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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치 한 쌍이 사랑을 나누고 있다. 풀무치는 사육 조건이 양호할 뿐 아니라 생산성이 높다. 변한석 씨가 인생 2막을 건 곤충 가운데 하나다.
 풀무치 한 쌍이 사랑을 나누고 있다. 풀무치는 사육 조건이 양호할 뿐 아니라 생산성이 높다. 변한석 씨가 인생 2막을 건 곤충 가운데 하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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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이 쉽고 여건이 좋다면 너도나도 뛰어들겠죠. 많이 사육하는 품목은 경쟁력은 물론 지속가능성도 그만큼 떨어질 겁니다. 메뚜기는 아니에요. 사육하기 쉽지 않아요. 풀무치는 아직 미개척 분야이고요. 새로운 블루오션이겠더라고요. 앞으로 인생 20년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봤습니다."

변한석(60) 씨의 말이다. 변씨는 농업회사법인 '황금메뚜기'의 대표이면서 전남곤충자원연구회장을 맡고 있다. 전남곤충자원연구회는 전남에서 곤충을 기르는 농가 70여 명으로 올해 초 결성됐다.

35년 동안 일한 공직에서 지난해 말 명예퇴직한 변씨는 고향 전라남도 장성의 방장산에서 메뚜기와 풀무치를 기르고 있다. 항공방제나 광역방제로부터 안전한 숲속 1만2570㎡에 곤충 사육장과 부화장, 냉장시설 등을 갖췄다. 메뚜기와 풀무치 각 200만 마리 이상을 한꺼번에 기를 수 있는 규모다.

공무원에서 명예퇴직하고 곤충 사육에 나선 변한석 씨. 변 씨가 자신의 농장에서 곤충 사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공무원에서 명예퇴직하고 곤충 사육에 나선 변한석 씨. 변 씨가 자신의 농장에서 곤충 사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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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석 씨의 곤충사육 농장 옆에 있는 저수지 풍경. 변 씨는 자신이 2년 동안 면장으로 일했던 장성군 북이면에 터를 잡고 곤충을 기르고 있다.
 변한석 씨의 곤충사육 농장 옆에 있는 저수지 풍경. 변 씨는 자신이 2년 동안 면장으로 일했던 장성군 북이면에 터를 잡고 곤충을 기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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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죠. 대량 사육을 하다 보니 뜻하지 않는 문제가 불거지더라고요. 그때마다 연구기관의 자문을 얻고 원인 분석을 통해서 새로운 방안을 찾았죠.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성취감도 맛보고 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행복하고요."

변씨가 환하게 웃음 지으며 여유를 내비친다. 새벽부터 옥수수를 파종하고 또 옮겨 심느라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한없이 편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꿩과 비둘기가 뿌려놓은 씨앗을 훔쳐가고, 고라니가 옥수수 밭을 헤집고 다녀도 모른 척 한다. 이 또한 상생이라 여긴다. 옥수수 이파리는 메뚜기와 풀무치에 먹일 사료로 쓸 것이다.

변한석 씨가 낫으로 옥수수 대를 베고 있다. 변 씨는 이 옥수수의 이파리를 메뚜기와 풀무치에 사료로 준다.
 변한석 씨가 낫으로 옥수수 대를 베고 있다. 변 씨는 이 옥수수의 이파리를 메뚜기와 풀무치에 사료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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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석 씨의 농장에서 만난 메뚜기. 메뚜기는 사육환경이 까다롭지만, 예부터 친숙한 곤충으로 알려져 있다.
 변한석 씨의 농장에서 만난 메뚜기. 메뚜기는 사육환경이 까다롭지만, 예부터 친숙한 곤충으로 알려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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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즐기고 동식물 키우는 걸 좋아했던 변씨는 10여 년 전부터 귀농을 준비해 왔다. 3년 전엔 지금의 농장 부지를 샀다. 농장이 자리한 장성군 북이면은 변씨가 면장으로 2년 동안 재직하면서 많은 애착을 가졌던 고장이다.

명퇴 이전에 농업기술원 근무를 지원한 것도 귀농을 염두에 둔 처사였다. 2년 동안 근무하면서 원예, 과수, 특작 등 농업을 두루 보고 배웠다. 곤충 사육에 관심을 가진 것도 그때였다.

"곤충잠업연구소의 업무보고 자리였어요. 곤충산업에 대한 얘기를 듣고, 블루오션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어요. 그날 이후부터 주말이면 곤충잠업연구소에 가서 곤충사육 기술을 익혔죠."

