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포스터.

<군함도>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개봉일 2000여개 넘는 스크린을 확보하며 영화계와 여론의 논란을 불렀던 <군함도>. 개봉일 97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오프닝 최고 신기록을 경신한 <군함도>는 개봉 2일째 100만, 개봉 3일째인 28일 오후 7시 200만 관객들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흥행작 <명량>과 같은 흥행 속도를 보이고 있다. 배급 상황에서 비롯된 논란을 흥행에서 보상받고 있는 형국이랄까.

헌데, '역대급' 흥행 속도답게 그 논란 또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군함도>과 역대 개봉일 최고 스크린 수를 확보하며 비롯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1차 라운드였다. 이러한 전무후무한 배급 상황 역시 일부 관객들의 '비호감'을 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를 본 혹은 보지 않은 관객들 사이에서도 영화의 내용을 둘러싼 2차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양비론'이나 '일본 옹호'니 하는 비판들이 그것이다.

"<군함도>는 일본에선 허위사실 이라고, 일베에선 국뽕 영화라고, 트위터에선 일뽕, 뉴라이트 영화라고 두들겨 맞고 있음. 놀랍다."

한 트위터 사용자의 글은 <군함도>를 둘러싼 논란들을 잘 요약해 주고 있다. 이러한 논란에 일본의 왜곡 역시 기름을 부었다. 중국의 CCTV까지 <군함도>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이 논란에 가세했다고 볼 수 있다.

<군함도>의 류승완 감독은 28일 "최근 일본 내 일부 매체와 정부 관계자까지 나서서 영화 <군함도>가 사실이 아니고 마치 허구로만 이뤄진 창작물인냥 평가받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며 이와 관련해 '영화 <군함도> 관련 일본의 고의적 왜곡에 대한 입장'이란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영화 안팎으로 화제의 중심에 선 <군함도>를 둘러싼 논란을 정리했다. 먼저 섣부르고 게으른 비판들에 대해 반박하는 역사가 심용환 소장의 글을 참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역사가 심용환 소장, "<군함도>를 향한 조리돌림, 어처구니 없네요" 

 영화 <군함도>의 스틸 이미지

영화 <군함도>의 스틸 이미지 ⓒ CJ 엔터테인먼트


"왜 이리 쉽게 조리돌림을 하는지 어처구니가 없네요."

역사N교육 연구소 소장이자 tvN <어쩌다 어른>에 출연하기도 했던 역사 전문강사인 심용환 소장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군함도>와 관련한 장문의 글을 올렸다. 심용환 소장은 "<군함도> 가지고 왜 나한테 그러는지 모르겠으나 하두 물어봐서 편하고 좀 독하게(?) 답변남깁니다"라며 <군함도>와 관련된 논란 혹은 물음을 4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심 소장은 "봐야 하나? 본인 자유겠죠"라며 "사람들이 영화 <남영동 1985> 보고 흥분하기 보다는 <변호인> 같이 적절하게 재밌지만 어느 정도 사실과 환상이 합쳐진 영화 보면서 더 깊이 공명하고 그러지 않나요?"며 역사와 실화를 소재로 삼은 영화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이어 심 소장은 <군함도>에 가해진 '역사왜곡'과 '이상한 애국주의', '양비론'에 관한 비판에 대해 차례로 의견을 내놨다. 

심 소장은 '역사왜곡'과 관련해서는 "정확히 말씀드리죠"라며 "영화 초반부에 나온 강제징용의 실상은 우리 영화 역사에서 처음, 그리고 비교적 잘 묘사가 되었다"고 못 박았다. 또 고증적 요소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부연했다. 반면 <암살> <밀정> <덕혜옹주> 등을 예로 들며 <군함도> 역시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영화라는 걸 강조했다. 요컨대, 고증에 상당히 공을 들인 반면 '대탈주'와 같은 영화적 상상력은 감안하고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이상한 애국주의'에 대해 심 소장은 "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라면서도 "툭 까놓고 이야기하죠. 몇 해 전 몇 백만이 보았던 <귀향>만큼 못 만들고, 위안부 이야기를 왜곡한 영화도 드물죠. 강제동원의 현실은 차라리 <군함도>가 훨씬 정확합니다"라며 반박 논리를 펼쳤다. 그러면서 소위 '국뽕'이라 불리는 이상한 애국주의를 경계하는 한편 민감한 역사적 소재를 다룬 극영화에 대한 '이상한' 비판들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했다.

"제가 끝내 글을 안 쓰려다가 쓰게 된 이유는 명확합니다. 이상한 애국주의에 빠져있고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굉장히 경직화된 사고를 하려고 한다는 거예요. 보기 싫으면 안보면 그만이죠. 재미없으면 재미없다고 말하면 그만이에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매우 도덕적이고 고증적인 측면으로 비판을 하면서 뻗대는 희한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니까요.

