 경기를 소화했다. 2008년만큼의 임팩트는 없었지만 1군에서 여전히 활용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구위가 떨어지면서 4경기를 소화하는데 그쳤다. 전성기 시절 140km 중후반을 넘나들던 구속은 어느새 140km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 됐다. 그리고 올 겨울 방출 통보를 받았다.

잊을 수 없는 2010년의 이재곤

 지난해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서의 이재곤.

지난해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서의 이재곤. ⓒ 롯데 자이언츠


경남고 이종운 감독은 이재곤을 "2, 3년만 잘 키우면 훌륭한 투수가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경남고 에이스였던 이재곤은 2010년 6월 4일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데뷔 첫 승을 따냈다. 기록은 5이닝 7피안타 3실점. 이후 남은 시즌을 선발로 치른 그는 8승 3패 방어율 4.14를 기록하며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다. 뛰어난 싱커에 타자들은 알면서도 속았다.

이재곤에게 탄탄대로 미래가 펼쳐진 것 같았다. 그러나 바로 이듬해부터 이재곤은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2011년에는 56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40점을 내주며 와르르 무너졌다. 2012년부터는 1군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매 시즌 팬들과 언론에서 부활을 거론했지만 이재곤의 부활은 없었다. 그리고 올 시즌을 끝으로 롯데를 떠나게 됐다.

애증의 '팡야', 박종윤

 지난 2014년 박종윤은 데뷔 첫 3할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 2014년 박종윤은 데뷔 첫 3할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 롯데 자이언츠


"너무 착해서 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순둥순둥한 성격의 선수. 박종윤이 처음으로 많은 경기를 출전한 것은 2010년이었다. 이대호가 3루로 가면서 비어 있던 1루를 차지한 것이다. 극단적인 어퍼 스윙과 함께 0.257의 타율에 8홈런 51타점의 성적을 기록했다. 포지션이 1루수였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분명 아쉬운 성적이다.

이후 이대호가 일본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인 선발 기회를 얻었다. 가장 좋았던 시즌은 2014년. 데뷔 후 처음으로 3할을 넘겼고(0.309) 73타점으로 개인 최다 타점기록도 다시 썼다. 하지만 박종윤의 활약도 거기까지였다. 부상을 당하면서 출전 기회가 점점 줄어들더니 올 시즌은 결국 한 경기도 소화하지 못하고 방출 통보를 받았다.

한 번도 사랑을 듬뿍 받지 못했지만

롯데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근성 있는 선수와 결정적인 한 방을 갖춘 선수다. 박정태, 손아섭처럼 눈빛이 살아있는 선수는 조금 부진해도 이해해준다. 결정적인 한 방을 갖춘 선수도 마찬가지. 공갈포라는 소리를 듣던 가르시아가 롯데팬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았던 이유는 삼진도 많이 당했지만 여러 차례 결정적인 홈런을 때려냈기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세 선수는 팬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받은 적이 없다. 그들은 이글거리는 눈빛도 갖추지 못했고 결정적인 순간 승리를 가져오는 활약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오히려 결정적인 순간 부진하면서 멘탈이 약한 선수라는 꼬리표가 계속해서 따라다녔다.

이제는 팀을 떠나게 된 세 사람. 세 사람이 다른 팀에서 야구를 계속하게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팀을 위해 오랜 기간 힘써준 그들을 위해 마지막 순간만큼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줘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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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김철희 시민기자는 청춘스포츠 6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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