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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경남지역 스쿨존 점검 보고서
 2017 경남지역 스쿨존 점검 보고서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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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교육청에서 의미있는 일을 해냈습니다. '스쿨존 점검보고서'가 바로 그것입니다. 교통안전 파견교사였던 저는 2017년 3월 2일부터 8월 31일까지, 6개월간 150여 초등학교 스쿨존을 점검했습니다. 경남에 초등학교가 500개쯤 되니 거의 1/3의 학교를 점검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보고서로 완성됐습니다.

스쿨존 점검 학교는 아래와 같습니다.

▲ 창원지역 – 남산초, 남정초, 대방초, 대암초, 도계초, 명서초, 반송초, 봉림초, 북면초, 삼정자초, 상북초, 성주초, 신월초, 안남초, 안민초, 양곡초, 외동초, 용남초, 우암초, 유목초, 자여초, 중동초
▲ 마산지역 – 교동초, 봉덕초, 산호초, 석전초, 양덕초, 월성초, 월포초, 해운초, 삼계초, 상일초, 전안초, 중리초, 호계초
▲ 진해지역 – 안골포초, 안청초, 웅동초, 장천초
▲ 진주지역 – 가람초, 문산초, 봉곡초, 봉래초, 정촌초, 진주초, 천전초
▲ 통영지역 – 광도초, 인평초, 죽림초, 제석초, 충렬초, 통영초
▲ 사천지역 – 대방초, 대성초, 동성초, 문선초, 사천초, 삼성초, 수양초, 용현초
▲ 김해지역 – 계동초, 능동초, 대청초, 삼계초, 삼문초, 화정초
▲ 밀양지역 – 밀양초, 밀주초, 부북초, 산외초, 예림초, 초동초
▲ 거제지역 – 고현초, 신현초, 연초초, 중앙초
▲ 양산지역 – 가남초, 대운초, 서창초, 신명초, 웅상초, 천성초
▲ 의령지역 – 가례초, 남산초, 의령초, 정곡초, 지정초, 칠곡초
▲ 함안지역 – 가야초, 문암초, 법수초, 아라초, 중앙초, 함안초
▲ 창녕지역 – 남지초, 동포초, 명덕초, 부곡초, 영산초, 창녕초
▲ 고성지역 – 고성초, 대성초, 방산초, 율천초, 철성초, 하이초
▲ 남해지역 – 상주초, 이동초
▲ 하동지역 – 고남초, 고전초, 옥종초, 진교초, 진정초, 하동초
▲ 산청지역 – 금서초, 단계초, 단성초, 산청초, 생초초, 신안초
▲ 함양지역 – 수동초, 안의초, 위림초, 위성초, 유림초, 지곡초, 함양초
▲ 거창지역 – 거창초, 남상초, 마리초, 샛별초, 아림초, 창남초
▲ 합천지역 – 가회초, 남정초, 대양초, 삼가초, 쌍백초, 합천초


실제 학교 한 곳 한 곳을 이렇게 세세하게 점검한 보고서가 나온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경남 지역 스쿨존 점검 결과는 '위험하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에 점검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위험 상황과 대책을 정리해봤습니다.

[위험 사항] 여전한 과속, 불법 주정차, 안전시설 미비

스쿨존을 점검하는 있는 모습
 스쿨존을 점검하는 있는 모습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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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속이 여전합니다. 스쿨존은 특별한 곳이 아니면 시속 30km 이하로 서행해야 합니다. 이는 법으로도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차량이 아이들을 위협하며 과속하고 있었습니다.

2. 불법 주정차입니다.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는 아이들의 시야와 운전자들의 시야를 동시에 가립니다. 많은 운전자들이 "아이들이 갑자기 뛰어 나왔다"라고 말씀하시는데, 아닙니다. 아이들은 이미 오고 있었으나,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시야 확보는 아주 중요합니다.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는 정말 근절돼야 합니다.