냉정히 물어볼게요. 이 영화 나오기 전에 '징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나요?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되었고, 무엇이 문제인 줄 정말로 지적할 수 있나요? 솔직히 말해 상영관 독점에 관한 비판을 제외하곤 정말 빈 깡통 같은 비평들이 넘쳐나고 있는 거 같아요."

역사왜곡, 애국주의 그리고 양비론 

 영화 <군함도>의 스틸 이미지

영화 <군함도>의 스틸 이미지 ⓒ CJ 엔터테인먼트


심 소장은 이른바 '양비론'이라 불리는 '일본 옹호'에 대한 시각에 대해서도 단호했다. 심 소장은 "양비론? 아니! 저는 매우 어설프지만 감독이 중요한 지적을 했다고 생각해요"라며 "위안부 중개 민간 업자의 대부분이 조선인이다? 역사적 사실이죠. 하시마섬 말고도 숱한 곳에서 기생형 친일파들이 같은 동족 등쳐 먹은 거? 역시 사실이죠"라고 설명했다.

심 소장은 전체적으로 류승완 감독의 관점에 대해 동의했다. <군함도>의 역사적 배경이 되는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을 비판하면서도 당시 일제에 기생했던 친일파들에 대한 비판 혹은 자성 역시 필요하고 유의미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선과 악의 구도로 식민지배 시대를 바라볼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매우 애국적이고 바른 역사관이라고 생각할 것인지 저는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일본 잘못했죠. 누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했던가요.

하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이 순응했고, 악용했고, 같은 조선인을 괴롭혔다는 사실 같은 것에 대해서 왜 이야기 못하죠? 프랑스의 경우 1970년대 이 후 나치의 유태인 학살에 적극 협력한 프랑스인들의 죄에 대해 인정하고 사죄하고 최근에는 알제리 식민지배 문제 등에 관해서 고뇌하고 있는데요."

끝으로 심 소장은 우리가 잘 몰랐던 혹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우리 역사를 소개하는 영화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가이드를 제시했다. 이는 "도덕적인 견지에서 영화를 '심판'하는 듯한 태도에 대해서는 도무지 동의가 안 되네요"란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여튼! 바뻐 죽겠는데 하도 쪼아대서 글 한 편 남깁니다. 모든 영화가 그렇듯 저 역시 이 영화를 보면서 이래저래 아쉬운 것이 많아요. 하지만 매우 도덕적인 견지에서 영화를 '심판'하는 듯한 태도에 대해서는 도무지 동의가 안 되네요.

'이미 알고 있었고, 애도하고 있었다'식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 모르고 있었고, 국가건 국민이건 누구도 징용에 관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죠. 어떤 의미에서건 전 자기반성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이리 쉽게 조리돌림을 하는지 어처구니가 없네요."

한일 간의 공방, 그리고 중국의 <군함도> 찬양

 영화 <군함도>의 스틸 이미지

영화 <군함도>의 스틸 이미지 ⓒ CJ 엔터테인먼트


한편 유네스코에 등재된 '군함도'란 소재 자체가 한중일이 모두 관계된 민감한 역사적 사안인 만큼, <군함도>는 상영관과 한국 영화계를 넘어 훨씬 더 첨예한 논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먼저 일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최근 이 영화가 '창작 영화'라며 애써 역사적 사실을 다룬 <군함도>의 의미를 축소시키고 나섰다.

"사실을 반영한 기록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징용 문제를 포함해 한일 간의 재산 청구권 문제는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잘 알려진 대로, 군함도는 지난 2015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됐다. 유네스코는 군함도를 세계 유산에 등재하는 조건으로 안내판을 설치하고 한국인 강제동원 사실을 알리는 조건을 내건 바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러한 선행 조건을 지키지 않고 있다. 우리 외교부 역시 영화 <군함도> 개봉과 함께 최근 이러한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을 지적하며 유네스코와의 약속한 조치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영화 <군함도> 자체에 대해서 정부차원에서 코멘트하는 것은 적절치않다고 봅니다. 군함도는 과거 한국인들이 본인 의사에 반해 동원해 가혹한 조건 하에 강제로 노역했다는 것은 사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7월 유네스코 회의에서 약속한 조치를 성실하고 조속하게 이행할 것을 촉구합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

한편, 중국 관영 CCTV는 28일 <군함도>를 집중 보도함으로서 간접적으로 일본의 이러한 행태를 비판했다. SBS에 따르면, 이날 CCTV는 아침 뉴스를 통해 <군함도>를 소개하는데 무려 10분 가까운 시간을 할애했다. 영화 줄거리는 물론 역사적 배경과 일본의 반응까지 리포트와 논평 등 5꼭지에 걸친 심층보도였다.

