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배우 에드 스크레인의 '화이트워싱' 논란과 영화 자진 하차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영국 배우 에드 스크레인의 '화이트워싱' 논란과 영화 자진 하차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할리우드 영화에 아시아계 배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던 영국 출신의 백인 배우가 자신의 피부색이 캐릭터와 맞지 않는다며 자진 하차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각) 영화배우 에드 스크레인은 <헬보이 : 라이브 오브 더 블러드 퀸>에 일본계 미국인 소령 벤 다이미오 역으로 발탁됐으나, 자신의 출연을 전격 취소했다.

원작에서 일본계 미국인으로 나오는 배역을 아시아계아 아닌 백인 배우가 출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원작 캐릭터의 인종에 상관없이 백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화이트워싱'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스크레인은 성명을 통해 "처음 출연 제의를 수락했을 때 원작의 캐릭터가 아시아계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라며 "뒤늦게 이를 알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출연을 취소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 배역을 문화적으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 책임을 무시했다면 예술에서 소수 인종의 이야기와 목소리를 왜곡하는 우려스러운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렵지만 윤리적인 결정을 하고, 포용성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라며 "앞으로 이런 논란이 줄어들기 바라며, 예술과 현실 속에서 모든 인종을 동등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영화계의 새로운 기준점 될 것" 칭찬 쏟아져

 에드 스크레인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헬보이>의 일본계 미국인 소령 벤 다이미오 캐릭터.

에드 스크레인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헬보이>의 일본계 미국인 소령 벤 다이미오 캐릭터. ⓒ 트위터


영화 제작사 측은 "스크레인의 사심 없는 결정을 지지한다"라며 "캐릭터의 진정성과 인종을 무시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으며, 원작 캐릭터와 더 일치하는 배우를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문화평론가 하프릿 코르는 "스크레인이 배우로서 경력을 놓친 것은 아쉽지만, 그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다"라며 "스크레인은 자신의 신념을 지켰고, 이것은 영화계의 새로운 기준점(reference point)이 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화이트워싱이 큰 논란으로 떠올랐다. 지난해에도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공각기동대>도 아시아계 배우가 아닌 백인 배우 스칼릿 요한슨이 주연으로 출연했다가 거센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이 밖에도 톰 하디가 <알라딘>에서 지니로 출연할 예정이었다가 화이트워싱 논란을 이기지 못하고 튀니지 출신의 배우에게 넘겨줘야 했다.

한 누리꾼은 "스크레인을 배우를 넘어 한 인간으로 존경하게 됐다"라며 "그처럼 말이 아닌 행동으로 화이트워싱을 끝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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