3. 안전시설이 미비합니다. 과속과 불법 주정차를 막는 안전시설은 필수입니다. 과속을 막는 시설로는 과속 단속 카메라, 과속방지턱, 험프식 횡단보도 등이 있고, 불법주정차를 막는 안전시설은 탄력봉, 볼라드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안전시설이 충분히 구비돼 있는 곳은 많지 않았습니다. 안전시설이 부족하더라도 단속을 하면 과속과 불법 주정차는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스쿨존 내 과속과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한 단속은 미비해보였습니다.

[개선점] 미비한 보행자 시설, 좁은 스쿨존

스쿨존 점검으로 방문한 의령군의 한 초등학교 주변. 스쿨존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다.
 스쿨존 점검으로 방문한 의령군의 한 초등학교 주변. 스쿨존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다.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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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위험성을 개선하기 위해 보행자를 위한 시설이 지속적으로 개선·보완돼야 합니다. 색이 바랜 횡단보도, 어린이 보호구역 글씨가 보이지 않는 차도, 잘 보이지 않는 어린이 보호구역 안내 표지판, 잔여시간 표시기가 없는 횡단보도, 높이는 없고 색만 칠해진 과속방지턱, 노란색 두줄(주정차 금지구역)이 그어진 차도의 불법주정차 차량들, 인도가 없는 통학로, 차량 위주의 교통체계 등 모두 열거하기도 어렵습니다. 보행자를 중심으로 두는 정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5. 스쿨존의 범위가 너무 좁습니다. 현행법상 스쿨존은 '주 출입문으로부터 300m이고, 500m까지 확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500m까지 확대 가능하다는 것은 개정된 내용인데, 저는 스쿨존의 범위가 500m인 곳을 단 한 군데도 보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은 주 출입문으로부터 300m입니다.

큰 학교의 경우 교문이 한 군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측문·후문 등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법이 '주출입문'으로 명시돼 있기에 후문 쪽은 스쿨존이 아닌 곳이 상당히 많습니다. 많은 아이들은 후문으로 다닌다고 해도, 정문으로부터 300m 범위를 벗어나기에 후문 쪽은 아예 '스쿨존 해제' 표지판이 있는 곳도 많았습니다. 저는 스쿨존의 법적 범위가 학교 자체를 중심으로 500m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스쿨존은 '딱' 학교 담벼락부터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학교 담벼락에서 살지 않습니다.

방치된 아이들의 안전... 원인은 '어른들의 얌체의식'

스쿨존을 답사하면서 화가 많이 났습니다. 아이들의 안전이 이렇게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 어른으로서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한 곳 한 곳 꼼꼼히 살폈습니다. 제가 만든 보고서는 사실 간략한 설명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블로그(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에 이미 올라와 있습니다.

경남지역의 대도시, 소도시, 시골, 도심, 구심 등 사례별로 골고루 학교를 점검했습니다. 경남 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형식적인, 시설물 위주의 스쿨존 점검이 아니라 그 학교의 교통환경에 따른 맞춤별 점검을 하면 좋겠습니다. 시설이 아무리 완벽히 갖춰진다고 해도, 과속과 불법주정차에 대한 단속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이들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됩니다.

경남 150여 개의 스쿨존을 돌아본 후 내린 결론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교통사고가 나지 않는 것은 운이 좋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아이들의 안전을 운에 맡기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충분히 인도만 걷고, 신호만 잘 지키면 사고가 나지 않아야 합니다. 그것이 정상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스쿨존은 아이들이 아무리 신호를 잘 지키고, 달리지 않고, 앞만 잘 보고 걸어도 사고가 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운전자들의 과속과 조금이라도 덜 걷기 위해 불법 주정차한 어른들의 '얌체 의식' 때문입니다.

