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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6년 프랑스의 발명가 조제프 니세포르 니엡스(Joseph Nicéphore Niépce)가 최초 사진 촬영에 성공하고 1839년 루이 자크 망데 다게르(Louis Jacques Mandé Daguerre)가 '은판 사진술'을 발표하여 근대 사진술을 확립한 이래 카메라와 사진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인간의 역사를 기록하는 중요한 도구로 사용됐다. 오늘날 카메라는 디지털 영역으로 넘어가 휴대전화에 탑재되는 핵심기능으로 현대인의 필수품이 됐다.

경기도 과천시 막계동 (수도권 전철 4호선 대공원역 4번 출구)에 위치한 한국 카메라 박물관에서는 이와 같은 사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총 3층 구조로 이뤄져 있으며 박물관 지하 1층은 다목적 공간으로 사진전시, 암실, 관람객 교육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지상 1층은 기획전시실로 특별전이 열리는 공간이다. 지상 2층은 상설전시실로 1839년부터 2000년까지 카메라를 시대순으로 전시하여 카메라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해놓았다.

 김종세 관장이 <니콘 100년의 만남 특별전>을 방문한 관람객들에게 전시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종세 관장이 <니콘 100년의 만남 특별전>을 방문한 관람객들에게 전시품을 설명하고 있다.
ⓒ 노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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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에 대한 열정이 카메라 수집으로 이어지기까지

한국 카메라 박물관은 김종세 관장(67)의 카메라에 대한 열정으로 탄생했다. 김 관장은 1975년 군에서 전역한 후 사회생활을 하며 받은 두 번째 월급으로 아사히 펜탁스 사의 'K2'(1975년 출시)를 샀다. 그의 첫 카메라다.

"그 전에도 집 앞에 사진관이 있어서 카메라를 접할 기회가 적지는 않았어요. 1976년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첫 월급으로 오토바이를 샀고 두 번째로 아사히 펜탁스 K2 카메라를 샀죠. 그 카메라로 취미 생활뿐만이 아니라 당시 종사하고 있던 광고업과 연계해서 자료 촬영에 쓰기도 했습니다."

1979년 사진동호회 가입은 김종세 관장이 카메라에 몰입하는 계기가 된다. "김 관장은 사진동호회 선배들의 얘기를 듣고 그때부터 카메라를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진동호회 선배들로부터 '일제 카메라보다 독일제 카메라가 더 좋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1980년 즈음에 독일 자이스 이콘사에서 생산된 '콘타플렉스'(1935년 출시) 카메라를 사게 됐죠. 그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기존에 갖고 있던 '아사히 펜탁스 K2'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비교해보면서 차이가 크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그 이후로 여러 카메라를 써보려고 노력하게 됐고, 또 제 성격상 손에 들어온 카메라를 되파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카메라를 많이 보유하게 된 것 같아요."

'사회에 기여를 해야 된다'는 소신과 박물관 설립

김종세 관장이 단순 카메라 수집을 넘어 희귀한 카메라 수집에 나선 것은 그가 카메라 박물관 설립을 결심하고 나서부터다. 김 관장은 "어렸을 때부터 '사회생활을 해서 자립할 수 있게 되면 내가 사회에 기여를 해야 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며 "이 소신이 박물관 설립의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1989년, 김 관장은 대구에 디자인 학원을 운영하기도 했다. '광고업에 종사하며 축적한 노하우를 후배들과 사회를 위해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학원이었지만, 건물주와 알력이 생겨 3년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1993년이 되어 김 관장은 박물관 설립을 결심하고 희소성이 있는 카메라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박물관은 희소성과 이야기가 있어야 하거든요. 박물관 운영자는 남들이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그때부터 저는 사진의 역사에 이바지한 카메라 또는 소량 생산되어 일반인들이 접해보지 못한 카메라를 중점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죠."

  1936년 손기정 선수가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한 베를린 올림픽을 위해 4대만이 생산된 '콘탁스 Ⅱ 라이플'카메라(사진 우측). 개머리판이 부착되어있고 방아쇠를 누르면 사진이 찍히는 등 역동적인 스포츠 사진 촬영에 용이하도록 설계되었다.
▲ 세계에서 단 한대 1936년 손기정 선수가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한 베를린 올림픽을 위해 4대만이 생산된 '콘탁스 Ⅱ 라이플'카메라(사진 우측). 개머리판이 부착되어있고 방아쇠를 누르면 사진이 찍히는 등 역동적인 스포츠 사진 촬영에 용이하도록 설계되었다.
ⓒ 노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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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카메라 수집을 결심한 1990년대 초만 해도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래서 김 관장은 경매 참여를 통해 희귀한 카메라를 수집했다.

