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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5월 1일 오후 타워크레인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5월 1일 오후 타워크레인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 경남소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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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 참사를 겪었던 삼성중공업(대표이사 박대영)이 '안전관리 조직 확대·강화' 등이 담긴 "안전 실천 마스트 플랜"을 발표하자, 노동단체들은 "위험의 외주화부터 멈춰라"고 했다.

세계노동절인 지난 5월 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는 크레인이 넘어져 대형 인명사고가 났다. 당시 하청노동자들만 출근해 작업하고 있었는데,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었다.

삼성중공업 "신안전문화 2018년까지 구축"

삼성중공업은 지난 3일 안전경영을 위한 전략을 논의하는 '안전전략회의'를 열어 계획을 확정하고, 4일 박대영 사장이 발표했다.

삼성중공업은 '전 작업장 추가 특별 안전진단', '크레인 사고 재발방지와 작업장 위험요소 제거를 위한 자체 TF 활동', '고객사 VOC(고객의 소리) 청취와 글로벌 선진사 벤치마킹' 등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회사는 '안전관리 조직을 확대·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 '안전 최우선 경영을 위한 신안전문화 조성', '크레인 충돌사고 예방대책', '정기 안전점검과 국제 기준 적용 등을 통한 잠재 위험요소 발굴과 제거방안' 등을 해나가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안전 최우선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안전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안전관리 조직을 '안전경영본부'로 격상시켜 위상과 권한을 강화했으며, 글로벌 안전관리 전문가를 안전경영본부장으로 영입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또 회사는 임원·팀장을 대상으로 안전리더십 코칭과 워크숍을 실시해 리더들의 안전중심 의사결정 마인드를 제고하기로 했다. 회사는 '안전수칙' 위반하면 무관용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등 안전 책임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회사는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환경안전보건분야 전문기관의 컨설팅을 통해 삼성중공업 고유의 '신안전문화'를 2018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라 했다.

마스터플랜에서 회사는 "크레인 운전수와 신호수의 보수 교육 주기를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크레인 운영부서의 자체 교육도 매분기마다 실시하도록 하는 등 크레인 운영역량과 안전관리 역량을 지속 강화해나갈 것"이라 했다.

공대위 "위험의 외주화를 멈춰야"

그러나 노동계는 반기지 않는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는 5일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는 것이 진정한 안전 실천 마스터플랜"이라 했다.

공대위는 "마스터플랜은 한마디로 겉만 번드레한 '빛 좋은 개살구'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먼저 '위험의 외주화 문제'부터 지적했다.

이들은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크레인 참사의 핵심 원인으로 다단계 하청구조에 따른 '위험의 외주화'를 지적했지만, 삼성중공업의 마스터플랜에는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아무런 고민도, 조금의 대안도 담겨있지 않다"고 했다.

삼성중공업 노동절 크레인 참사 재해노동자 고용구조.
 삼성중공업 노동절 크레인 참사 재해노동자 고용구조.
ⓒ 공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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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위는 "사고가 난 골리앗 크레인 운전수와 신호수는 정규직이고 타워크레인 운전수와 신호수는 하청노동자인 고용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며 "크레인 등 대형 장비를 운용하는 노동자들의 하청고용구조 개선 없이는 교육 주기 단축도, 자체 교육 강화도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크레인 충돌 방지 시스템 개발' 계획과 관련해, 이들은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 혁신이 회자되는 지금까지 크레인 충돌방지 시스템이 전혀 없이 크레인 작업을 해왔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며 "어쨌든 마스터플랜대로 충돌방지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크레인 충돌 사고는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고가 난다면?"이라 했다.

이들은 "실제로 사고가 난 해양플랜트 구조물에서 직접 일을 한 하청노동자는 평소에 노동자들끼리 '여기서 불나면 다 죽겠다'는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고 증언하고 있다"며 "실제로 노동절 크레인 참사 얼마 뒤인 5월 17일 냉각설비 근처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해 밝혔다.

이들은 "이렇듯 '위험의 외주화와 원청의 책임 회피를 가능하게 하는 다단계 하청구조', '공사기한에 쫓긴 무리한 공정진행과 위험천만한 혼재 작업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또 다른 대형 참사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하다"며 "그러나 삼성중공업이 발표한 안전 실천 마스터플랜에는 이 같은 문제의식과 개선 방안이 전무하다"고 했다.

공대위는 "삼성중공업은 이번 안전 실천 마스터플랜 발표를 통해 노동절 크레인 참사를 이제 그만 덮고 싶을 것"이라며 "그러나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려는 어떠한 노력도 없다면 참사는 또다시 발생할 수 있기에 철저한 진상조사와 대책 마련을 위한 노력과 활동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는 것, 그것이 진정한 안전 실천 마스터플랜이기 때문"이라 강조했다.


태그:#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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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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