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지난 20여 년간 케이팝 혹은 한국 아이돌팝 음악의 제작 시스템이 전 세계를 아우르고 뒤흔들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지난 20여 년간 케이팝 혹은 한국 아이돌팝 음악의 제작 시스템이 전 세계를 아우르고 뒤흔들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놀라울 정도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9월 13일에 발표한 EP앨범 < LOVE YOURSELF 承-Her >는 무려 137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제는 음반을 구매하지 않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음악을 듣는 시대에 130만 장의 음반 판매는 과거 1천만 장 이상을 판 것과 맞먹는다고 볼 수도 있다. 앞서 그룹 엑소의 경우 4번이나 밀리언셀러를 달성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기록은 음반에만 그치지 않는다. 방탄소년단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해외에서 폭발하는 인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의 신보는 미국의 음반 차트 '빌보드 200' 차트 7위에 올랐으며, 싱글 차트인 '핫 100' 차트에서도 67위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에 진입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기록은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한국 아이돌 그룹이 거둔 최고의 기록이다. 음반 차트 역시 K팝 앨범 최고 기록이다.

방탄소년단은 특히 소셜미디어의 인기를 집계하는 빌보드 '소셜 50' 차트에서는 47번째 1위를 기록했다. 이 기록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탄소년단의 새 음반과 타이틀곡 'DNA'는 아이튠즈 음반 차트에서 전 세계 77개국 및 지역의 1위를 기록했고, 싱글 차트에서는 32개국 및 지역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밖의 기록도 얼마든지 있다.

'국민가수'가 사라진 한국대중음악시장

 방탄소년단 'DNA'는 아이튠즈 음반 차트에서 전 세계 77개국 및 지역의 1위를 기록했다.

방탄소년단 'DNA'는 아이튠즈 음반 차트에서 전 세계 77개국 및 지역의 1위를 기록했다. ⓒ 'DNA' 공식 뮤직비디오 캡처/빅히트 엔터테인먼트


한국의 아이돌 뮤지션이 한국대중음악시장을 석권하고 해외로 진출한 역사는 벌써 20여  년에 가깝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한 이후 한국대중음악시장은 10대와 20대의 전유물로 바뀌었다. 장르적으로는 일렉트로닉, 팝, 힙합이 주도했고 대형기획사 몇 곳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지난 20여 년의 한국대중음악사를 요약할 수 있는 담론은 한 둘이 아니겠지만 그 중 하나가 급격한 세대 간의 단절일 수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대중음악시장에는 이른바 '국민 가수'가 있었다. 조용필이나 이문세 같은 이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이제 국민 가수는 없다.

방탄소년단이 130만 장이 넘는 음반 판매고를 올리고 빌보드를 누비고 있지만 국민 가수는 아니다. 30대 이상 세대의 경우에는 방탄소년단이 그만큼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음악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이들로부터 장년층이나 노년층은 꽤 멀리 떨어져 있다. 아이돌 뮤지션들이 구현하는 음악 안팎의 스타일과 캐릭터가 철저히 1020 세대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음악은 세대와 계급, 젠더, 지역 등을 초월해 인기를 누리기도 하지만 세대는 여전히 의식과 감성의 차이를 만드는 벽으로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장년층이나 노년층에게 아이돌 음악은 그저 어리고 잘생긴 이들이 춤추며 부르는 노래, 별로 와닿지 않는 노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경우가 많다. 방탄소년단이 지금 거두고 있는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고, 안다고 해도 그 의미를 온전히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단지 국산품을 수출해서 많이 판 것처럼 여기고 말 가능성이 높다.

상품이자 예술이 된 대중음악

인기 보답하는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이 1일 오전 서울 창전동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서 열린 <유니세프한국위원회, 방탄소년단과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캠페인>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방탄소년단이 준비해 온 사회변화 캠페인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와 유니세프의 아동 및 청소년 폭력 근절 캠페인 '엔드 바이올런스(#ENDviolence)'가 만나 새로운 형태로 전개되는 '글로벌 아동 및 청소년 폭력 근절 캠페인'을 소개하고 협약식을 위해 마련됐다. 방탄소년단과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러브 마이셀프 펀드'를 구축, 앨범 음반 판매 순익과 캠페인 공식 굿즈 판매 순익 등을 기부해 '엔드 바이올런스'캠페인을 지원할 예정이다.

▲ 인기 보답하는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이 1일 오전 서울 창전동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서 열린 <유니세프한국위원회, 방탄소년단과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캠페인>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운 좋게 벌어진 우연이 결코 아니다. 한국에서도 수많은 아이돌이 활동하고 있는데 지금 방탄소년단만큼 높은 인기를 누린 아이돌 뮤지션의 수는 한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단지 얼굴이 잘생기고, 춤을 잘 춘다고 얻을 수 있는 인기가 아니다.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지난 20여 년간 K팝 혹은 한국 아이돌팝 음악의 제작 시스템이 전 세계를 아우르고 뒤흔들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세상 누구도 아무 음악이나 아무 뮤지션이나 좋아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뮤지션을 유독 좋아하도록 만들게 된 것이다. 이는 뮤지션을 기획하고 음악을 제작하고 마케팅을 진행하는 전 과정에서 트렌드를 읽고 이와 조응할 수 있는 능력을 축적했다는 의미이다. 어떤 스타일로 뮤지션을 만들고 어떻게 음악의 장르와 서사를 제작하며 어떤 방식으로 활동해야 사랑받고 인기를 누릴 수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또 실제로 각각의 과정을 완성도 높게 수행할 수 있는 능력 혹은 네트워킹 시스템을 갖추었음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방탄소년단이 각 과정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완성도와 설득력을 갖춘 콘텐츠를 내놓았다는 사실이다. 사람의 마음은 자신이 감동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고 쉽게 감동받지도 않는다. 말하려는 바가 명확해야 하고, 그것을 예술언어로 잘 표현할 때 사람들은 비로소 감동을 받는다.

이제 음악은 상품인 동시에 예술인데 예술이지 않으면 상품일 수 없다. 모든 예술이 다 상품 가치를 갖지는 않지만 예술적 가치가 형편없는데도 상품으로 높은 가치를 지니기는 어렵다. 아이돌 음악을 좋아하는 세대와 좋아하지 않는 세대가 아이돌 음악에 대해 가장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방탄소년단이 왜 인기 있는지 알고 싶다면 바로 그들의 음악부터 들어보아야 한다. 그 음악이 바로 시작이며 끝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서정민갑님은 대중음악의견가입니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네이버 온스테이지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민중의 소리’와 ‘재즈피플’을 비롯한 온·오프라인 매체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공연과 페스티벌 기획, 연출뿐만 아니라 정책연구 등 음악과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다양하게 하고 있습니다. <대중음악의 이해> <대중음악 히치하이킹 하기> 등의 책을 함께 썼습니다. 감동받은 음악만큼 감동을 주는 글을 쓰려고 궁리 중이며 취미는 '맛있는 빵 먹기'입니다.

이 글은 월간 <참여사회> 11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 빌보드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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