CCTV는 특히 <군함도>가 역대 최고의 흥행성적을 기록 중인 '항일 대작'이라고 극찬했다. 사드 배치 논란 이후 '한한령'을 내렸던 중국 관영 TV의 이러한 대서특필은 역사 문제에 관해 일본에 비판적인 중국의 스탠스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을 향한 류승완 감독의 일성

 영화 <군함도>의 스틸 이미지

영화 <군함도>의 스틸 이미지 ⓒ CJ 엔터테인먼트


이런 한일 간의 공방과 <군함도>의 파장을 의식한 탓일까. 28일 오후 류승완 감독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일본의 역사 왜곡과 현실 부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류 감독은 "영화 <군함도>는 '실제 있었던 역사를 모티브로 해 만들어진 창작물'이라고 제가 얘기한 바 있지만, 일본은 저의 이 발언 중 '실제 역사를 모티브로 했다'는 부분은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창작물'이라는 워딩만 왜곡하여 편의대로 해석하고 있습니다"라며 "조선인 강제 징용에 대한 일본의 역사인식은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안타깝고 분노가 치밉니다"라고 꼬집었다.

일본 외교부가 '창작 영화'라고 애써 현실과 역사를 부정하는데 언급할 만한 작품이 아닌 것이다. 류 감독 역시 "영화 <군함도>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증언과 자료집을 참고"했다며 이 작품이 사실에 기반한 영화임을 숨기지 않았다.

더불어 그는 "'수많은 증언집과 자료집'이 무엇인지는 영화의 엔딩크레딧에 자세히 넣어 두었다"고 못 박기도 했다. 그 취재 사실을 기반으로 했다는 류 감독은 "당시 조선인 강제징용의 참상과 일제의 만행, 그리고 일제에 기생했던 친일파들의 반인륜적인 행위를 다루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군함도>는 극영화다. 그리고 역사를 소재로 취한 영화다. 다큐멘터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배급 영역에서 스크린 독과점의 선봉에 섰다고 해서, 그 홍보마케팅이 단순한 블록버스터가 아닌 "봐야 할 영화"로 과도하게 선전됐다고 해서 영화 자체가 지닌 의미나 미덕마저 과하게 부정되거나 의도적으로 왜곡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영화적인 완성도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 수 있다. 또 몇 개 고증이나 영화적인 상상력이 발휘된 장면이나 묘사 등에 비판을 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스크린 독과점 논란으로 촉발된 논란이 평점 테러를 비롯해 무차별적인 비판과 부정으로 치닫는 것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군함도>는 다큐가 아닐 뿐더러, 기이한 방식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을 만한 작품인 건 더더욱 아니지 않은가.

류승완 감독의 입장문 전문

안녕하세요. 영화 <군함도> 감독 류승완입니다.

최근 일본 내 일부 매체와 정부 관계자까지 나서서 영화 <군함도>가 사실이 아니고 마치 허구로만 이뤄진 창작물인냥 평가받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습니다. 이와 관련 한,중,일 3국의 정부 기관과 유력 매체들의 날선 공방까지 오가고 있어서, 짧은 생각일지라도 제 의견을 말씀드리는게 좋을 것 같아 펜을 들었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전해지는 소식들을 접하면서, 전 일본은 아직도 그들이 저지른 전쟁 범죄와 청산되지 않은 어두운 역사를 마주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아 너무나 실망스러웠습니다. 영화 <군함도>는 '실제 있었던 역사를 모티브로 해 만들어진 창작물'이라고 제가 얘기한 바 있지만, 일본은 저의 이 발언 중 '실제 역사를 모티브로 했다'는 부분은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창작물'이라는 워딩만 왜곡하여 편의대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저는 영화 <군함도>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증언과 자료집을 참고했습니다. '수많은 증언집과 자료집'이 무엇인지는 영화의 엔딩크레딧에 자세히 넣어 두었습니다. 저는 제가 취재한 사실을 기반으로 당시 조선인 강제징용의 참상과 일제의 만행, 그리고 일제에 기생했던 친일파들의 반인륜적인 행위를 다루고자 했습니다. 더불어 영화를 통해서라도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피맺힌 한을 '대탈출'이라는 컨셉으로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대규모는 아니었지만 실제 탈출 시도가 빈번하게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 일본 산케이 신문이 '군함도는 날조된 영화'라고 보도했을 때도 저는 "조선인이 군함도에서 인권을 유린당하면서 생활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며, 일본이 어두운 역사까지를 떳떳하게 인정해야 그것이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위와 같은 의견을 재차 피력할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랬지만, 조선인 강제 징용에 대한 일본의 역사인식은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안타깝고 분노가 치밉니다.

바라건대 일본 측의 잘못된 역사 인식으로 인해 <군함도>에서 갖은 고초를 겪었던 조선인 강제 징용자들의 상처에 또다시 생채기가 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아울러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당시 군함도 강제 징용의 어두운 역사를 알리기로 했던 약속 또한 일본측이 반드시 이행하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감사합니다.



군함도 류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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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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