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주전 6명의 평균 나이가 23.5세에 불과한 GS칼텍스가 대형 사고를 쳤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 KIXX는 2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7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결승전에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를 세트스코어 3-1(25-22,17-25,25-16,25-2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송이(KGC인삼공사)와 정대영, 배유나(이상 도로공사) 등이 활약하던 지난 2012년 이후 5년 만에 오른 KOVO컵 정상이다.

지난 21일 인삼공사와의 준결승에서 프로 데뷔 후 개인 최다 득점(25득점)을 올린 강소휘는 결승에서도 서브득점 3개를 포함해 15득점을 올리며 KOVO컵 MVP에 선정됐다. 세네갈 출신의 외국인 선수 파토우 듀크는 결승에서 블로킹 5개를 포함해 23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주도했고 표승주도 팀에서 가장 많은 공격 점유율(36.84%)을 기록하며 20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FA 영입도 없고 외국인 선수도 의외의 지명, 차상현 감독의 마이웨이

 듀크는 KOVO컵 맹활약으로 자신을 지명한 GS칼텍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듀크는 KOVO컵 맹활약으로 자신을 지명한 GS칼텍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 GS칼텍스 KIXX


지난 시즌 GS칼텍스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알렉사 그레이라는 좋은 선수를 선발하며 4년 만에 봄배구 복귀에 대한 희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알렉사가 득점 부문 상위권을 달리며 제 몫을 해줬음에도 GS칼텍스는 2라운드까지 4승6패로 하위권을 전전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결국 3라운드를 앞두고 이선구 감독이 사퇴하면서 GS칼텍스는 차상현 감독 체제로 나머지 시즌을 치렀다.

차상현 감독 부임 후 GS칼텍스는 이나연 세터과 강소휘, 그리고 배유나의 보상 선수로 영입한 황민경(현대건설) 등의 출전시간이 부쩍 늘어났다. 비록 봄배구에 진출하진 못했지만 차상현 감독이 이끈 GS칼텍스는 시즌 마지막 5경기에서 3승을 거두며 선전했다. 특히 시즌 막판 보여준 GS칼텍스의 투지와 조직력은 다음 시즌을 기대케 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GS칼텍스는 박정아(도로공사)를 비롯해 김수지, 염혜선(이상 기업은행), 김해란(흥국생명) 등 대어들이 쏟아져 나온 FA시장에 참전하지 않았다. 대신 황민경의 보상 선수로 한유미를 지명한 후 트레이드를 통해 국가대표 센터 김유리를 영입했다. 6월에는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근성 있는 윙스파이커 김진희와 센터 유망주 문명화를 데려왔다. 대형 선수를 영입해 몸집을 키우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팀의 약점을 채워 나가는 전략이었다.

GS칼텍스는 지난 5월에 있었던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도 다소 의외의 선택을 했다. 최대어로 꼽혔던 러시아의 이리나 스미르노바, 2015-2016 시즌 V리그 득점 1위 헤일리 스펠만을 제쳐 두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세네갈 출신의 듀크를 지명한 것이다. V리그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 여자 선수로 등록된 듀크는 신장(180cm)이 작고 나이(1985년생)도 비교적 많지만 흑인 특유의 탄력과 체공력을 앞세운 위력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는 선수다.

물론 차상현 감독의 2016-2017 시즌 구상이 마냥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대표팀에 선발됐던 강소휘가 위에 종양이 발견되면서 수술을 위해 대표팀에서 하차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시즌 팀의 토종거포로 활약했던 이소영은 남자 대학팀과의 연습경기에서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GS칼텍스는 한창 팀 전력을 완성해 가는 시기에 두 명의 토종 거포를 잃고 말았다.

에이스로 떠오른 강소휘와 성장한 센터 콤비 앞세워 정상 등극

 KOVO컵 MVP 강소휘는 이번 대회를 통해 유망주 딱지를 떼고 GS칼텍스의 기둥으로 떠올랐다.

KOVO컵 MVP 강소휘는 이번 대회를 통해 유망주 딱지를 떼고 GS칼텍스의 기둥으로 떠올랐다. ⓒ GS칼텍스 KIXX


십자인대 수술을 받은 이소영의 경우 사실상 2017-2018 시즌 내 복귀가 불투명해졌지만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강소휘의 회복속도는 생각보다 빨랐다. 결국 강소휘는 KOVO컵을 앞두고 일본 전지훈련에 정상적으로 참가했고 GS칼텍스는 대표팀에 차출된 김유리와 나현정 리베로를 제외한 젊은 선수들 위주로 KOVO컵에 나섰다. 외국인 선수 듀크를 제외하면 1992년생 이나연 세터와 왼쪽 공격수 표승주가 최고참이었다.

GS칼텍스는 도로공사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첫 두 세트를 쉽게 내주며 지난 시즌과 비교해 전혀 나아진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3세트부터 전혀 다른 팀으로 변모한 GS칼텍스는 거짓말처럼 내리 세 세트를 연속으로 따내며 첫 경기부터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GS칼텍스는 이번 대회 4경기 중 3경기에서 풀세트 접전을 벌였는데 젊은 선수들에게 풀세트 승리는 엄청난 성장 동력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대회 GS칼텍스의 최대 수확은 역시 '강소휘의 발견'이었다. 보이시한 짧은 커트머리로 변신하고 코트에 나선 강소휘는 4경기에서 66득점을 퍼부으며 유망주를 넘어 GS칼텍스의 에이스로 종횡무진 코트를 누볐다. 불과 석달 전에 수술을 받은 선수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대활약이었다. 강소휘가 부상 없이 2017-2018 시즌을 소화한다면 이재영(흥국생명)과 박정아에 버금가는 여자부 정상급 윙스파이커로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젊은 센터 문명화와 이영의 성장도 눈부셨다. 지난 시즌 인삼공사에서 센터로 변신한 한수지에 밀려 28경기에서 24득점에 그쳤던 문명화는 이적 후 첫 공식대회에서 세트당 0.44개의 블로킹을 기록했다. 중국 지린성에서 태어난 교포 출신 이영도 4경기에서 21득점에 공격성공률 56.7%를 기록하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두 젊은 센터 콤비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 받은 GS칼텍스의 중앙을 든든하게 지켜냈다.

GS칼텍스의 이번 우승이 돋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 선수 듀크를 제외하면 평균나이 23.5세의 어린 선수들이 만들어낸 성과라는 점이다. 이번 대회에서 얻은 젊은 선수들의 자신감이 V리그까지 연결된다면 GS칼텍스는 2017-2018 시즌 V리그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것이다. 시즌 후 FA 영입도 없고 토종 거포마저 무릎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은 바로 그 팀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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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천안·넵스컵 GS칼텍스 강소휘 파토우 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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