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장

지난 11월 17일 스텔라장이 서울 종로구 율곡로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광섭


프랑스에서 생명공학을 공부하다 기타와 피아노를 치는 싱어송라이터로 환승한 스텔라장은 자신의 음악 세계를 '컬러스(Colors)'라고 설명했다.

"처음 낸 EP 제목이 <컬러스(Colors)>(2016)였어요. '컬러스'라고 압축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어떤 한 세계에 얽매이지 않고요. 물론 딱 들었을 때 '스텔라장이다' 알 수 있는 정도의 색은 있으면 좋겠는데, 그것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이것저것 해 보고요. '치어리더'도 그런 맥락에서 작업해서 낸 거예요."


2014년 '어제 차이고'로 데뷔했고, <컬러스>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EP를 발표했다. 지난 11월에는 '치어리더'를 선보였다. 장르는 힙합이고 메시지는 응원, 힘내자다.

"지금 당장 돈이 없는 거지 계속 돈이 없을 거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는 않아요. '나는 너로 만족하기 때문에 너만 있으면 돼'가 아니고 '우리가 돈이 없어 불편하지만 참고 열심히 벌어서 미래에는 부귀영화를 누려보자'는 이야기예요."

11월 17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에서 스텔라장을 만났다.

- 2017년은 스텔라장에게 어떤 해였나요?
"작년에 목표했던 것들을 서서히 현실로 만들어가는 해였던 것 같아요. 인지도 면에서도 그렇고 공연도 훨씬 더 많이 했고요. 그런 기회가 주어진 자체가 감사한 일이잖아요? 전보다 스케줄도 많아지고 바빠진 것은 좋은 것 같아요."

 '치어리더' 자켓

스텔라장은 지난 11월 1일 싱글 앨범 '치어리더'를 발표했다. ⓒ 그랜드라인 엔터테인먼트


- 11월에 '치어리더'를 발표했는데, 어떤 곡인가요?
"전부터 한번은 장르가 완전히 힙합인 곡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곡이에요. 기존 팬분들은 뭔가 여태까지 한 것과는 다르네? 하면서 이질감이 느껴진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저로서는 한번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한 것이죠. 올티가 도와줘서 재미있게 했던 것 같아요."

- 래퍼 올티와의 작업은 어땠어요?
"자기 앨범 피처링을 해달라고 연락이 온 적이 있었어요. 그렇게 해서 연락하고 지냈죠. 엄청 친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곡이 올티와 잘 어울릴 것 같아 부탁했더니 흔쾌히 해준다고 해서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어요."

- 돈이 없어도 너만 있으면 만족한다는 가사가 나오는데, 그런 존재가 있을까요?
"없어요.(웃음) 누가 있다고 해도, 있어도 가사는 사실 너무 비현실적인 것 같아요. 이상이기는 한데, 이런 것은 연애 초반에나 가능한 감정이 아닌가? 돈이 없으면 결과적으로 힘들어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너무 현실적이었나.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친구를 만나도, 연애를 해도,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 것도 그렇고요. 제가 고양이를 키우는데 하나하나 돈이 들어가는 거예요. 아무리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고는 하지만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하다 절감하게 되더라고요."

- 20대 스텔라장에게 돈은 어떤 의미인가요?
"딱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음…. 돈만 있어서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인 행복에 필요한 요소인 것 같기는 해요."

- 일상은 어때요?
"집에서 작업하고, 미국 드라마도 많아 봐요.(웃음) 요새 <왕좌의 게임>에 빠져서, 한동안 진짜 열심히 봤어요. 제가 한번 빠지면 만사를 내팽개치고 보는 스타일이거든요. 학교에 다닐 때에도 한번 보기 시작하면 끝내지를 못해서 밤을 새우고 학교에 갔어요.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웃음) 시즌 7까지 몰아서 다 보고, 다음에는 뭘 보지? 하는 상태입니다."

