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평가전이 열렸다. 지난 러시아, 모로코 평가전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패배한 대표팀은 이번 평가전에서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상대해야 하기에 많은 우려와 걱정이 따랐다. 상대팀의 에이스이자 세계적인 미드필더 하메스 로드리게스에 대한 수비 전략이 무엇인지도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대표팀은 이런 우려와 걱정을 전반에 모두 떨쳐냈다. 이근호와 손흥민을 최전방에 세운 신태용 감독의 선수기용은 정확히 맞아들어갔다. 손흥민의 선취골로 분위기를 올렸고, 대표팀은 후반까지도 좋은 경기력을 유지했다. 반면 상대 에이스 하메스 로드리게스는 경기 내내 고요한과 기성용의 압박을 풀지 못하며 부진한 경기력으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FC서울의 중앙 미드필더에서 대표팀의 중앙 미드필더로

이 날 경기 내내 주목을 받은 선수는 하메스 로드리게스였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의 득점왕이자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로서 우리 대표팀을 곤란에 빠뜨릴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곤란에 빠진 것은 대표팀이 아니라 하메스 로드리게스였다. 그리고 하메스를 곤란에 빠뜨린 선수는 다름 아닌 고요한이었다.

고요한은 지난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우즈벡 전에도 출전했었다. 당시 수비력은 좋았지만 부정확한 공격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최종예선이 끝난 이후에는 수 많은 악플에 시달리기도 했다. 고요한으로서는 한 경기로 그간 쌓아왔던 노력들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고요한은 콜롬비아전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콜롬비아전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고요한에 대해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의식한 신태용 감독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따랐다. 하지만 이번 시즌 FC서울에서 줄곧 중앙 미드필더를 소화해온 고요한으로서는 익숙한 위치였다. 다만 바뀐 부분이라면 집중마크를 해야할 선수가 생긴 것이었다.

고요한은 전반뿐만 아니라 후반 교체 전까지 하메스를 꽁꽁 묶어놨다. 공을 잡기 전부터 압박을 했고, 하메스가 공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마음대로 플레이를 하지 못하게 붙어다녔다.

이런 플레이가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듯 하메스는 경기 내내 본인의 위치보다 아래로 내려와 공을 받았고, 공격 상황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고요한과 하메스의 맞대결에서 고요한의 완승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손흥민 사용법의 열쇠가 된 이근호

수비에서 고요한의 활약이 빛났다면 공격에서는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전반 선취골과 후반 결승골을 넣으며 대표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소속팀에서 중앙 공격수로 출전하며 득점을 만들어냈고, 콜롬비아전에서도 이근호와 투 톱으로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본인의 최고 무기인 슈팅이 살아나면서 득점이 필요한 순간 에이스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이근호 .

▲ 이근호 . ⓒ 강원FC


그리고 이런 손흥민의 활약 뒤에는 투 톱 파트너의 활약이 큰 역할을 했다. 선발로 출전한 이근호는 전반 내내 그라운드의 모든 곳에서 얼굴을 비췄다. 중앙 공격수라는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좌우 측면으로 상대 수비를 끌고 나오면서 손흥민이 자유롭게 슈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전형적인 중앙 공격수 없이 투 톱을 구성한 신태용 감독의 선택이었지만 손흥민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측면 미드필더들의 활약을 이끌어낸 이근호의 플레이는 공격수 부재를 전략적으로 풀어내는 묘책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대표팀이 그간 보여주지 못했던 역습에서도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내는 이근호의 움직임은 완벽에 가까웠다. 투 톱에서 손흥민의 파트너 이근호는 대표팀이 애타게 찾던 손흥민 활용법의 열쇠가 되었다.

이번 시즌 제주에서 강원으로 소속팀을 옮긴 이근호는 시즌 중 팀의 주전 스트라이커 정조국의 부상으로 공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혼자 맡아야 하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베테랑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근호는 정조국의 부재를 메꿨고, 팀은 상위 스플릿 진출을 이뤄냈다. 이근호의 콜롬비아전 활약은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다. 베테랑의 경험과 K리그에서의 경기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기회가 간절한 K리거가 대표팀을 살렸다


고요한과 이근호의 활약은 K리거의 품격을 보여주었다. 시즌 내내 뛰어왔던 위치에서 고요한은 자신의 장점을 보여줬고, 이근호는 부진했던 대표팀의 공격을 살리고, 에이스 손흥민의 활용법에 있어 큰 역할을 해냈다. 이들의 활약은 경기를 뛰지 못하는 해외파보다 경기를 꾸준히 뛰는 K리거가 더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콜롬비아전에서 우리 대표팀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신태용 감독의 전술이 상대를 간파해낸 영향도 있지만 선수들 스스로가 경기에 대한 의지와 투혼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K리거들이 있었다. 그간 꾸준한 기회가 보장되지 않았던 이근호와 고요한의 활약은 간절함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고요한과 이근호뿐만 아니라 기회가 간절한 K리거는 더 많다. 앞으로 남은 기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K리거들이 대표팀에서도 그 활약을 이어간다면 대표팀의 경기력은 기대감을 가질만하다. 콜롬비아전 고요한과 이근호가 보여준 활약을 남은 기간 동안 더 많은 K리거들이 대표팀에서 보여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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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글은 네이버 easteminence의 잔디에서 관중석까지에도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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