변한석 씨의 농장에서 만난 풀무치 한 쌍. 변 씨는 인생 2막 20여 년을 메뚜기와 풀무치한테 걸었다.
 변한석 씨의 농장에서 만난 풀무치 한 쌍. 변 씨는 인생 2막 20여 년을 메뚜기와 풀무치한테 걸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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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석 씨가 저온저장고에 보관돼 있는 메뚜기 난괴를 살피고 있다. 변 씨는 메뚜기와 풀무치를 부화시켜 사육하고 있다.
 변한석 씨가 저온저장고에 보관돼 있는 메뚜기 난괴를 살피고 있다. 변 씨는 메뚜기와 풀무치를 부화시켜 사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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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씨는 내친김에 메뚜기를 잡으러 들녘으로 나갔다. 몇 날 며칠 동안 밤마다 메뚜기를 잡으러 다녔다. 메뚜기는 비가 내리거나 밤이 깊으면 날개가 젖어 쉽게 날 수 없기 때문이다. 메뚜기를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졸음운전을 하다가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변씨는 야생 메뚜기 8000여 마리를 잡아 기르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살고 있던 고향집의 방과 창고를 활용했다. 실전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난괴(알)를 수집·보관하고 부화·사육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잇따랐다. 한순간도 곁눈질하지 않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때마다 변씨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며 한 단계 성숙해갔다.

변한석 씨의 농장에서 만난 풀무치. 공무원에서 명예퇴직한 변 씨는 곤충 사육에 남은 인생을 투자하고 있다.
 변한석 씨의 농장에서 만난 풀무치. 공무원에서 명예퇴직한 변 씨는 곤충 사육에 남은 인생을 투자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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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씨는 지금 메뚜기와 풀무치를 기르고 있다. 전남곤충잠업연구소와 국립농업과학원의 분석을 토대로 미래가치까지 고려한 결정이었다.

메뚜기는 사육환경이 까다롭지만, 예부터 친숙한 곤충으로 혐오감이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민보건에 필요하다고 '식품공전'에도 등록해 사람은 물론 반려동물의 먹이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아직 사료는 개발되지 않았지만 벼과 식물인 밀과 옥수수, 라이그라스 등을 재배해 주면 됐다.

풀무치는 메뚜기보다 사육조건이 양호해 생산성이 높다. 사육 초기단계여서 경제성도 좋았다. 메뚜기와 비슷한 식물을 먹는다. 국립농업과학원에서 인공사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앞으로 사육환경이 나아지고 생산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변한석 씨가 풀무치 사육장에서 옥수수 대를 들어보이고 있다. 변 씨가 기르는 메뚜기와 풀무치가 이 옥수수 이파리를 먹고 자란다.
 변한석 씨가 풀무치 사육장에서 옥수수 대를 들어보이고 있다. 변 씨가 기르는 메뚜기와 풀무치가 이 옥수수 이파리를 먹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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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석 씨의 곤충 사육장 앞으로 펼쳐진 마을 풍경. 사육장 뒤로는 방장산이 감싸고 있다.
 변한석 씨의 곤충 사육장 앞으로 펼쳐진 마을 풍경. 사육장 뒤로는 방장산이 감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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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죠. 금방 수익이 창출되는 것도 아니고, 투자비도 적지 않게 들고요. 곤충의 특성상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보니,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요. 인내와 노력 없이 열매를 맺는 게 어디 있나요? 비전을 보고 열심히 일하는 거죠."

판로도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학습이나 연구, 체험과 행사용으로 주로 나간다. 필요한 데서 주문을 해오기도 한다. 하지만 전망은 밝다. 곤충사육 기반은 이미 다져졌다. 농촌진흥청과 축산과학원, 농업과학원, 전라남도 등 정부기관과 지자체에서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굴지의 식품회사들도 참여하고 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서도 밝혔잖아요. 곤충은 미래의 친환경 고품질 식량대체 자원이라고요. 발전가능성이 충분하죠. 관건은 차별화라고 봅니다. 최선을 다해서 곤충을 통한 치유농장으로, 6차산업의 새 본보기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변씨의 얼굴에서 자신감이 짙게 배어나는 이유다.

변한석 씨가 자신의 농장에서 곤충을 통한 치유농장 구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변 씨는 곤충 사육을 통해 6차산업의 새 본보기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변한석 씨가 자신의 농장에서 곤충을 통한 치유농장 구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변 씨는 곤충 사육을 통해 6차산업의 새 본보기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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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곤충사육, #변한석, #메뚜기, #풀무치, #전남곤충자원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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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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