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는 어느덧 시즌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오는 11일에 열리는 2018 신인드래프트가 끝나면 각 팀들은 잔여 경기를 소화하고, 10월 초를 전후로 가을야구에 진출할 다섯 팀이 가려진다.

그리고, KBO리그 못지않게 1년 내내 구슬땀을 흘린 이들이 있다. 바로 독립리그 선수들이다. 다양한 사연의 선수들이 모인 곳, 주목을 많이 받지 못하더라도 오로지 미래를 바라보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중이다. 올해 연천 미라클과 더불어 정기전을 치렀던 서울 저니맨 외인구단 선수들 가운데 다섯 명의 선수를 만났다.

네 명의 야수 김성욱, 김봉주, 정세현, 한석우 그리고 한 명의 투수 전경환이 그 주인공이다.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지만, 다섯 명 모두 입을 모았다. 환경 개선과 독립야구에 대한 관심을 바라는 목소리였다.

 프로 구단의 부름을 받지 못했지만, 이들은 계속 야구와 함께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봉주, 김성욱, 한석우.

프로 구단의 부름을 받지 못했지만, 이들은 계속 야구와 함께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봉주, 김성욱, 한석우. ⓒ 서울 저니맨 외인구단


"회비 충당 위해 아르바이트 나갈 때도 있어"

투수 전경환은 삼성, 야수 정세현은 롯데에서 프로 생활을 한 경험을 갖고 있다. 전경환의 경우 2014년에 삼성에 육성 선수로 입단했으나 그해 10월에 방출됐고, 정세현은 2013년 말에 입단해 이듬해 11월 말 마지막 훈련 때 방출 통보를 받았다.

투수인 전경환은 "삼성에 있을 당시 구속이 빠르지 않았다. 몸이 계속 안 좋았고 이를 곱지 않게 바라본 사람이 많았다. 군에서 제대한 이후에는 중학교 코치님을 찾아갔는데, 저니맨 외인구단을 추천하셨다. 현재는 구속 상승을 위해 러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1루 수비, 외야 수비가 가능한 정세현은 "지난해 3월 독립 야구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지인을 통해 최익성 감독님을 알게 됐다. 부산에서 지내다보니 서울로 가는 것을 망설이기도 했으나 미래를 위해 서울행을 선택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동강대를 졸업한 김봉주와 울산공고 출신의 김성욱, 한석우는 프로 구단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군 문제를 해결한 김봉주는 일본과 미국의 독립 구단을 알아보던 도중 저니맨 외인구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김성욱과 한석우는 모교 코치와 감독의 추천을 받아 저니맨 외인구단 입단을 결심했다.

내야수로 활약 중인 김봉주는 "이젠 금요일만 되도 지치는 느낌이다. 평일에는 스케줄대로 움직이다가 토, 일요일 중 하루는 휴식을 취하고 하루는 학생들을 지도하며 시간을 보낸다"라고 밝혔다. 또 "회비를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나갈 때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봉주와 더불어 팀의 내야 자원인 김성욱은 "올해까지 야구에 집중하고 입대를 할 것 같다. 군대를 다녀와서 다시 야구를 할 생각이 있다"라고 밝혔다. 야구에 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시 계속 꿈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군 문제 해결이 시급할 수밖에 없다.

김성욱과 같은 고등학교 출신인 외야수 한석우는 "1~2학년 때 나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3학년 때 임팩트가 부족하다 보니 프로 구단의 부름을 받지 못한 것 같다. 부모님과 상의한 끝에 1년 동안 열심히 해보고 길을 터놓은 다음 입대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대학 진학 대신 저니맨 외인구단을 선택했다"라고 밝혔다. 한석우 역시 김성욱과 마찬가지로 입대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한국독립야구리그에서 서울 저니맨 외인구단은 연천 미라클을 상대로 최종 성적 9승 1무 7패를 기록하며 초대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위에서 소개한 다섯 명의 선수들은 17경기 동안 각자 자기의 위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팀 승리에 기여했고, 특히 프로 육성군과의 교류전을 통해 두각을 드러낸 선수도 있었다.

 프로 경험이 있는 전경환과 정세현. 두 선수 모두 확실히 환경이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프로 경험이 있는 전경환과 정세현. 두 선수 모두 확실히 환경이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 서울 저니맨 외인구단


"독립야구 향한 관심과 지원 필요"

프로 1군 무대를 밟지 못한 이들이기에 간절함은 더욱 크다. 그럼에도 이들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분명 존재한다. 프로 구단과는 달리 선수들이 회비를 지출해야 하고, 회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저니맨에서의 활동만으로 부족한 면이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간 구단의 스케줄에 맞춰 움직이고, 구단 일정이 없는 주말에는 자신의 사정에 따라 움직인다. 김봉주처럼 학생들을 지도하는 선수도 있고 스윙 연습을 하는 한석우나 스마트폰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는 김성욱처럼 휴식을 취하는 선수도 있다.

각자 사연이 다른 만큼 사정도 다르다. 그런데 여전히 독립 야구에 대한 관심이 적고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도 장비가 생명인데, 장비에 지출되는 비용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김봉주는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하기 위해 인터넷을 찾는다"라고 밝혔고 김성욱은 "배트를 제외하면 장비를 잘 구매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프로 경험이 있는 전경환처럼 프로 구단에서 사용하던 장비를 계속 사용하는 선수도 적은 편이다. 대부분은 자비로 해결하거나 가끔 프로에 있는 선, 후배들에게 요청한다.

올해부터 독립야구리그가 신설됐고, 중계도 몇 차례 이뤄졌지만 여전히 관심이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낸다. 전경환은 "무엇보다 독립야구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말했고 한석우는 "장비나 회비 모두 선수들이 부담하는 만큼 독립야구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지난달 31일을 끝으로 막을 내린 독립야구리그는 내년에도 이어진다. 서울 저니맨 외인구단, 연천 미라클에 이어 양주 레볼루션이 리그에 합류한다. 쌍방울과 OB에서 활약했던 박상근이 지휘봉을 잡고 현대에서 투수로 활약한 김민범이 코치직을 맡는다. 독립야구리그가 조금씩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관심과 환경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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