스쿨존 점검 보고서에 대해 박종훈 교육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스쿨존 점검 보고서에 대해 박종훈 교육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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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교육청은 아이들의 안전한 통학을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펴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 6월 14일, 가방안전덮개를 시범 배포해 전국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후 문의전화가 쇄도했습니다. 이후 가방안전덮개 반응이 좋아 시범 실시한 6개 학교 뿐 아니라 경남의 모든 초등학생들에게 가방안전덮개를 나눠주기 위해 11억 원 추경예산을 올렸습니다.

최종적으로 8억 원 정도로 통과됐습니다. 이 돈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약 12만 명에게 가방안전덮개를 나눠줄 수 있는 금액입니다. 이 예산으로 경남의 초등학생들에게 가방안전덮개를 구비할 수 있도록 추진 중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정리된 스쿨존 점검 보고서를 널리 배포해 아이들의 실질적인 안전 확보를 위해 노력 중입니다.

'경남지역 스쿨존 점검 보고서'가 완성된 후, 박종훈 경남교육감도 깊은 관심을 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를 교육청만 소유할 것이 아니라 필요로 하는 모든 곳에 나눠주고 실질적으로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도교육청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완성된 보고서를 보고 있으니 지역을 점검하던 때가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드디어 해냈다는 생각과 함께 눈물도 나더군요. 이 보고서를 통해 많은 분들이 아이들의 안전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아이들이 안전해지는 결과로도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스쿨존에서 기억해야 할 것... '서행' '주정차X' 그리고 '비상등'

가방안전덮개를 하고 등교하는 아이들
 가방안전덮개를 하고 등교하는 아이들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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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입니다. 스쿨존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내 아이가 이미 장성했다고 해도, 내 아이의 아이가 다닐 초등학교입니다. 안타깝게도 스쿨존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는 바로 '어른들'이었습니다. 자신의 아이를 안전하게 교문까지 실어주는 학부모님들의 차로 인해 아이들이 위험해졌으며,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을 싣기 위해 기다리고 운행하는 차량 때문에 아이들이 위험해졌습니다. 스쿨존에서 과속하는 차량으로 인해 아이들이 위험해졌으며, 편의를 위해 유턴하는 차량으로 인해 아이들이 위험해졌습니다.

아이들은 약자입니다.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그것을 직접 변화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아이들이 조용하다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른들이 노력해야 합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실제 통학로를 파악해 위험요소를 사전에 체크해야 합니다. 경찰서에서도 스쿨존 문제를 파악하고 단속해야 합니다. 스쿨존 내 시설 관련 예산은 지자체가 편성하기에 지자체에서는 경찰서와 교육청과 면밀히 연계해야 합니다. 스쿨존 관련한 민원에 한 번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편리한 교통, 편리한 운전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제발, 스쿨존에서는 서행해주십시오. 스쿨존에서는 주정차를 하지 말아주십시오. 아이들을 보호해주십시오. 아이들이 웃으며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저는 운전자들이 스쿨존 지역을 운전할 때 비상등을 켰으면 좋겠습니다. 일명 '스쿨존 비상등 켜기 운동'입니다. 스쿨존에서 서행은 기본이며 서행하는 차를 향해 경적을 울리는 위협운전 역시 사라져야 합니다. 이에 덧붙여 스쿨존 지역에서는 비상등을 켭시다. 모두가 안전한 스쿨존, 모두의 노력으로 가능합니다. 아이들은 안전하게 자랄 권리가 있으니까요.

* 경남 스쿨존 점검 지역별 결과보고서가 필요하시다면 yesyong21@hanmail.net 으로 메일을 보내주세요. 지역별 결과보고서를 보내드리겠습니다.
* 또한 기자의 블로그에는 학교별 현장 점검 결과도 올라와 있습니다.
* 블로그 주소 : http://yongman21.tistory.com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에도 올립니다. 보고서 파일도 첨부합니다. 오마이에서도 아이들을 위해 잘 이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태그:#스쿨존, #가방안전덮개, #경상남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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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보다는 협력, 나보다는 우리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책과 사람을 좋아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일의 걱정이 아닌 행복한 지금을 삽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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