 스텔라장

"당장 절감하는 것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유학을 오래해서, 부모님과 할아버지와 보내지 못한 시간이 10년이 넘어요." ⓒ 김광섭


- 요즘 관심사가 있다면?
"너무 다크해질 수 있는데, 이번 주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어제 장례를 다 마쳤거든요. 98세까지 살다 가셔서, 장례식 분위기가 엄청 우울하지는 않았어요. 가시기 전에 가족들도 인사를 다 드렸고요. 그러면서도 내가 죽으면 누가 올까 생각을 하게 되고, 잘 사는 인생은 어떤 인생인가 싶기도 하고요. 곡소리가 들리는 광경을 보면서, 죽음이라는 게 이별이니까 슬프기는 한데, 내 장례식은 밝았으면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사실, 사람이 언제 죽을지 모르잖아요? 물론 매일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로 사는 것도 그렇지만요. 갑자기 그런 생각도 드는 거예요. 가수 활동하면서 예쁜 사진을 많이 찍어놓아서 다행이다. 영정사진을 예쁜 것으로 쓸 수 있잖아요? 관심사는 마블 영화, <토르: 라그나로크>를 재미있게 봤어요. 마블 영화는 꼬박꼬박 챙겨 보고 있어요."

- 할아버지와의 추억은 어때요?
"할아버지가 같이 살았어요. 2살 때부터요. 할머니는 좀 더 일찍 돌아가셨고요. 무언가 되게 큰 추억이라기보다 식사도 계속 같이했고, 방으로 물을 갔다 달라 하시면 갖다 드리고 했던 게 제일 생각이 많이 나요. 할아버지 방이 제 건너편 방이었거든요. 문만 열만 바로 보이고요. 당장 절감하는 것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유학을 오래해서, 부모님과 할아버지와 보내지 못한 시간이 10년이 넘어요. 할아버지와 놀러 갔던 기억이 초등학교로 거슬러 올라가요. 되게 어릴 때, 경복궁을 같이 갔어요. 할아버지와 단둘이 어디를 간 일이 많지는 않아요. 같이 의자에 앉아 비둘기에게 빵을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 스텔라장의 음악을 들으셨죠?
"네. 진짜 소름 돋았던 이야기가 있어요. 할아버지가 귀가 되게 안 좋으셨어요. 돌아가시기 직전에는 앞도 거의 안 보이는 상태가 되다 보니까 누워계셨어요. 마지막까지 살아있는 감각이 귀라고 하더라고요. 귀가 안 좋으신데 말씀드리면 대답도 하셨어요. 최근, 드라마 <사랑의 온도> OST를 불렀어요. '나만 아는 엔딩'이요. 할아버지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 "나는 성은(스텔라장 본명)이 성공하는 거 보고 죽어야겠다"였어요.

할아버지 기준에서 성공은 제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거였단 말이죠. 텔레비전에 나온 것도 보셨는데, 텔레비전 드라마에 제 노래도 나왔다고 말씀드렸더니 들려달라고 하셨어요. 볼륨을 최대로 해서 이어폰으로 들려드렸어요. 할아버지께서 화요일에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신 그날 저녁에 '나만 아는 엔딩'이 멜론 실시간 검색 1위에 올라가 있더라고요. 저는 찾아볼 겨를이 없었는데 이사님이 "안 좋은 일 겪은 상황에서 그렇기는 하지만 지금 1위에 있다" 멜론 차트를 보내주셨어요. 할아버지께서 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었던 노래잖아요?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 지난 7월, 건반 선율에 위로를 담은 '그대는 그대로'를 발표했는데, 스텔라장에게 어떤 의미인지?
"제 노래 중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탑3에 꼽지 않을까 싶어요. 노래 부르면서도 혼자 소름 돋는 그런 게 있어요.(웃음) 피아노로 만든 데모 버전도 좋아했는데 밴드와 편곡을 거치고 나니 분위기가 고조되고 강약 조절들이 생각보다 더 완성도가 있어 진 것 같아요. 이 곡은 공연에서 부르는 걸 좋아해요. 신나게 박수치고 뛰는 것도 물론 좋지만 이 곡이 가진 어떤 압도감이 있는 것 같아요."

- '그대는 그대로 그냥 그대인 채로 남으면 돼' 가사도 있는데, 가사 쓰기에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인생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시기에 만든 곡이에요. 힘든 개인사가 있는 건 아니고요. 누구나 한 번씩 거쳐 가는 진로 고민 시기에 만든 곡이에요. 저는 다른 공부를 하다가 음악을 선택했기 때문에 더 이런 가사를 쓰게 된 것 같아요."

