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기태 감독

KIA 김기태 감독 ⓒ 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가 어처구니없는 역전패를 당하며 KBO리그 신기록의 희생양이 되었다. 3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KIA는 9회초까지 7-1, 무려 6점차로 앞섰지만 9회말 7실점해 7-8 역전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역대 KBO 기록이었던 9회말 5점차 역전극을 넘어선 신기록이 수립된 것이다.

9회초까지만 해도 KIA의 일방적 페이스였다. 최근 기복을 보이던 선발투수 헥터는 8이닝 5피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후반기 최고의 피칭을 보였다. 9회초 1사 후 안치홍의 중전 적시타로 7-1까지 달아나 승부에 쐐기를 박는 듯했다.

하지만 마무리 김세현과 필승조 김윤동이 등판할 수 없는 가운데 불펜이 무너졌다. 김세현은 9월 1일과 2일 이틀 연투에 나섰고 김윤동은 8월 29일부터 5일 동안 이틀 연투 두 번을 하는 사이 하루 밖에 쉬지 못했다.

 KIA 김윤동

KIA 김윤동 ⓒ KIA 타이거즈


건강 문제가 있는 김세현의 경우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김윤동의 경우는 KIA 김기태 감독의 불펜 운용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김윤동이 최근 5일 동안 4경기에 등판하는 사이 8월 3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는 무려 3이닝 동안 56개의 공을 던졌다. 마구잡이 기용으로 혹사당한 것이다.

종잡을 수 없는 김윤동 활용법은 올 시즌 내내 누차 지적된 바 있다. 등판 경기 및 이닝을 적절히 관리해왔다면 3일 경기 막판 김윤동을 투입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관련 기사: '오락가락' KIA 김윤동, '마당쇠' 활용이 정답? )

9회말 김기태 감독의 마운드 운용에도 문제가 있었다. 9회말 이닝 시작과 함께 등판한 한승혁이 첫 타자 김하성를 상대로 스트라이크 판정에 흔들린 후 볼넷을 허용했다. 이 볼넷을 포함 4명의 타자를 상대로 고작 한 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사이 2피안타 1볼넷으로 2실점했다.

7-3으로 추격당한 이 시점까지만 해도 역전패 가능성은 거의 없었지만 이후 납득하기 어려운 투수 교체가 위기를 자초했다. 1사 1루 한승혁이 5번째 타자인 채태인을 상대로 초구에 볼을 던지자 김기태 감독은 좌완 심동섭을 투입한 것이다.

심동섭은 시즌 내내 구원 투수였지만 3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로 등판해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었다. 이날 85구를 던졌지만 몸상태에 특별한 이상이 없어서 5일 또는 6일 LG전 선발 등판이 예상됐다. 하지만 3일 휴식을 취한 심동섭을 9회말에 투입했다. 불펜 투구를 실전에서 대체하는 것이라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엄연한 '보직 파괴'다.

 선발승 이후 3일 휴식을 취하고 3일 불펜 투수로 등판한 KIA 심동섭

선발승 이후 3일 휴식을 취하고 3일 불펜 투수로 등판한 KIA 심동섭 ⓒ KIA 타이거즈


승패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는 불펜 투구와 승패가 걸린 실전 투구는 투수가 체감하는 부담감의 차원이 다르다. 30일 경기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던 심동섭은 등판 후 4명의 타자를 상대로 1개의 아웃 카운트를 늘리는 동안 1피안타 2볼넷으로 제구 난조를 보였다. 그 사이 점수차는 7-5까지 좁혀졌다.

심동섭을 지나치게 오래 끌고 간 것도 패인이다. 좌완 심동섭이 좌타자에 강하다는 인식 하에 3명의 좌타자를 연달아 상대하게 했지만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으로 좋지 않았다.

심동섭의 올시즌 피안타율은 좌타자 0.297, 우타자 0.279다. 표본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우타자보다 좌타자에 약한 그가 좌타자를 상대로 등판한 것도, 그리고 좌타자를 상대로 난조를 보여도 계속 밀어붙인 것도 모두 패착이 되었다. 좌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0.240인 고효준을 투입하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 9월 4일 현재 KBO리그 팀 순위 (출처: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9월 4일 현재 KBO리그 팀 순위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9월 4일 현재 KBO리그 팀 순위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김기태 감독은 7-5로 쫓긴 2사 1, 2루에서 초이스를 상대로 심동섭을 강판시키고 신인 사이드암 박진태를 선택했다. 하지만 결과는 볼넷이었고 2사 만루 위기로 번졌다. 

초이스를 상대로 박진태를 기용한 것 역시 데이터보다는 외국인타자는 사이드암 유형에 약하다는 고정관념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표본이 아주 많은 것은 아니지만 올시즌 초이스는 사이드암 상대 타율이 0.313(16타수 5안타)로 우완 상대 0.224, 좌완 상대 0.303보다 높았다.

게다가 홈런 허용 시 역전 끝내기가 되는 터프 세이브 상황은 경험이 일천한 신인 박진태가 감당하기엔 부담이 컸고 예상대로 제구가 흔들렸다. 초이스의 볼넷 이후 2사 만루에서 투입된 김진우가 부담이 덜한 2사 1, 2루 초이스 타석에 투입되었다면 KIA가 승리를 지킬 가능성이 더 높았다.

불펜 투수 혹사, 보직 파괴, 좌우놀이, 데이터 무시가 누적된 결과는 역사에 남을 대역전패로 귀결되고 말았다. 9회말 6점차를 지키지 못한 패인을 단순히 'KIA 불펜'의 부진과 실력부족 탓으로 돌려서는 안된다. 가용 전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하고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는 김기태 감독과 KIA 벤치의 뼈아픈 자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관련기사: '위기자초' 김기태 야구, KIA 우승의 최대 걸림돌)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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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용선/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합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김기태 KIA 고척참사 KBO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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