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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퍼센트의 희망이라도> 이용주 씀. 양철북 출판
 <1퍼센트의 희망이라도> 이용주 씀. 양철북 출판
ⓒ 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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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퍼센트의 희망이라도>는 식수 전문 국제국호 개발단체인 팀앤팀(Team & Team International)이 긴급구호 현장 최전선에서 써 내려간 19년간의 기록이다. 팀앤팀은 독특하게도 자신들을 공동체라 말하고, 부모의 심정으로 현장으로 달려간다고 말한다.

우리는 단순히 같은 관심과 의식을 갖고 있다고 공동체라 말하지 않는다. 혈연을 넘어서 믿음과 자원, 필요와 위험 등의 여러 요소들을 공유하며, 운명이나 생활까지 같이하는 끈끈한 사회 집단을 공동체라 부른다. 어떤 면에서는 단단한 결속력으로 인해 결사체라 부르기도 하지만 이익집단과는 구별된다.

오늘날 수많은 국제개발 NGO들이 있지만 스스로를 공동체라 부르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렇다면 무엇이 팀앤팀을 공동체라 부르게 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그들이 일하는 현장에 있다. 재난 현장에서 그들은 부모의 심정으로 다가간다.

"긴급구호에 가슴이 뛰어서 참여할 수 있지만, 현장에 들어가면 너무 가슴이 아파서 아무리 힘들어도 멈출 수가 없다. 눈앞에 전개되고 이는 상황이 너무 절박하고 처절하기 때문이다. 아픈 자식을 돌보며 가슴 아파하지 않을 부모는 없다. 자식의 고통보다 부모의 마음은 백 배 더 아프다. 부모의 마음으로 이들을 따뜻이 돌볼 수 있는 사람들이 절실하다." - 96쪽

공동체를 설명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의 독특한 인사법에서 찾을 수 있다. 팀앤팀 공동체는 팀원들을 현장으로 보낼 때 "Come back alive!(살아서 돌아오세요!)"라고 인사한다. 그들은 "Good Bye!"라는 작별인사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하는 환경 자체에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서로를 돌보지 않을 수 없고, 내 생명을 희생할 각오 없이 남의 생명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공동체를 지향한다. 이들에게서 마치 죽음을 불사하고 작전에 투입되는 특공대를 연상하는 일은 자연스럽다. 이처럼 절박한 심정으로 구호 현장에 나가는 이유를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전쟁터와 재난 지역에서 일해 오면서 늘 가슴에 새기고 걸어온 정신이 있다. '0.1퍼센트의 가능성만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시도한다.' 우리의 결정에는 늘 사람의 생명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153쪽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는 면에서 팀앤팀 팀원들은 의사와 같고 목숨을 걸고 생명을 구한다는 면에서 불속에 뛰어드는 소방대원과 같다. 그들이 뛰어들 수밖에 없는 현장은 8초마다 1명, 매일 10,800명, 매년 400만 명의 아이들이 식수와 기본 영양 결핍으로 죽어가고 있다.

이들 중 5세 이하 아이들만 매일 5천 명이 사망한다. 팀앤팀은 개발도상국에서 발병하는 모든 질병의 80퍼센트, 전체 사망 원인의 3분의 1이 물로 인해 발생하는 수인성 질병이라는 점을 주목한다. 그래서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것이다.

"깨끗한 물은 이들에게 생명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29쪽

저자 이용주는 오늘날 팀앤팀이 한국, 케냐, 시에라리온, 남수단, 소말리아, 인도네시아, 케나다에 NGO로 등록되어 긴급구호와 개발 사업을 수행하는 국제 구호 개발 단체로 성장하기까지 함께 해 온 사람이다.

사실 팀앤팀을 시작한 사람이다. 그러나 자신을 설립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저자는 팀앤팀엔 '먼저 시작한 사람은 있어도, 특정한 설립자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자신이 공동체에 걸림돌이 되는 미성숙함과 부족함이 있었음을 고백하며 반성한다.

"아프리카에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공동체의 미성숙함이었다. 우리 속에 있는 오만함과 무례함은 모든 일에 방해가 되었고, 좋은 아프리카 친구들이 상처를 받고 떠나게 만들었다. ......나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아프리카뿐 아니라 한국인 동료들에게도 어려움을 주고 있음을 보게 되었다." - 221쪽

이런 모습은 설립자와 그 가족에게 온갖 특혜와 영광을 돌리는 일부 사학과 기관 등과 비교할 때 신선하다. 재벌가의 경영권 승계나 대형교회의 세습 역시 설립자의 특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보면, 모두가 설립자라고 말한다는 것은 자신을 내려놓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팀앤팀은 긴급구호활동을 벌이면서 부패한 지도자들을 많이 보아왔다. 특별히 아프리카는 외국에 대한 높은 의존성 때문에 'NGO왕국'이라는 부끄러운 별명을 갖고 있다. 그래서 팀앤팀은 아프리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지도자들을 키우려고 한다. 팀앤팀은 경쟁을 통해 발전해 온 서구사회와 달리 부족의 깊고 끈끈한 공동체를 기반으로 수천 년을 살아온 아프리카가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경쟁이 아닌 공존의 바탕 위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 운명체 가족으로 살아왔다. 이들 공동체는 '나' 아닌 '우리'의 문화 속에, 서로 배려하는 마음 위에 세워진다. 이들에게도 부족 간의 갈등은 늘 있었지만, 대부분 자신들의 가족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방어였지 영토를 끝없이 확장하려는 약육강식 제로섬 게임과는 달랐다." - 219쪽

저자가 주목하는 아프리카 공동체의 가치는 인류사회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 이 시대는 경쟁과 대결이 아닌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며 인종과 피부색은 달라도 그들을 내 가족처럼 보듬고 볼보겠다는 공동체적 의식이 필요하다.

이 책을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한 것을 축하하고 개발협력에 대한 국민인식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개발원조의 날, 11월 25일에 읽었다.

2009년 11월 15일 대한민국은 OECD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했다. 일제 강점과 미군정, 한국전쟁 등 가난과 궁핍으로 점철된 역사를 돌아볼 때 대한민국이 DAC 회원국이 되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흔한 말로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전환되었음을 세계가 인정했다는 뜻이다. 오늘날 세계개발협력 환경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서구 국가가 주도하던 원조는 대한민국과 같은 신흥공여국과 민간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팀앤팀은 그 역량이나 역할에 있어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1999년 동부 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활동을 시작한 팀앤팀은 지구촌 오지를 비롯해 국경 지역의 물 부족과 수인성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찾아가 식수를 공부하는 기초 보건위생 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한, 분쟁 지역과 재난 지역에서 긴급구호와 지역사회 개발을 통해 조건 없는 사랑을 실천하는 공동체이기도 하다. 이들이 인종과 국적, 종교와 정치를 초월하여 사랑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손을 내미는 모습은 21세기 대한민국이 국제사회 속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와 비전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1퍼센트의 희망이라도>는 조건 없는 사랑이 무엇인지 말한다. 인간의 위대함, 인류 공동체의 뿌리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다. 팀앤팀은 그 마음을 보여주었고, 인류의 장래가 어둡지 않음을 확인시켰다.


1퍼센트의 희망이라도 - 긴급구호의 최전선에서 써 내려간 감동의 기록

이용주 지음, 양철북(2017)


태그:#팀앤팀, #개발원조의 날 , #개발원조위원회, #아프리카,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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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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