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최고의 팀이 KIA였다면 후반기 최고의 팀은 두산이다. 그리고 두산 못지않게 흐름이 좋은 롯데도 후반기만큼은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다. 후반기 승률 1위 팀 두산, 그리고 2위 팀 롯데가 오늘부터 이틀간 잠실구장에서 2연전을 치른다.

시즌 내내 타고투저 현상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후반기 두 팀의 마운드는 평화롭다. 후반기 두산의 평균 자책점은 3.61로 가장 낮고 롯데(3.95)가 그 뒤를 잇는다. 선발뿐만 아니라 불펜에서도 두 팀 모두 어느 정도 안정감을 찾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번 2연전도 두 팀의 마운드가 키를 쥐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탄탄한 선발투수들의 맞대결과 경기 후반 두 팀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 불펜 투수들의 호투 여부는 타선의 활약 못지 않게 중요하다. 가장 높은 마운드를 자랑하는 두 팀이 야구팬들을 열광케할 명품 투수전을 보여줄 수 있을까.

 왼쪽부터 레일리, 송승준, 장원준, 함덕주. 이 네 명의 선발 투수를 이번 2연전에서 만날 수 있다.

왼쪽부터 레일리, 송승준, 장원준, 함덕주. 이 네 명의 선발 투수를 이번 2연전에서 만날 수 있다. ⓒ 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


레일리-송승준 VS 장원준-함덕주, 어느 팀도 밀리지 않는 매치업

오늘(29일)은 레일리와 장원준 두 좌완 선발이 스타트를 끊는다. 레일리의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2.19로 리그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고, 7경기에서 49.1이닝을 기록해 경기당 7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다만 4일 휴식 이후 일요일에 등판하는 만큼 투구수 관리가 필요하다. 두산전에서는 3경기 1승 1패 ERA 6.60으로 조금 부진했다.

반면 두산은 지난 23일 SK전에서 '좌완 최초 10년 연속 100탈삼진'을 달성한 장원준이 선봉장으로 나선다. 후반기 7경기에 등판해 4승 2패 ERA 3.64를 기록한 장원준의 흐름도 결코 나쁘지 않다. 특히 원정(10G 3승 6패 ERA 4.10)보다 홈(13G 8승 1패 ERA 2.38)에서 좋은 기억이 많다. 올시즌 롯데전에서는 3경기 1승 1패 ERA 2.50으로 무난했다.

30일에는 송승준과 함덕주가 선발로 등판한다. 후반기 7경기에서 3승 3패 ERA 4.76을 기록해 전반기에 비해선 주춤했던 송승준이지만 최근 등판이었던 24일 LG전에서 7이닝 3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해 시즌 8승째를 달성했다. 이 날처럼만 던지고 득점 지원이 따른다면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다만 LG에 비해 최근 두산 타자들의 컨디션이 좋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두산에서는 함덕주가 선발로 출격한다. 선발 풀타임 첫 시즌을 5선발로 출발했지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2~3선발급의 위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후반기 7경기에서 5승을 쓸어담으며 브리검(넥센)과 함께 후반기 가장 많은 승수를 쌓고 있다. 6이닝 이상을 소화한다면 더 좋겠지만 5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실점을 최소화해야 한다. 함덕주의 바통을 이어받을 불펜 투수들과 야수들을 믿고 던지면 된다.

무게감 있는 선발 투수들의 매치업이라면 경기 막바지까지 접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선발 투수가 빨리 무너지는 팀이 패배할 확률도 커질 수밖에 없는 2연전이다.

 선발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내려가면 본격적인 불펜 싸움이 시작된다. 그리고 최근 페이스가 좋은 손승락과 김강률, 두 우완 투수의 몫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선발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내려가면 본격적인 불펜 싸움이 시작된다. 그리고 최근 페이스가 좋은 손승락과 김강률, 두 우완 투수의 몫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 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


접전에서도 든든한 뒷문, 미세한 차이가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

5회까지 리드하는 팀의 승리 확률이 높다. 후반기를 기준으로 롯데는 5회까지 앞선 14경기에서 13승 1패 승률 .929를 기록했고 두산은 16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7회까지 앞섰을 경우 롯데는 17경기에서 16승 1패, 두산은 19경기에서 전승을 기록했다. 두 팀 모두 웬만하면 경기 후반에 리드를 빼앗기는 일이 없었다.

올시즌 개막 전 불펜이 아킬레스건이었던 두산은 후반기 최고의 불펜을 구축했고, 손승락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던 롯데 역시 불펜이 견고해졌다. 선발 투수들이 내려가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불펜 싸움도 이번 2연전의 볼거리이다.

롯데는 마무리 손승락(후반기 20G ERA 1.89)을 비롯해 박진형(후반기 18G ERA 2.66), 배장호(후반기 18G ERA 2.35), 이명우(후반기 17G ERA 0.93) 등 불펜 투수들이 안정감을 찾았다. 여기에 조정훈이 가세한 것도 롯데 불펜의 원동력이 됐다. 지난 15~16일 사직 두산전에서도 필승조가 두 경기 모두 두 점 차 접전을 지켜 갈 길 바쁜 두산의 발목을 잡았다.

두산도 '률타니' 김강률(후반기 21G ERA 1.71), 김명신(후반기 18G ERA 2.70), 김승회(후반기 17G ERA 1.45), 이용찬(후반기 19G ERA 2.49) 등 필승조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두산의 후반기 평균자책점 성적은 11승 무패 18홀드 11세이브 ERA 3.19(최소 1위), 롯데의 경우 11승 4패 19홀드 16세이브 ERA 4.02(최소 4위)로 매우 준수했다. 후반기에 불펜이 무패를 기록하고 있는 팀은 두산이 유일하다.

두 팀 모두 이기는 경기가 많아지다 보니 필승조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필승조의 호투가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이들의 잦은 등판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연투의 부담을 이겨내는 것도 하나의 과제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2연전 모두 미세한 차이가 승패를 좌우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중위권 팀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3위 NC의 자리를 노리는 롯데도, 2위 굳히기는 물론이고 KIA의 선두 자리까지 노리는 두산도 이번 2연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후반기 팀 승률, 평균자책점 1~2위 팀들의 명품 투수전이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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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출처 = KBO 기록실, 스탯티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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