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드(AUD)


2008년, 한 배우가 세상을 떠났다. 예고 없던 급작스러운 이별이었다. 발랄한 10대 소년이었고 퀸의 음악이 어울리는 중세의 기사였으며 게이 카우보이였던 남자. 그리고 희대의 악당을 연기하며 가장 빛나는 별이 되어갔던 사람이 세상과 작별했다. 그는 또 다른 여행을 떠났다. 이 영화는 우리가 몰랐던 히스 레저의 이야기를, 그의 지인들을 통해 대신 듣고 보는 추모사이며, 그가 카메라로 기록했던 청춘의 반짝이는 순간을 담은 회고록이다.

이것은 사적인 다큐멘터리다. 히스 레저라는 배우를 모르는 사람들에겐 한 배우의 정보를 나열하는 것에 불과한 영화로 보일 수 있다. 한 시대에 태어나 사람들의 기대를 한껏 받고 한참 동안을 빛났어야 했을 배우의 상실에, 그에 대한 영화적 추억이 없는 이들에게는 타인의 인생을 돌이켜보는 정도로 끝날 수 있겠지만, 영화는 동시에 히스 레저라는 배우가 얼마나 매력적이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나누었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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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 레저는 자신의 시간을 사진으로 담고, 찬란했던 청춘의 순간을 온전히 기록했다. 처음으로 할리우드에 입성하여 대배우와 영화를 찍는 순간의 떨림을 담았고, 엉뚱하게도 호텔에서 외출하는 시간을 스릴러의 느낌처럼 연출하고 싶었던 흔적도 남아있다. 영화촬영을 끝내자마자 곧장 친구들을 불러모아 훌쩍 여행을 떠났던, 가장 찬란했던 20대의 순간을 기록한 것이다.

예술을 사랑하던 그는 할리우드의 집을 빌려 많은 예술가와 함께 동고동락하며 예술을 논하고, 함께 시간을 보냈다. 연기를 누군가에게 배우지도 않았고, 사진 찍는 법도 배우지 않았다. 그림 또한 자연스럽게, 삶을 기록하며 쌓은 영감을 표출하며 자신의 창작물을 세상에 펼쳐 보이고 싶어 했던 열정적인 아티스트였다.

영화는 그의 필모그래피를 천천히 훑으면서 이 예술가가 세상을 일찍 등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는다. 스물여덟의 젊은 나이에 작고한 그의 필모그래피를 돌이켜 보면, 그의 연기는 늘 달랐고 늘 입체적이었다. 그의 배우 인생의 시작이 충동적으로 보일 테지만, 이것은 일단 나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망설임 없이 전진할 수 있었던 청춘의 히스 레저였기에 가능했다.

ⓒ 오드(AUD)


나를 이끄는 곳으로 일단 나아가고, 그 과정에서 겪는 고뇌와 아픔 또한 감내하며 또 다른 길은 어디인지 두리번거리는 청춘의 에너지. 히스 레저의 청춘은 남들보다 더욱 강렬했을 테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9년이 지났다. 우리는 그의 목소리, 그의 얼굴, 그의 작품을 돌이켜보며 매력적인 미소를 지녔던 남자를 추억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지인들처럼, 사랑스러웠던 배우를 마음껏 추모한다. 그가 살아있을 때 했던 인터뷰가 있다. 자신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으면 어떨 것이냐고. 그는 분명 지루할 것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그의 인생을 대신 복기하면서 반짝이던 청춘에 박수를 전할 것이다.

이 영화는 결국 우리에게 다시 인사할 기회를 줬다. "Hello Again"이라고. 우리의 지나간 청춘에게, 그리운 히스 레저의 청춘에게 말이다.

ⓒ 오드(AUD)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건의 시민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영화 에리얼 히스 레저 에리얼의 영화수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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