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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시간을 이용하여 갖은 포토타임.
 휴식시간을 이용하여 갖은 포토타임.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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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날이다. 이른 새벽부터 정갈하게 씻고 마음을 다졌다. '세상에 모든 사람'의 평안을 위한 기도도 올렸다. 발달장애인들이 먹을 김치를 담그는 날이다.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낸다. '세상과 함께' 회원들이 함께하는 일이다.

발달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있다. 40명의 학생은 세상에 나가기 위해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다. 10여 명이 선생님들이 이들을 돕는다. 하루에 사용하는 쌀만 10kg, 80인분의 음식을 제공한다. 이따금 들어오는 쌀과 김치 등 지원받은 식자재를 보관할 냉장창고도 없다. 그래서다. 통 큰 기부를 준비 중이다. 저온 저장고를 짓고 김치냉장고를 사줬다. 텅 빈 냉장고엔 김장김치를 꽉꽉 채워서 지원하기로 했다.

'세상과 함께' 하면 세상이 밝아집니다. '세상과 함께'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기본 정신으로 국내외 소외계층의 삶의 질 향상과 자립기반 마련 등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둔 비영리 법인이다. 단체는 지난 2013년 내전 중인 미얀마를 방문하면서 열악한 환경을 목격하면서 눈을 감지 못했다. 그날부터다. 단체는 국내외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아이들에게 줄 음식인데 같이 동참하시죠."

세종시 장군산 자락 ‘금선대’에서 ‘세상과 함께’ 회원들이 김장하고 있다.
 세종시 장군산 자락 ‘금선대’에서 ‘세상과 함께’ 회원들이 김장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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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함께' 이사장인 유연스님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26일 세종특별자치시 장군면 영평사길 '금선대'로 올랐다. 울긋불긋 물든 단풍잎은 바람에 우수수 떨어졌다. 꼬불꼬불 산길은 떨어진 나뭇잎이 덮었다. 수북하게 쌓인 나뭇잎 때문에 발길 닿는 곳마다 사박거린다.

장군산 산자락에 '세상과 함께' 공간인 '금선대'가 보였다. 사시사철 푸른 대나무가 건물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무성하던 잎사귀가 사라진 감나무엔 붉게 물든 홍시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굳게 닫혀있던 대문도 활짝 열렸다. 깔끔한 마당엔 먼저 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지난여름 4대강 걷기에 동참했던 낯익은 얼굴도 보였다. 하나둘 모인 사람만 80여 명.

엄마·아빠를 따라온 아이들은 마당을 뛰어다니며 신나게 놀고 있다.
 엄마·아빠를 따라온 아이들은 마당을 뛰어다니며 신나게 놀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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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600포기 김장은 어제부터 시작되었다. 해풍을 맞고 자란 해남 절임 배추를 가져왔다. 미나리, 간장, 찹쌀죽, 쪽파 등 부재료는 다듬었다. 티끌 하나하나 찾아가며 씻어냈다. 채반에 쌓인 절임 채소에서는 삐죽삐죽 물이 빠졌다. 머리엔 위생 모자를 쓰고 분홍색 고무장갑을 끼었다. 커다란 통에 담아놓은 김칫소는 적당한 상태가 될 때까지 뒤섞었다. 번쩍번쩍 광채를 풍기며 맛있어 보이는 김칫소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이렇게 해야 한다니까"

‘세상과 함께’ 회원들이 줄지어 절임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고 있다.
 ‘세상과 함께’ 회원들이 줄지어 절임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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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김치 총괄 지휘를 맞은 자민스님의 목소리가 커진다. 기다란 책상에 천을 깔고 물기가 쪽 빠진 배추를 옮겼다. 얼굴을 마주 보며 양쪽으로 빙 김장에 들어갔다. 남자들은 큰 고무대야에서 양념을 퍼 날랐다. 배춧잎 사이사이에 빨간 양념을 발랐다. 큼직큼직 썬 무도 버무리고 켜켜이 채웠다. 김치 통은 한 포기 한 포기 정성으로 채워졌다. 뽀얀 백김치도 16포기나 담았다.

"하하하 호호호 깔깔깔"

‘세상과 함께’ 회원들이 정성을 담은 김장김치.
 ‘세상과 함께’ 회원들이 정성을 담은 김장김치.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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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김치통엔 꾹꾹 눌러 담은 김치가 16쪽이나 들어갔다. 엄마·아빠를 따라온 아이들은 마당을 뛰어다니며 놀이에 푹 빠졌다. 흙장난에 옷이 더럽혀지는 줄도 모른다. 군고구마도 먹음직스럽게 익어간다. 

"너무 많이 드시면 점심 못 드셔요"

배춧잎과 굴을 넣은 부침개를 먹기 좋게 찢고 있다.
 배춧잎과 굴을 넣은 부침개를 먹기 좋게 찢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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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양념이 듬뿍 바른 김치를 찢어서 넣어주고 있다.
 빨간 양념이 듬뿍 바른 김치를 찢어서 넣어주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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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양념에 버무린 김장김치와 부침개를 맛있게 먹고 있다.
 빨간 양념에 버무린 김장김치와 부침개를 맛있게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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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춧잎과 굴은 다시마 육수에 우리 밀을 넣어 부침개도 만들었다. 빨갛게 익은 홍시는 달콤한 꿀맛이다. 양념에 버무린 배추겉절이를 높이 들어서 입에 넣는다. 군고구마에 싸서 먹고 어묵 국물에 함께 먹었다. 입가에 빨간 양념이 묻은 줄도 모르고 천진난만한 모습들이다.

'세상과 함께' 조범연 상임이사는 "정부 지원도 제대로 못 받고 주변의 지원으로 유지되는 대안학교가 있다. 장애인 아이들이 자립을 꿈꾸면서 장애인 연극제에 참석하려고 했었는데, 가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지원을 하게 되었다. 학교에 가보니 운동장도 없어서 옥상에 운동장도 만들어줬다. 먹거리도 많이 부족해 보였다. 냉장창고와 김치냉장고를 지원하면서 이왕이면 김장도 해서 보내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하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발달장애대안학교인 '산돌학교' 홍진웅 교장은 "그동안 김치나 쌀을 보관하는 창고가 없었다. 김치를 준다고 해도 받지를 못했다. 지난여름 쌀벌레가 생겨서 불편을 겪기도 했다. '세상과 함께'에서 창고도 지어 주시고 김치냉장고도 사주셔서 걱정거리가 사라졌다. 너무 과분하게 도움을 받은 것 같아서 죄송할 뿐이다. 정성을 잊지 않겠다"고 감사를 표했다.

‘세상과 함께 하는 김장김치 나눔 행사’에 80여 명의 회원들이 참석했다.
 ‘세상과 함께 하는 김장김치 나눔 행사’에 80여 명의 회원들이 참석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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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담근 김장김치 600포기 중 300포기는 '산돌학교'에 보냈다. 나머지 300포기는 서울시 청소년들이 생활하는 '작은 공간'과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 전달할 계획이다. 발달장애대안학교 '산돌학교'는 발달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아동청소년과 성인발달장애인들이 함께하는 곳으로 지난 2007년 개교한 비영리 대안학교다.


태그:#세상과 함께, #김장김치, #산돌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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