"영국의 크리스티 경매회사를 통해서 희귀한 카메라를 구하기도 했고요. 목표로 정한 카메라가 매물로 나온 지역에 사는 지인을 통해 카메라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일제 카메라는 한국하고 일본이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구하기가 쉬웠지만, 유럽에서 생산된 카메라들은 주로 영연방에 속한 국가를 통해 상당수를 구했습니다. 매입에 드는 비용은 당시 하고 있던 광고 사업수익으로 충당했어요."

"각서까지 쓰고 양도받은 카메라, 제일 기억에 남아"

김 관장은 수집한 카메라 중 '콘탁스 Ⅱ 라이플' 카메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해당 카메라는 손기정이 마라톤 부문 금메달을 획득한 것으로 유명한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위해 단 4대만 제작된 것으로 역동적인 스포츠 사진 촬영에 대응하기 개머리판에 장착된 방아쇠를 당기면 사진이 찍히는 구조로 되어있다. 4대 중 2대는 훼손되었고 남은 2대 중 1대는 행방을 알 수가 없어 온전히 소장하고 있는 곳은 한국 카메라 박물관이 유일하다.

"이 카메라는 입수할 때 독일인 수집가로부터 '다시 팔지 않는다'는 각서를 쓰고 양도받은 카메라예요. 각서까지 쓰고 입수한 카메라라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렇게 수집한 카메라 3000여 점과 렌즈 6000여 점, 기타 액세서리를 포함한 15000여 점의 사진 장비를 바탕으로 김 관장은 2000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자택에 수장고 형태의 공간을 꾸며 사진동호회 회원에게 한해 개방했고 2002년 문화관광부에 정식 박물관으로 등록했다. 이후 2007년 9월 지금 자리에 '한국카메라박물관'을 이전해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공간의 한계로 인해 20% 정도만이 전시되어있다.

1992년부터 1996년까지 생산된 수중용 AF카메라 '니코노스 RS AF'. 기능 측면에서 당대 최고급 수중 카메라였으나 뛰어난 성능으로 인해 '전쟁물자'로 분류되어 보안상 생산이 중단됐다.
▲ 전쟁물자 '니코노스 RS AF' 1992년부터 1996년까지 생산된 수중용 AF카메라 '니코노스 RS AF'. 기능 측면에서 당대 최고급 수중 카메라였으나 뛰어난 성능으로 인해 '전쟁물자'로 분류되어 보안상 생산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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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이 걸어온 길을 엿볼 수 있는 특별전

현재 박물관 1층에서는 니콘 100주년을 기념하여 지난달 7월 25일부터 <니콘 100년의 만남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해당 전시회는 10월 7일까지 열리며 니콘(舊일본광학)이 카메라와 렌즈를 처음 생산한 1930년대부터 80년간의 카메라 유물 15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니콘이미징코리아로부터 대여받은 소수의 최신형 DSLR을 제외하면 모두 김종세 관장이 직접 수집한 것들이다.

김종세 관장은 "1917년 일본광학공업주식회사가 설립되어 1948년 RF 카메라인 '니콘 1'을 처음으로 생산했다"며 "1988년이 되어 일본광학에서 니콘으로 사명을 변경한 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니콘의 장점에 대해 "니콘의 경우 1959년 출시된 '니콘 F' SLR 카메라에 'F 마운트'를 채택한 이래, 한 번도 렌즈 마운트를 변경하지 않았다"며 과거에 생산된 수동 렌즈를 현재의 니콘 DSLR에 쓸 수 있는 높은 호환성을 장점으로 뽑았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모델은 1992년부터 1996년까지 생산한 '니코노스 RS AF' 모델이다 해당 모델은 수중 100미터까지 방수가 되고 자동초점 기능과 초당 4프레임의 고속연사가 가능한 당대 최고급 수중카메라였으나 생산이 중단되었다. 김 관장은 "기능으로만 보면 정말 최고인 수중카메라였지만 너무 뛰어난 기능 때문에 전쟁물자로 분류되어 보안상 생산이 중단되었어요. 참 안타까워요"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박물관 운영비용과 나이' 김종세 관장의 고민

끝으로 김종세 관장은 박물관의 운영에 있어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 관장은 "우리 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는 전시품의 개수와 질은 외국의 카메라 박물관에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운영비용 측면에 있어 과천시에서 받는 지원보다 자부담이 더 커서 고민이다. 또 내 나이가 일흔이 머지않은 고령이기 때문에, 박물관 운영을 앞으로 어떻게 이어나갈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그:#카메라, #사진, #니콘, #DSLR,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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