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두산 선발 니퍼트가 1회말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5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두산 선발 니퍼트가 1회말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 연합뉴스


곰의 풍부한 가을야구 경험이 호랑이의 우승본능을 이긴 한국시리즈 1차전이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5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홈런 두 방을 포함해 장단 7안타를 터트리며 5-3으로 승리했다. 1차전 승리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확률은 무려 75.8%(25/33)에 달한다.

두산은 선발 더스틴 니퍼트가 6이닝 5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3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고 함덕주, 김강률로 이어지는 필승조도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타석에서는 오재원이 4회 밀어내기로 결승타를 기록한 가운데 김재환과 오재일은 5회 백투백 홈런으로 플레이오프의 뛰어난 타격감을 한국시리즈에서도 계속 유지했다. 한국시리즈 2차전은 26일 같은 장소, 같은 시각에 열릴 예정이다.

흔들린 헥터에게 백투백 홈런을 선물한 두산의 거포 듀오

KIA는 지난 3일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후 3주가 넘는 휴식이 있었지만 김기태 감독은 정규리그와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정규리그 20승을 달성한 외국인 에이스 헥터를 선발로 투입한 가운데 7명의 3할 타자들을 모두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키는 공격적인 라인업을 들고 나온 것이다. 미출전 선수에 양현종이 아닌 팻 딘과 박진태를 선택한 것도 특이한 부분. 가능성은 낮지만 여차하면 승부처에 양현종을 쓸 수도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김태형 감독 역시 '정공법'을 좋아하는 지도자답게 일찌감치 니퍼트를 1차전 선발로 내정했다. 다만 플레이오프부터 허리가 좋지 않았던 포수 양의지는 수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6번 지명타자로 출전하고 좌타자 최주환은 대타 요원으로 벤치에서 시작했다. 김태형 감독 역시 2차전 선발이 유력한 장원준 대신 마이클 보우덴과 유희관을 미출전 선수로 택하며 총력전을 예고했다.

헥터와 니퍼트는 에이스답게 3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벌이며 호투를 이어갔다. 헥터는 3회까지 안타 두 개를 맞았고 니퍼트는 안타 하나와 사사구 2개를 허용했지만 특유의 노련한 투구로 후속타자들을 깔끔하게 처리했다. 하지만 헥터는 4회 1사 후부터 제구가 급격히 흔들리며 피안타 없이 볼넷 3개로 두산에게 선취점을 허용했다. 헥터의 갑작스런 제구 난조도 아쉬웠지만 양의지 타석에서 나온 안치홍의 실책이 뼈 아팠다.

승기를 잡은 두산은 5회 드디어 헥터를 무너뜨리는데 성공했다. 두산은 5회 민병헌의 내야 안타와 류지혁의 보내기 번트로 만든 1사 2루에서 박건우의 적시타와 김재환과 오재일의 백투백홈런으로 5회초에만 4점을 추가했다. 3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헥터는 투구수 80개가 넘어가면서 급격히 구위가 떨어지고 말았다. 4회 헥터에게 34개의 공을 던지게 한 두산 타선의 끈기가 5회 빅이닝으로 연결된 것이다.

하지만 KIA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KIA는 5회말 공격에서 김선빈의 안타와 김주찬의 볼넷으로 만든 2사 1,2루에서 로저 버나디나가 니퍼트로부터 우측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터트리며 단숨에 3점을 추격했다. 2015년부터 이어오던 니퍼트의 한국시리즈 22이닝 무실점 기록도 버나디나의 대포 한 방과 함께 날아가고 말았다. 하지만 니퍼트는 흔들리지 않고 6회까지 마운드를 지켰고 두산은 7회부터 좌완 함덕주를 투입했다.

함덕주는 7회를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8회 최형우에게 불규칙바운드에 이은 행운의 안타와 나지완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동점주자를 내보내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KIA는 안치홍이 3루수 앞 병살타, 이범호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8회 마운드에 올라온 두산의 마무리 김강률은 9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버나디나에게 한 방 맞았지만 QS로 마운드 지킨 니퍼트

 25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5:3으로 승리한 두산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자축하고 있다.

25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5:3으로 승리한 두산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자축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니퍼트는 올 시즌 30경기에 등판해 179.2이닝을 소화하며 14승8패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했다. 리그를 지배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정규리그 2위팀의 1선발로서 전혀 나무랄 데 없는 성적이다. 하지만 작년 시즌 22승을 기록하며 정규리그 MVP까지 차지했던 니퍼트이기에 올 시즌 성적이 다소 부족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니퍼트는 9월 이후 5경기에 등판해 1승1패 7.46으로 제 몫을 전혀 해주지 못했다.

니퍼트의 부진은 가을야구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니퍼트는 NC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발 등판했지만 5.1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8개의 안타를 맞으며 6실점(5자책)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이후 두산이 플레이오프 2,3,4차전에서 타선의 대폭발로 3연승을 거두면서 니퍼트는 두산의 플레이오프에서 유일하게 패전을 기록한 두산 투수가 됐다.

그럼에도 김태형 감독은 니퍼트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니퍼트를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 투수로 투입했다. 그리고 니퍼트는 에이스답게 6이닝 3실점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헥터와의 선발 대결에서 우위를 점했다. 버나디나에게 맞은 3점 홈런을 제외하면 1차전 니퍼트의 투구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이날 승리로 니퍼트는 최근 3년 동안의 한국시리즈에서 4경기 2승2.31의 강한 면모를 계속 이어가게 됐다.

타석에서는 박건우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플레이오프에서도 타율 .462(13타수6안타) 1홈런5타점으로 좋은 활약을 보이고도 오재일의 괴물 같은 활약에 묻혔던 박건우는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3안타1타점1득점을 기록했다. 두산이 자랑하는 거포 듀오 김재환과 오재일도 5회 백투백 홈런을 터트리며 좋은 타격감을 이어갔다.

반면에 KIA는 버나디나가 5회 3점 홈런을 터트리며 추격전을 펼쳤지만 믿었던 1선발 헥터가 4회에만 볼넷3개를 내주고 5회 백투백 홈런을 허용하며 중요한 1차전을 내주고 말았다. KIA는 2차전에서 올해 KIA전 4경기 4승을 기록한 두산의 좌완 장원준을 상대해야 한다. 만약 2차전에서 장원준을 공략하지 못하고 연패를 당한다면 KIA는 커다란 부담을 가지고 잠실로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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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 더스틴 니퍼트 박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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