- 스텔라장은 어디에서 위로를 받나요?
"사람에게 위로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괜찮아, 잘 될 거야' 이야기하는 곡들보다 '괜찮아, 힘들지? 나도 힘들어' 이런 것에서 위로를 더 많이 받고요. 어떻게 보면 비뚤어진 것 일 수도 있는데, '아, 쟤도 힘들구나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것에서 위안을 더 많이 얻는 것 같아요. 친한 언니가 일 때문에 힘들어 해서 여럿이 만났는데 스트레스 배틀을 하게 되더라고요. '나는 이만큼 힘들다 그러면 옆에서 '나도 이만큼 힘들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서로 웃고 떠들고, 사는 게 다 힘들지 결론이 나면서 각자 행복하게 집으로 갔어요.(웃음)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누는 것에서 위로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스텔라장

스텔라장은 12월 캐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 김광섭


- 정규 앨범은 언제 만날 수 있을지
"인터뷰 때마다 곧 낼 거라 말하는 1년이 넘은 앨범이 있어요.(웃음) '어제 차이고' 편곡한 친한 친구 플레인과 같이 하는 앨범이요. 그 친구가 프로듀싱을 맡고, 제가 작사하고 노래를 불러서 앨범을 낼 거예요. 1월 중순이나 말 즈음이요. 이거는 거의 오피셜이에요. 지금까지 한 것과는 다르게 사운드를 빈티지하게 잡았어요. 사랑 노래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요. 4~5곡 정도 나올 것 같아요. 그 이후에 아마 정규 앨범이 나올 건데, 곡 작업은 꾸준히 하고 있어요. 어떻게 묶어서 언제 낼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 어쩌다 한 번, 일렉기타를 칠 때도 있는 것 같은데요?
"네, 정말 어쩌다 한 번이었어요.(웃음)"

- 일렉 기타를 연주할 생각은 없는지
"사실 제가 일렉기타를 굉장히 사고 싶었어요. 그때는 빌려서 했고요. 일렉기타를 가져본 적이 없어서 어색하기는 했지만요. 편리함에 있어서만 이야기하면 줄 누르기가 더 쉬워요. 집에서 데모곡 만들다 보면 일렉기타를 쓰고 싶은 점도 꽤 있어요. 문제는 무거워요. 무대에 섰을 때 어깨를 자꾸 눌러요. 통기타와 일렉기타를 왔다갔다 바꾸기도 뭐하고요. 그래도 일렉기타는 조만간 사지 않을까 싶어요. 언젠가는 무대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머리카락 색은 수시로 바뀌나요?
"계속 바뀌었지만 바꾸려고 한 건 아니에요. 거의 백발에 가까운 금발로 탈색을 하면, 그 위에 색을 입힐 수가 있잖아요? 분홍, 주황을 했어요. 특징이 색이 빨리 빠져요. 주황색에서 색이 빠지면 살구색 비슷한 피치핑크 같은 색이 나오다가 다시 금발, 백발로 돌아가거든요. 제가 주황색을 했다가 또 노란색으로 염색을 했구나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자연스럽게 빠져서 그런 색이 나온 거죠. 톤 다운을 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이미 밝은 머리로 굳어진 이미지가 있다 보니까 회사에서도 지금 톤 다운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어요. 근데 얼마 전 결국 톤 다운 했습니다. 후회하지 않고요. 당분간은 이런저런 밝은 머리로 돌아갈 생각은 없습니다."

- 12월 계획은 어때요?
"캐럴 프로젝트를 해요.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어린이들에게 선물로 주는 달력 같은 게 있어요. 날짜마다 뚜껑을 열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열면 초콜릿, 사탕 같은 조금만 뭔가 들어있어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면서 하루에 한 개씩 꺼내 먹는 것을 모티브로 했어요. 뚜껑을 열면 제가 나와서 캐럴 한 소절이나 길게 부르고 들어가는 거죠. 밴드 오빠, 프로듀서 친구 등과 재밌게 해보려고 합니다.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 공개하려고요."

- 2018년 새해 바람이 있다면?
"2018년 중에 정규 앨범을 내는 게 목표예요. 시기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 인사를 전한다면
"날씨 추운데 감기 조심하시고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12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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