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KIA 타이거즈 대 두산 베어스 경기. 우승을 확정 지은 KIA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KIA 타이거즈 대 두산 베어스 경기. 우승을 확정 지은 KIA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통의 명문' KIA 타이거즈가 통산 11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김기태 감독이 이끄는 KIA는 30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7-6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KIA의 우승은 예견된 일이었다. 막대한 투자와 군 복무 선수들의 복귀로 전력을 대폭 강화하며 '디펜딩 챔피언' 두산보다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그럼에도 트레이드로 끊임없이 약점을 보완하며 8년 만에 다시 챔피언으로 우뚝 섰다.

양현종 완봉승, 잠자던 호랑이 깨웠다

KIA를 우승으로 이끈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선발진이다. 헥터-양현종-팻딘-임기영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선발진은 정규리그에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끌면서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진리를 일깨웠다.

출발은 삐걱거렸다. KIA는 1차전 선발 헥터가 6이닝 5실점(4자책)으로 부진하며 3-5로 패했다. 가장 중요한 첫 경기이자 홈에서 졌기에 충격은 더 컸다. 하지만 KIA를 되살린 것도 선발진이었다. 2차전 선발로 나선 양현종이 무려 탈삼진 11개를 잡아내며 한국시리즈 사상 첫 1-0 완봉승을 거두는 '인생 역투'를 펼친 것이다.

양현종의 활약은 '나비 효과'를 일으켜 팀 전체를 일으켰다. 3차전 선발 팻딘이 공격적인 투구로 두산 타선을 7이닝 3실점으로 막아냈고, 가장 불안했던 4차전 선발 임기영도 5.2이닝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5차전 선발로 다시 나선 헥터가 6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으나, 6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선발진에 자극받은 타선도 침묵을 깨면서 KIA는 1패 뒤 3연승으로 전세를 뒤집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 선발진도 분발했다. 장원준과 유희관은 제 몫을 했으나 3차전 선발 보우덴이 4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고, 니퍼트가 5차전에서 결정적인 만루 홈런을 맞은 것이 뼈아팠다. 결국 KIA와의 선발 대결에서 역부족이었고, 타선과 불펜의 도움도 따라주지 않아 빛을 보지 못했다.

이적생들 활약 '펄펄'... 트레이드는 KIA처럼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KIA 타이거즈 대 두산 베어스 경기. KIA 이범호가 3회초 2사 만루서 좌월 만루 홈런을 날리고 환호하고 있다.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KIA 타이거즈 대 두산 베어스 경기. KIA 이범호가 3회초 2사 만루서 좌월 만루 홈런을 날리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KIA는 올 시즌 100억 원을 들여 'FA 최대어' 최형우를 영입했고, 주전 유격수 김선빈과 2루수 안치홍이 나란히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공격과 수비가 더 강력해졌다. 여기에 해외 진출을 노리던 양현종이 고민 끝에 잔류를 결정하며 가장 큰 고민이었던 '선발진 누수'도 해결했다. 

그러나 KIA의 욕심은 끝나지 않았다. 시즌 개막 일주일 만에 SK와 4대4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SK에서 김민식, 이명기, 최정민, 노관현을 데려오고 노수광, 윤정우, 이성우, 이홍구를 내주는 대규모 트레이드였다.

KIA의 선택은 적중했다. 특히 김민식과 이명기의 영입은 '신의 한 수'로 불렸다. SK에서 이재원의 백업 포수로 머물렀던 김민식은 강력한 어깨로 상대의 도루를 저지하며 수비형 포수에 목마르던 KIA의 갈증을 해소했고, 당당히 주전 포수로 자리 잡았다. 경험이 적어 단기전에 약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한국시리즈에서도 안정된 리드와 몸을 아끼지 않는 블로킹으로 KIA 선발진의 호투를 이끌었다.

이명기도 정교한 타격과 빠른 발로 KIA의 공격을 이끌며 주전 외야수 자리를 차지했다. 정규 시즌 후반기 들어 주춤했으나 한국시리즈가 시작되자 다시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무엇보다 상위타선에서 상대 투수와 내야진을 흔들며 오랜 휴식으로 타격감이 식었던 KIA 타선에 좋은 자극이 됐다.

KIA의 마지막 고민이었던 허술한 불펜을 해결하기 위해 시즌 막판에 데려온 '구원왕' 김세현도 이름값을 했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만 2세이브를 거두며 큰 무대에서 강한 면모를 발휘했다. 만약 김세현이 없었다면 KIA는 두산의 거센 추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우승도 어려웠을 것이다.

'김기태 리더십' KIA에서 꽃을 피우다

'사령탑' 김기태 감독의 용병술도 빼놓을 수 없다. 정규시즌 막판 부진에 허덕이던 KIA는 지난 9월 3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7-1로 앞서나가 마지막 9회말 무려 7실점을 하며 7-8로 '역대급' 역전패를 당했고, 당시 KIA 팬들은 김기태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그러나 한국시리즈가 되자 김기태 감독의 지략이 다시 빛을 발했다. 승부의 분수령인 3차전에서 선발 팻딘을 최대한 활용하며 불펜을 아꼈고, 위기 상황이 되자 임창용과 심동섭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며 두산의 추격을 막아냈다.

또한 팀 타격이 1, 2차전에서 부진하자 3차전부터 타순을 새로 배치하는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다. 단기전에서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으나 김기태 감독의 의도대로 타격이 살아났고, 9회초 대타 카드로 내세운 나지완은 승리에 쐐기를 박는 귀중한 2점 홈런까지 터뜨렸다.

4차전에서도 선발 임기영이 흔들리자 심동섭, 김윤동을 조기 투입하는 '한 템포 빠른' 투수 교체가 성공했다. 5차전에서는 헥터를 뒤늦게 교체하며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지만, 9회말에 양현종을 마운드에 올린 김기태 감독의 총력전은 마지막까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접전을 이겨낸 비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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